카오스 게임과 프랙털
본문종이에 커다란 삼각형을 그리고 꼭짓점에 A, B, C라고 쓴다. 삼각형 안 아무 곳에나 점을 하나 찍고, 주사위를 던져 1이나 2가 나오면 A, 3이나 4가 나오면 B, 5나 6이 나오면 C를 고른다. 지금 점과 고른 꼭짓점의 한가운데에 새 점을 찍고, 다시 주사위를 던진다. 점을 찍는 위치는 순전히 주사위에 달려 있으니 점들이 삼각형 안을 고르게 덮을 것 같다. 그런데 수천 번을 하고 나면 삼각형 안에 구멍이 숭숭 뚫린 정교한 무늬가 나타나고, 몇 번을 다시 해도 같은 무늬가 나온다. 왜 그럴까?
1.13.1무늬는 스스로를 닮았다
답부터 말하면 점들이 그리는 무늬는 시에르핀스키 삼각형이다. 정삼각형에서 세 변의 중점을 이은 가운데 삼각형을 오려 내면 절반 크기의 삼각형 세 개가 남는다. 남은 세 삼각형에서도 각각 가운데를 오려 내고, 이것을 끝없이 되풀이하면 시에르핀스키 삼각형이 된다. 그림 2처럼 이 도형은 절반 크기의 자기 자신 세 개로 이루어져 있고, 그 세 조각 하나하나도 다시 절반 크기의 세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부분이 전체를 닮은 도형을 프랙털이라 한다.
이제 카오스 게임의 한 걸음을 다시 보자. 꼭짓점 A로 반만큼 가는 것은 A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절반으로 줄이는 닮음 변환이다. 이 변환을 시에르핀스키 삼각형 전체에 적용하면 그림 2의 A 쪽 복사본이 된다. B와 C로 가는 변환도 마찬가지로 전체를 B 쪽, C 쪽 복사본으로 보낸다. 그러니 지금 점이 시에르핀스키 삼각형 위에 있다면 주사위가 무엇을 고르든 다음 점도 그 위에 있다. 세 복사본을 합치면 다시 전체가 되므로, 점들은 이 도형을 벗어나지도 않고 어느 한쪽에 갇히지도 않는다.
꼭짓점 쪽으로 남은 거리의 \(t\)배만큼 옮기는 것은 그 꼭짓점을 중심으로 \(1 - t\)배 줄이는 닮음 변환이다. 이런 변환 몇 개를 무작위로 되풀이하면 점은 각 변환으로 줄인 복사본들을 합쳤을 때 자기 자신이 되는 단 하나의 도형으로 다가간다. 삼각형에서 \(t = \dfrac12\)이면 그 도형은 시에르핀스키 삼각형이다.
처음 점이 무늬 밖에 있어도 걱정할 것이 없다. 한 번 옮길 때마다 점과 무늬 사이의 거리도 절반으로 줄기 때문이다. 처음에 삼각형 크기만큼 떨어져 있었더라도 10번만 옮기면 그 거리는 \(1/1024\)이 되어 눈으로는 구별할 수 없다. 그래서 처음 몇 개의 점만 버리면 나머지 점은 모두 무늬 위에 찍힌다.
1.13.2넓이는 0, 길이는 무한
시에르핀스키 삼각형은 넓이가 얼마일까? 가운데를 한 번 오려 낼 때마다 넓이는 \(\dfrac34\)배가 되므로 \(k\)번 오려 낸 뒤에는 \(\left(\dfrac34\right)^k\)배가 남고, 이 값은 \(k\)가 커지면 0에 가까워진다. 반대로 오려 낸 구멍들의 둘레를 모두 더하면 한 번 오려 낼 때마다 \(\dfrac32\)배가 되어 한없이 길어진다. 넓이로 재기에는 너무 성기고 길이로 재기에는 너무 빽빽한 셈이다.
이런 도형의 크기는 차원이라는 수로 잰다. 선분을 절반으로 줄이면 2개, 정사각형을 절반으로 줄이면 4개, 정육면체를 절반으로 줄이면 8개가 있어야 원래 도형을 채운다. 2, 4, 8은 \(2^1, 2^2, 2^3\)이고 그 지수가 차원이다. 시에르핀스키 삼각형은 절반으로 줄인 것 3개로 채워지니 \(2^d = 3\)에서 \(d = \log_2 3 \approx 1.585\)이다. 선보다는 크고 면보다는 작은, 1과 2 사이의 차원이다.1
1.13.3예제 풀이
좌표평면에 \(\mathrm{A}(0, 0)\), \(\mathrm{B}(8, 0)\), \(\mathrm{C}(0, 8)\)이 있다. 점 \((3, 1)\)에서 시작해 주사위가 B, C, A 순서로 나왔을 때 찍히는 세 점을 구하여라. 또 정사각형의 네 꼭짓점으로 같은 게임을 하면 무늬가 생기는지 설명하여라.
B로 가면 \((3, 1)\)과 \((8, 0)\)의 중점 \((5.5, 0.5)\)가 찍힌다. 다음으로 C로 가면 \((5.5, 0.5)\)와 \((0, 8)\)의 중점 \((2.75, 4.25)\), A로 가면 \((1.375, 2.125)\)가 찍힌다. 세 번째 점은 직각삼각형 ABC의 A 쪽 절반 크기 복사본 안에서도, 다시 그 안의 C 쪽 4분의 1 크기 복사본 안에 들어 있다. 마지막에 고른 꼭짓점이 가장 큰 조각을, 그 앞에 고른 꼭짓점이 그 안의 조각을 정하는 식이다.
정사각형에서 네 꼭짓점 쪽으로 절반씩 가면 절반 크기의 정사각형 네 개가 원래 정사각형을 빈틈없이 채운다. 그래서 자기 자신이 되는 도형은 정사각형 전체이고, 점들은 정사각형을 고르게 덮을 뿐 무늬가 생기지 않는다. 같은 꼭짓점을 두 번 연달아 고르지 못하게 하거나, 절반 대신 3분의 2만큼 옮기는 식으로 규칙을 조금 바꾸면 다시 복사본들 사이에 틈이 생겨 프랙털이 나타난다. 즉 카오스 게임은 우연에 맡겨 점을 찍지만, 각 걸음이 전체를 줄인 복사본으로 보내는 닮음 변환이기 때문에 그 복사본들로 이루어진 단 하나의 도형 위로 점이 모여든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다각형과 옮기는 비율을 바꾸어 가며 어떤 무늬가 나타나는지 살펴보자. 집에서는 종이에 삼각형을 그리고 주사위로 30번쯤 직접 점을 찍어 본 뒤, 점들이 가운데 빈 삼각형을 피해 가는지 확인해 보자.
- 이 삼각형은 1915년 폴란드의 수학자 시에르핀스키가 연구했다. 주사위로 그리는 방법에 카오스 게임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1988년 영국 출신의 수학자 반슬리로, 그는 몇 개의 닮음 변환만으로 고사리 잎처럼 복잡한 모양을 그려 내는 방법을 보였다.
카오스 게임에서 꼭짓점 쪽으로 반만큼 가는 것은 그 꼭짓점을 중심으로 전체를 절반으로 줄이는 닮음 변환이고, 이 변환들을 무작위로 되풀이하면 점은 세 복사본으로 자기 자신을 이루는 시에르핀스키 삼각형으로 모여든다. 이 도형은 넓이가 0이고 구멍의 둘레는 무한하며, 차원은 \(\log_2 3 \approx 1.585\)이다. 처음 질문에서 매번 같은 무늬가 나온 것은 주사위가 정하는 것이 점의 순서뿐이고, 점이 모이는 도형은 변환들이 정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