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교과서

문명의 탄생과 과학

농사를 지으려면 씨를 뿌릴 때를 알아야 하고, 세금을 걷으려면 땅의 넓이를 재야 합니다. 초기 문명은 하늘을 보고 날짜를 세는 법과 땅을 재는 법을 만들면서 자랐습니다. 4000년 전의 사람들은 무엇을 어떻게 셈했을까요?

먼저 알면 좋은 것 달의 위상 변화지구의 공전과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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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탄생과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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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과 추석은 해마다 양력 날짜가 바뀐다. 음력 날짜로 정해진 명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음력만 쓰면 몇 해 뒤에는 설날이 한여름에 올 수도 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옛사람들은 어떻게 달의 달력을 계절에 맞추었을까? 농사를 지으며 큰 강가에 정착한 초기 문명은 왜 이렇게 하늘을 정밀하게 셈해야 했을까?

그림 1. 12달짜리 태음력만 쓰면 해마다 약 11일씩 계절보다 앞서 간다(빨강). 19년에 윤달을 7번 끼워 넣으면 어긋남이 쌓이지 않고 계절에 맞추어진다(파랑).
먼저 알아야 할 것달의 위상 변화와 삭망월, 지구의 공전과 계절(지구과학), 나눗셈과 나머지.

1.1.1달과 해의 두 시계

하늘에는 두 개의 자연 시계가 있다. 하나는 달의 모양이 그믐에서 다시 그믐으로 돌아오는 삭망월로 약 29.53일이다. 다른 하나는 해가 같은 계절로 돌아오는 1태양년으로 약 365.24일이다. 달의 모양은 누구나 밤하늘에서 쉽게 볼 수 있어 날짜를 세기 좋지만, 씨를 뿌리고 거둘 때를 알려 주는 것은 해의 계절이다. 문제는 두 시계가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리 1.1.1 태음력과 계절의 어긋남

12삭망월은 \(12 \times 29.53 \approx 354.4\)일로, 1태양년보다 약 10.9일 짧다. 그래서 12달짜리 달력은 해마다 약 11일씩 계절보다 앞서 간다. 19태양년은 235삭망월과 거의 같으므로, 19년에 윤달 7번을 넣으면 계절과 다시 맞추어진다.

그림 1에서 해를 넘겨 보자. 3년이면 한 달 넘게 어긋나고, 17년이면 반년쯤 어긋나 계절이 거꾸로 된다. 그래서 동아시아의 음력은 2~3년마다 윤달을 끼워 넣어 계절과 맞추는 태음태양력이다. 이슬람력은 윤달을 넣지 않는 순수한 태음력이라, 라마단 같은 행사가 약 33년에 걸쳐 모든 계절을 돈다.1

1.1.2초기 문명의 셈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더스, 황허 같은 초기 문명은 큰 강의 범람과 함께 농사를 지었다. 이집트 사람들은 새벽 동쪽 하늘에 시리우스가 처음 보이는 무렵 나일강이 넘친다는 것을 알고 1년을 365일로 정했다.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60진법으로 하늘의 각도와 시간을 셈하여, 오늘날의 1시간 60분, 원 한 바퀴 360°가 여기서 왔다. 농사와 물 관리, 땅의 넓이를 재는 일이 천문학과 수학을 낳았다.

달력기준계절과의 관계 태음력달 (354일)해마다 11일 어긋남 태음태양력달 + 윤달2~3년마다 다시 맞춤 태양력해 (365.24일)계절과 맞음, 달과는 무관
그림 2. 문명마다 달과 해 가운데 무엇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다른 달력을 썼다.

1.1.3예제 풀이

예제 1.1.2

삭망월을 29.53일, 1태양년을 365.24일로 하자. 19년 동안 12달짜리 태음력이 계절보다 앞서 가는 날수를 구하여라. 그 차이는 몇 달에 해당하며, 19태양년과 235삭망월은 며칠 차이인가?

1년의 차이는 \(365.24 - 354.36 = 10.88\)일이므로 19년이면 \(10.88 \times 19 \approx 206.7\)일이다. 이는 \(\dfrac{206.7}{29.53} \approx 7.0\)달이다. 그래서 19년에 윤달을 7번 넣는다.

19태양년은 \(19 \times 365.24 = 6939.6\)일이고, 235삭망월은 \(235 \times 29.53 = 6939.6\)일로 거의 같다. 둘의 차이는 2시간 남짓이다. 이 19년 주기를 메톤 주기라 하며, 옛 중국에서도 같은 주기를 장법이라 불러 썼다. 즉 여러 문명이 서로 따로 하늘을 관측하여 같은 규칙에 이르렀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달력이 계절과 어긋나는 까닭을 직접 계산하고, 초기 문명이 하늘과 땅을 셈한 방법을 살펴보자.

  1. 오늘날 쓰는 그레고리력은 태양력으로, 4년마다 윤일을 넣되 100으로 나누어떨어지는 해는 빼고 400으로 나누어떨어지는 해는 다시 넣는다. 그래서 1년의 평균 길이가 365.2425일로 태양년과 거의 같다.
마무리

달의 시계(삭망월 29.53일)와 해의 시계(1태양년 365.24일)는 딱 맞지 않아, 12달짜리 태음력은 해마다 약 11일 계절보다 앞서 간다. 그래서 동아시아의 음력은 19년에 7번 윤달을 넣어 계절과 맞추었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달력이 계절과 어긋나는 것은 12삭망월이 1년보다 짧기 때문이며, 농사를 지은 초기 문명은 이를 정밀하게 셈하여 계절을 맞추었다.

탐구 1

달력은 왜 계절과 어긋날까?

고대 문명의 역법 · 회귀년과 삭망월
달력의 평균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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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년(계절의 1년)과의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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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쌓인 어긋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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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어긋나는 데 걸리는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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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년 365.2422일(춘분에서 다음 춘분까지), 삭망월 29.5306일(삭에서 다음 삭까지)을 썼다. 어긋남이 +이면 같은 계절이 달력에서 점점 늦은 날짜에 온다. 이집트 민력은 30일 × 12달 + 5일, 태음태양력은 평균값만 계산한 것이다.

  1. 질문고대 이집트의 달력은 1년이 365일로 정해져 있었다. 하루도 어긋나지 않을 것 같은 이 달력에서, 나일강이 넘치는 계절은 수백 년이 지나자 전혀 다른 달로 옮겨 갔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2. 복원하늘에는 서로 맞지 않는 세 주기가 있다. 지구의 자전으로 생기는 하루, 달의 위상이 한 번 바뀌는 삭망월(약 29.53일), 계절이 한 번 도는 회귀년(약 365.2422일)이다. 1년은 하루의 정수배가 아니고, 1년은 삭망월의 정수배도 아니다.
  3. 설명달력은 정수 개의 날을 묶어 1년으로 정하는 규칙이다. 달력의 1년이 회귀년보다 Δ일 짧으면 해마다 계절이 Δ일씩 늦은 날짜로 밀린다. 그래서 문명마다 윤일이나 윤달을 끼워 넣어 평균 길이를 회귀년에 맞추었다. 메소포타미아에서는 19년에 윤달 7번을 넣는 규칙이 쓰였고, 중국과 우리나라의 전통 역법도 달의 위상으로 달을 정하면서 윤달과 24절기로 계절을 맞추는 태음태양력이었다.
  4. 연결19년 동안의 삭망월 235개(12 × 19 + 7)는 6939.69일로, 회귀년 19개(6939.60일)와 거의 같다. 이 일치를 그리스에서는 메톤 주기라고 부른다. 율리우스력(기원전 46년 제정)은 4년마다 윤일을 넣었지만 1년에 약 11분이 남아, 16세기에는 춘분이 열흘가량 앞당겨졌다. 그래서 1582년 그레고리력은 열흘을 건너뛰고 400년에 윤일 세 번을 빼는 규칙을 더했다.
  5. 적용이집트 민력을 고르고 세월을 늘려, 계절이 달력을 한 바퀴 다 돌기까지 몇 년이 걸리는지 찾자. 태음태양력에서 윤달 수를 0부터 12까지 바꾸어 어긋남이 가장 작은 값을 찾자. 율리우스력을 1257년(325년부터 1582년까지)으로 두면 몇 일이 어긋나는가?
  6. 판단“옛날 달력은 부정확했다”는 말은 반만 맞다. 이집트인은 시리우스가 새벽에 처음 보이는 날로 실제 계절을 따로 확인했고, 365일 달력은 날수를 세기 쉬운 행정용이었다. 그레고리력도 완전하지 않아 3000년 남짓 지나면 하루가 어긋난다. 달력은 정확도와 쓰기 쉬움 사이에서 고른 규칙이다.

확인조건이 달라지면

순태음력(삭망월 12개, 약 354일)만 쓰는 달력이 있다. 이 달력으로 33년쯤 지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읽기 2

초기 문명은 하늘과 땅을 어떻게 셈했을까?

읽기 · 메소포타미아 · 이집트 · 중국 · 한국

우리는 지금도 한 시간을 60분으로, 원을 360°로 나눈다. 이 숫자들은 약 4000년 전 메소포타미아에서 왔다. 초기 문명이 남긴 셈법과 관측 기록은 무엇이었고, 그것이 문명을 어떻게 떠받쳤을까?

1메소포타미아, 60진법과 기록된 하늘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의 수메르와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점토판에 쐐기 문자로 셈을 기록했다. 이들은 60진법을 썼다. 60은 2, 3, 4, 5, 6, 10, 12, 15, 20, 30으로 나누어떨어져 분수를 다루기 쉽다. 기원전 1800~1600년 무렵의 점토판 YBC 7289에는 정사각형의 대각선 옆에 1;24,51,10이라는 수가 적혀 있다. 1 + 24/60 + 51/60² + 10/60³ = 1.4142129…으로, √2를 소수 다섯째 자리까지 맞힌 값이다.

바빌로니아의 천문가들은 수백 년 동안 달과 행성의 위치, 월식을 날마다 기록했다. 쌓인 기록에서 주기를 찾아 월식과 행성의 위치를 계산으로 예측했다. 관측을 기록하고, 기록에서 규칙을 찾고, 규칙으로 예측하는 방식이 이때 이미 나타났다.

2이집트, 나일강과 측량

나일강은 해마다 넘쳐 기름진 흙을 날라 왔지만 밭의 경계도 지워 버렸다.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범람 뒤에 땅을 다시 재는 일에서 기하학이 생겼다고 적었다. 기원전 1550년 무렵의 『린드 파피루스』에는 지름이 d인 원의 넓이를 (8d/9)²으로 구하는 문제가 있다. 이는 원주율을 약 3.16으로 쓴 것과 같다. 기원전 2560년 무렵의 기자 대피라미드는 네 변이 동서남북과 0.1°보다 작은 차이로 맞추어져 있어, 별이나 해를 이용한 정밀한 방위 측정이 있었음을 보여 준다.

이집트의 행정용 달력은 1년을 365일로 정했고, 시리우스가 새벽 동쪽 하늘에 처음 보이는 때로 범람의 계절을 확인했다. 의학에서도 상처와 골절을 살펴보고 진단하고 치료하는 순서를 적은 파피루스가 남아 있다.

3중국, 역법과 셈법

상(商)나라의 갑골에는 일식과 월식, 새로운 별에 대한 기록이 있다. 중국의 왕조는 하늘의 변화를 정치의 징조로 보았기 때문에 관청에서 천문을 꾸준히 관측했고, 그 덕분에 2000년이 넘는 혜성·초신성 기록이 남았다. 1054년 송나라의 ‘손님별’ 기록은 오늘날 게성운을 만든 초신성으로 확인되었다. 한나라 때 정리된 『구장산술』에는 토지 넓이, 곡식 분배, 세금 계산을 위한 문제와 함께 음수와 연립 일차 방정식의 풀이법이 실려 있다.

4한국, 하늘을 살핀 기록

『삼국사기』에는 삼국 시대의 일식, 혜성, 유성 기록이 실려 있다. 경주의 첨성대는 신라 선덕여왕 때(7세기 중엽) 세운, 현재 남아 있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 관련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그 위에서 실제로 관측을 했는지, 천문을 상징하는 건축물이었는지는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갈린다. 조선 태조 때(1395년) 돌에 새긴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새긴 글에 고구려의 천문도를 바탕으로 했다고 밝히고 있어, 고구려 때부터 별자리를 체계적으로 정리했음을 알려 준다.

문명삶의 필요과학적 지혜오늘날 남은 것
메소포타미아교역, 세금, 제사 날짜60진법, 천문 기록과 예측60분·60초, 360°
이집트범람 뒤 토지 재분배, 거대 건축측량과 기하, 365일 달력1년 365일의 기본 틀
중국농사 절기, 왕조의 정통성태음태양력, 24절기, 『구장산술』음력과 절기, 장기간의 천문 기록
한국농사, 국가의 천문 관측첨성대, 천문 기록, 천문도「천상열차분야지도」(만 원권 뒷면에도 실림)

판단초기 문명의 과학은 대부분 실용과 종교, 정치 안에 섞여 있었다. 천문 관측은 점성술과 함께 발전했고, 측량은 세금과 함께 발전했다. 그렇다고 그 지식이 과학이 아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피라미드는 외계 기술로 지었다”, “첨성대는 틀림없이 매일 밤 쓰인 관측대였다”처럼 근거보다 앞서 나가는 주장은 경계해야 한다. 남은 유물과 기록이 말해 주는 만큼만 말하는 것이 역사를 대하는 과학적 태도이다.

확인조건이 달라지면

어떤 문명이 10진법만 써서 1시간을 100분으로 나누었다고 하자. 이 문명에서 1시간의 1/3, 1/6을 분 단위로 나타내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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