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의 초기 발생
본문초파리를 25 °C에서 키우면 알을 낳은 지 열흘쯤 뒤에 새 어른벌레가 나온다. 그런데 서늘한 18 °C 방에 둔 병에서는 거의 3주가 걸렸다. 알 속을 들여다보면 처음 두 시간 동안 세포벽 없이 핵만 거듭 나뉘어, 알 하나 속에 핵이 수천 개 생긴다고 한다. 핵이 이렇게 빨리 늘어나려면 얼마나 자주 나뉘어야 할까? 그리고 발생의 빠르기는 왜 온도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까?
3.3.1세포벽 없이 핵만 나뉘는 시기
대부분의 동물 배아는 수정란이 갈라져 세포 수가 늘어나는 난할로 발생을 시작한다. 초파리 알은 특이하게도 처음에는 세포가 갈라지지 않고 핵만 거듭 나뉜다. 큰 세포질 하나 속에 핵이 수천 개 들어 있는 이 상태를 합포체라 한다. 핵 분열은 약 10분마다 한 번씩 아주 빠르게 일어나는데, 세포막을 새로 만들 필요가 없고 어미가 미리 넣어 둔 재료를 쓰기 때문이다. 13번째 분열쯤에 핵들이 알의 표면으로 모이고, 그제야 세포막이 핵들 사이로 내려와 각각을 세포로 나눈다.
핵이 \(n\)번 나뉘면 핵의 수는 \(2^n\)이다. 한 번의 분열에 \(t\)분이 걸리면 \(2^n\)개가 되는 데 \(nt\)분이 걸린다. 수가 일정한 시간마다 두 배가 되는 이런 증가를 지수적 증가라 한다.
두 배씩 늘어나는 증가는 처음에는 느려 보이지만 곧 엄청나게 커진다. 10번 나뉘면 1024개, 13번이면 8192개이다. 그래서 핵이 수천 개가 되는 데 두 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이렇게 빨리 많은 핵을 만든 뒤에야 각 세포가 자리에 따라 서로 다른 유전자를 켜기 시작하여, 머리와 꼬리, 등과 배 같은 몸의 설계도가 그려진다.1
3.3.2온도와 발생의 빠르기
발생은 수많은 효소 반응이 정해진 순서로 이어지는 과정이므로, 온도가 낮으면 반응이 느려져 발생 전체가 느려진다. 그림 1에서 25 °C에서 18 °C로 7 °C 낮아지자 한살이가 약 1.9배 길어졌다. 그러나 너무 뜨거우면 효소와 단백질이 망가져 발생이 멈추거나 기형이 생기므로, 초파리는 보통 18 °C에서 25 °C 사이에서 키운다. 실험할 때는 원하는 단계를 원하는 때에 얻기 위해 온도를 조절해 발생의 빠르기를 맞춘다.
3.3.3예제 풀이
핵이 10분마다 나뉜다면 핵이 5000개를 넘는 데 몇 번 나뉘어야 하고 몇 분이 걸리는가? 25 °C에서 10일 걸리는 한살이가 18 °C에서 19일이 걸린다면, 25 °C에서 1일 걸리는 배아 발생은 18 °C에서 대략 얼마나 걸리겠는가?
\(2^{12} = 4096\), \(2^{13} = 8192\)이므로 5000개를 넘으려면 13번 나뉘어야 하고, \(13 \times 10 = 130\)분이 걸린다. 처음 질문의 두 시간 남짓은 이 계산과 맞는다.
한살이 전체가 \(19/10 = 1.9\)배 길어졌으므로, 모든 단계가 같은 비율로 느려진다고 보면 배아 발생은 약 \(1 \times 1.9 \approx 1.9\)일이 걸린다. 실제로 그림 1의 18 °C 값 약 2일과 비슷하다. 즉 초파리의 초기 발생은 핵이 두 배씩 늘어나는 지수적 증가로 빠르게 세포 재료를 마련하고, 그 전체 빠르기는 효소 반응처럼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초파리의 알, 애벌레, 번데기를 관찰하고, 온도에 따른 발생 기간을 기록해 보자.
- 초파리 배아에서 몸의 앞뒤를 정하는 유전자들은 1980년 독일의 뉘슬라인폴하르트와 미국의 위샤우스가 돌연변이를 대규모로 찾아 밝혔다. 두 사람은 이 연구로 199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고, 비슷한 유전자들이 사람의 발생에도 쓰인다는 것이 뒤에 밝혀졌다.
초파리 배아는 처음에 세포막 없이 핵만 약 10분마다 나뉘어, 두 배씩 늘어나는 지수적 증가로 두 시간 남짓 만에 핵이 수천 개가 된 뒤에야 세포로 나뉜다. 발생은 효소 반응이 이어진 과정이어서 온도가 낮으면 느려져, 한살이가 25 °C에서 약 10일, 18 °C에서 약 19일이 걸린다. 처음 질문의 8000개는 핵이 13번 나뉜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