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 침샘 염색체
본문초파리 3령 애벌레의 머리를 핀셋으로 당겨 침샘을 꺼내고, 아세트산 오르세인으로 염색해 눌러 폈다. 낮은 배율의 현미경으로도 굵은 끈 같은 염색체가 뚜렷이 보였고, 그 위에 진하고 옅은 줄무늬가 가로로 수없이 새겨져 있었다. 군데군데 부풀어 오른 곳도 있었다. 보통 세포의 염색체는 분열할 때만 겨우 보이는데, 이 염색체는 왜 이렇게 크고, 줄무늬와 부푼 곳은 무엇을 뜻할까?
3.5.1분열 없는 복제
보통 세포는 DNA를 한 번 복제하면 분열하여 두 세포로 나눈다. 그런데 초파리 애벌레의 침샘 세포는 분열하지 않고 DNA 복제만 열 번쯤 거듭한다. 복제된 염색 분체들은 갈라지지 않고 나란히 붙어 있어서, 1000개가 넘는 가닥이 한 묶음이 된 굵은 거대 염색체가 된다. 상동 염색체끼리도 서로 붙어 있어, 한 세포에서 염색체가 짝을 지은 채 보인다. 침샘은 애벌레가 번데기가 될 때 쓰는 끈끈한 단백질을 많이 만들어야 하므로, 같은 유전자를 여러 벌 가지는 것이 유리하다.
거대 염색체의 진한 띠는 DNA가 촘촘히 감긴 곳이고 옅은 띠는 느슨한 곳이다. 띠의 순서와 모양은 늘 같아서 염색체 지도의 눈금이 된다. 부풀어 오른 퍼프는 그 자리의 DNA가 풀려 유전자가 활발히 전사되는 곳이다.
1024가닥이 같은 자리끼리 나란히 붙어 있으므로, 한 가닥에서는 보이지 않는 작은 차이가 1000배로 쌓여 띠 무늬로 보인다. 그래서 염색체의 일부가 빠지거나 뒤집힌 돌연변이가 있으면 띠의 순서가 바뀐 것을 현미경으로 직접 볼 수 있다. 퍼프는 발생 시기에 따라 나타났다 사라지므로, 어떤 유전자가 언제 켜지는지를 눈으로 보여 준다.1
3.5.2표본을 잘 만들려면
침샘은 3령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기 직전, 병 벽을 기어오를 때 가장 크다. 식염수 속에서 머리를 당겨 투명한 침샘 한 쌍을 꺼내고, 주변의 지방체는 떼어 낸다. 염색한 뒤 덮개 유리를 덮고 엄지로 세게 눌러야 염색체가 퍼져 겹치지 않는다. 너무 세게 비비면 염색체가 끊어지므로, 거름종이를 덮고 수직으로 누른다. 중심 근처에서 다섯 개의 긴 팔이 뻗어 나간 모양이 보이면 잘 펴진 표본이다.
3.5.3예제 풀이
침샘 세포가 DNA를 10번 복제했다면 거대 염색체 하나는 몇 가닥으로 되어 있는가? 초파리 유전체가 약 \(1.4 \times 10^8\) 염기쌍이고 거대 염색체에서 약 5000개의 띠가 보인다면, 띠 하나에는 평균 몇 염기쌍이 들어 있는가? 어떤 돌연변이 초파리에서 띠 열두 개가 빠져 있다면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복제할 때마다 가닥이 두 배가 되므로 \(2^{10} = 1024\)가닥이다. 띠 하나에는 평균 \(1.4 \times 10^8/5000 = 2.8 \times 10^4\) 염기쌍, 곧 약 2만 8천 염기쌍이 들어 있다. 유전자 하나가 수천에서 수만 염기쌍이므로 띠 하나에 유전자가 한두 개쯤 있는 셈이다.
띠 열두 개가 빠졌다면 약 \(12 \times 2.8 \times 10^4 \approx 3.4 \times 10^5\) 염기쌍이 결실된 것이다. 그 초파리의 이상한 형질이 이 자리의 유전자들과 관련 있다고 추측할 수 있어, 유전자의 위치를 찾는 단서가 된다. 즉 거대 염색체는 DNA를 천 배로 겹쳐 키워, 보통은 보이지 않는 염색체의 구조와 유전자의 활동을 현미경으로 보게 해 준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초파리 침샘 염색체 표본을 만들어 띠와 퍼프를 관찰해 보자.
- 1930년대 미국의 페인터는 침샘 염색체의 띠를 이용해 유전자의 위치를 실제 염색체 위에 처음 그려 냈다. 교배 실험으로 만든 유전자 지도의 순서가 띠의 순서와 맞는다는 것이 확인되어, 유전자가 염색체 위에 있다는 것이 눈으로 증명되었다.
초파리 침샘 세포는 분열 없이 DNA를 열 번쯤 복제하고 가닥들을 나란히 붙여, 1000개가 넘는 가닥으로 된 거대 염색체를 만든다. 진하고 옅은 띠의 순서는 염색체 지도의 눈금이 되어 결실 같은 구조 변화를 보여 주고, 퍼프는 활발히 전사되는 유전자의 자리를 보여 준다. 처음 질문의 염색체가 백 배나 큰 것은 같은 DNA가 천 겹 가까이 겹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