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발현 조절
본문대장균은 포도당을 가장 좋아하지만, 포도당이 없고 젖당만 있으면 젖당을 분해해 먹고 산다. 그런데 젖당 분해 효소를 늘 만들어 두면 젖당이 없을 때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한다. 그래서 대장균은 젖당이 있을 때만 이 효소를 만든다. 유전자는 늘 DNA에 있는데, 세균은 그것을 어떻게 필요할 때만 켜고 끌까? 그리고 진핵세포의 조절은 무엇이 다를까?
2.3.1오페론
원핵생물에서는 함께 일하는 여러 유전자가 나란히 붙어 하나의 프로모터로 함께 전사된다. 이렇게 한 단위로 조절되는 유전자 무리와 그 조절 부위를 오페론이라 한다. 젖당 오페론에는 젖당 분해에 필요한 효소 유전자 세 개가 있고, 그 앞에 RNA 중합 효소가 붙는 프로모터와 억제 단백질이 붙는 작동 부위가 있다.
조절 유전자가 만든 억제 단백질이 작동 부위에 결합하면 RNA 중합 효소가 지나가지 못해 전사가 일어나지 않는다. 젖당(의 변형물)이 억제 단백질에 결합하면 억제 단백질의 모양이 바뀌어 작동 부위에서 떨어지고, 전사가 일어난다.
그림 1에서 젖당과 포도당을 바꾸어 보자. 젖당이 없으면 효소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젖당이 생기면 억제가 풀려 효소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포도당도 함께 있으면 전사를 돕는 다른 단백질이 작동하지 않아 전사가 약하다. 대장균은 더 좋은 먹이인 포도당을 먼저 쓰고, 그것이 떨어진 뒤에 젖당을 쓴다. 그래서 두 당을 함께 주고 기르면 성장 곡선이 한 번 멈칫했다가 다시 올라간다.1
2.3.2진핵세포의 발현 조절
진핵세포는 유전자마다 따로 프로모터를 가지고, 그 앞뒤에 여러 조절 부위가 있다. 전사 인자라는 단백질들이 조절 부위에 결합하여 RNA 중합 효소가 프로모터에 붙는 것을 돕거나 막는다. 어떤 전사 인자의 조합이 있느냐에 따라 같은 유전자가 세포마다 다르게 발현된다. 또 DNA가 히스톤에 얼마나 단단히 감겼는지, 전사된 RNA가 어떻게 가공되는지, mRNA가 얼마나 오래 남는지도 발현 양을 조절한다.
2.3.3예제 풀이
다음 돌연변이 대장균을 젖당만 있는 배지와 아무 당도 없는 배지에서 길렀다. (가) 억제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는 돌연변이, (나) 작동 부위가 바뀌어 억제 단백질이 결합하지 못하는 돌연변이, (다) 억제 단백질이 젖당과 결합하지 못하는 돌연변이. 각 배지에서 젖당 분해 효소가 만들어지는가?
(가)는 억제 단백질이 없으므로 젖당이 있든 없든 늘 전사된다. 두 배지 모두에서 효소가 만들어진다. (나)도 억제 단백질이 붙지 못하므로 두 배지 모두에서 만들어진다.
(다)는 억제 단백질이 작동 부위에 붙은 채 젖당이 와도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두 배지 모두에서 효소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런 돌연변이 실험으로 자코브와 모노는 1961년 오페론 모형을 세웠고, 유전자의 발현이 단백질과 DNA의 결합으로 조절된다는 것을 처음 보였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대장균이 젖당 분해 효소를 언제 만드는지 조건을 바꾸어 가며 확인해 보자.
- 포도당이 떨어지면 세포 안의 cAMP가 늘고, cAMP와 결합한 활성화 단백질(CAP)이 프로모터 근처에 붙어 RNA 중합 효소의 결합을 돕는다. 그래서 포도당이 없을 때 전사가 훨씬 활발해진다.
원핵생물은 함께 일하는 유전자를 오페론으로 묶어, 억제 단백질이 작동 부위에 붙거나 떨어지는 방식으로 한꺼번에 켜고 끈다. 진핵생물은 유전자마다 여러 전사 인자의 조합과 염색질 구조로 발현을 조절한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대장균은 젖당이 있어 억제 단백질이 떨어지고 포도당이 없을 때에만 젖당 분해 효소를 많이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