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핵·진핵세포의 발현 조절
본문대장균에게 갑자기 젖당을 주면 몇 분 안에 젖당 분해 효소의 전사가 시작되고, 한 시간쯤 지나면 효소의 양이 새 수준에 다다른다. 그런데 사람 세포에서 어떤 유전자를 켜면, 단백질이 새 수준에 다다르기까지 하루가 넘게 걸리기도 한다. 전사와 번역의 속도는 크게 다르지 않은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단백질의 양을 정하는 것은 만드는 빠르기만이 아니다.
3.4.1만드는 빠르기와 없애는 빠르기
세포 속 단백질의 양은 만드는 빠르기와 없어지는 빠르기의 균형으로 정해진다. 만드는 빠르기를 \(\beta\), 단백질이 분해되거나 세포 분열로 희석되어 줄어드는 비율을 \(k\)라 하면, 단백질 양은 \(\dfrac{dP}{dt} = \beta - kP\)를 따른다. 오래 지나면 \(P\)는 \(\beta/k\)에 머무는 정상 상태에 이른다. 그런데 정상 상태에 얼마나 빨리 다가가는지는 \(\beta\)가 아니라 \(k\)가 정한다. 많이 만들면 정상 상태의 높이가 높아질 뿐, 다다르는 시간은 그대로이다.
유전자를 켠 순간부터 단백질 양은 \(P(t) = \dfrac{\beta}{k}(1 - e^{-kt})\)로 늘어난다. 정상 상태의 절반에 이르는 시간은 단백질의 반감기 \(t_{1/2} = \ln 2/k\)와 같고, 90%에 이르는 데는 약 \(3.3\,t_{1/2}\)가 걸린다.
그림 1에서 반감기를 바꾸어 보자. 대장균의 단백질은 대부분 분해되지 않지만, 20분마다 세포가 분열해 둘로 나뉘므로 반감기가 20분인 셈이다. 그래서 약 1시간이면 새 정상 상태의 90%에 이른다. 분열하지 않는 사람 세포의 단백질은 분해되어야만 줄어드는데, 반감기가 10시간이면 90%까지 33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진핵세포는 빠르게 바꾸어야 하는 단백질에는 분해 표지를 붙여 반감기를 짧게 하고, 오래 유지해야 하는 단백질은 길게 둔다.1
3.4.2단계마다 조절하는 진핵세포
원핵세포는 주로 전사를 켜고 끄는 방식으로 발현을 조절한다. 전사와 번역이 세포질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mRNA의 반감기도 몇 분으로 짧아, 전사 조절만으로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 진핵세포는 여러 단계에서 조절한다. 염색질이 얼마나 풀려 있는지, 어떤 전사 인자가 붙는지, RNA가 어떻게 이어 맞추어지는지, mRNA가 핵 밖으로 나가 얼마나 오래 살아남는지, 번역이 얼마나 자주 시작되는지, 단백질이 언제 분해되는지가 모두 조절된다. 그래서 같은 유전체로도 세포 종류마다 다른 상태를 평생 유지할 수 있다.
3.4.3예제 풀이
사람 세포에서 반감기가 2시간인 단백질 A와 반감기가 20시간인 단백질 B의 유전자를 동시에 켰다. 두 단백질이 새 정상 상태의 90%에 이르는 시간을 각각 구하여라. 유전자를 다시 끄면, 각 단백질이 처음의 10%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인가?
90%에 이르려면 \(e^{-kt} = 0.1\)이어야 하므로 \(t = \dfrac{\ln 10}{k} = \dfrac{\ln 10}{\ln 2}\,t_{1/2} \approx 3.32\,t_{1/2}\)이다. A는 \(3.32 \times 2 \approx 6.6\)시간, B는 \(3.32 \times 20 \approx 66\)시간이다.
유전자를 끄면 단백질은 \(e^{-kt}\)로 줄어들므로, 10%로 줄어드는 시간도 똑같이 A는 6.6시간, B는 66시간이다. 즉 반감기가 짧은 단백질은 켜고 끄는 데 모두 빠르게 반응하고, 긴 단백질은 둘 다 느리다. 그래서 세포 주기를 조절하는 사이클린처럼 정확한 때에 나타났다 사라져야 하는 단백질은 반감기가 아주 짧다. 근육의 미오신처럼 오래 일하는 단백질은 반감기가 몇 주에 이른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원핵세포와 진핵세포의 발현 조절 단계를 비교하고, 각 단계의 조절이 반응의 빠르기에 주는 영향을 따져 보자.
- 진핵세포는 없앨 단백질에 유비퀴틴이라는 작은 단백질을 사슬로 붙여, 프로테아좀이라는 분해 장치로 보낸다. 이 원리를 밝힌 체하노베르, 헤르슈코, 로즈는 2004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단백질의 양은 만드는 빠르기와 없어지는 빠르기의 균형으로 정해지며, 새 정상 상태에 다다르는 시간은 없어지는 빠르기, 곧 반감기가 정해 약 반감기의 3.3배이다. 원핵세포는 분열에 의한 희석과 짧은 mRNA 수명으로 빠르게 반응하고, 진핵세포는 여러 단계를 조절하며 단백질마다 반감기를 다르게 둔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대장균은 20분마다 분열해 단백질이 희석되므로 1시간이면 새 수준에 이르지만, 분해로만 줄어드는 사람 세포의 단백질은 하루가 넘게 걸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