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교과서

발생 유전자와 진화

초파리와 생쥐는 5억 년 넘게 따로 진화했지만, 몸의 앞뒤를 정하는 유전자는 거의 같은 순서로 염색체에 늘어서 있고, 일부는 서로 바꿔 넣어도 비슷하게 작동합니다. 호메오 유전자를 통해 발생과 진화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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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 유전자와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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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수정된 초파리 알은 겉보기에 앞뒤 구분이 없는 둥근 길쭉한 세포 하나이다. 그런데 몇 시간 뒤면 정확한 위치에 머리, 가슴, 배의 마디가 생긴다. 알의 어느 끝이 머리가 되고, 몸의 마디 경계는 어디에 그어질까? 어미 초파리가 알에 미리 넣어 둔 단백질 하나의 농도 기울기가 그 답의 시작이다. 그리고 그 뒤를 잇는 호메오 유전자들은 생쥐와 사람에게도 거의 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다.

그림 1. 알의 앞쪽 끝에서 만들어져 뒤로 퍼지며 줄어드는 비코이드 단백질의 농도(모형, 감소 거리 λ = 배아 길이의 20%). 농도가 문턱(주황)보다 높은 곳에서 머리 쪽 유전자가 켜진다. 회색은 정상 배아이다.
먼저 알아야 할 것세포 분화와 발생(생명과학), 유전자 발현 조절(원핵·진핵세포의 발현 조절), 지수 함수와 로그(수학).

3.5.1모포젠과 위치 정보

어미 초파리는 알을 만들 때 비코이드 mRNA를 알의 앞쪽 끝에 붙여 둔다. 수정 뒤 이 mRNA가 번역되어 비코이드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앞쪽에서 뒤쪽으로 퍼지며 분해된다. 그래서 앞쪽은 진하고 뒤쪽은 옅은 농도 기울기가 생긴다. 비코이드는 전사 인자라서, 농도가 일정한 문턱보다 높은 곳의 핵에서만 특정 유전자를 켠다. 이렇게 농도로 위치를 알려 주는 물질을 모포젠이라 한다. 핵들은 비코이드의 농도를 읽어 자신이 알의 어디쯤 있는지 안다.

정리 3.5.1 지수 기울기와 경계 위치

앞쪽 끝에서 만들어져 퍼지며 일정한 비율로 분해되는 모포젠의 농도는 \(C(x) = C_0 e^{-x/\lambda}\)이다. 문턱 농도 \(C_t\)에 닿는 경계의 위치는 \[x_b = \lambda\ln\frac{C_0}{C_t}\]이다. 어미의 비코이드 양을 두 배로 하면 경계가 \(\lambda\ln 2\)만큼 뒤로 밀린다.

그림 1에서 비코이드의 양을 바꾸어 보자. 정상 배아에서는 앞쪽 34% 근처에 머리 쪽 유전자의 경계가 생긴다. 비코이드 유전자의 사본을 늘려 양을 두 배로 하면 경계가 약 14% 뒤로 밀려 48% 근처가 되고, 머리 부분이 넓어진다. 반으로 줄이면 경계가 20% 근처로 당겨진다. 1988년 실험에서 실제로 비코이드 양에 따라 경계가 이렇게 옮겨 가는 것이 확인되어, 하나의 농도 기울기가 몸의 설계를 시작한다는 생각이 받아들여졌다.1

3.5.2호메오 유전자와 진화

비코이드의 신호는 차례로 다른 유전자들을 켜며 배아를 점점 잘게 나눈다. 마지막으로 각 마디가 무엇이 될지를 정하는 것은 호메오 유전자(Hox 유전자)이다. 호메오 유전자가 고장 나면 더듬이 자리에 다리가 나거나 날개가 한 쌍 더 생긴다. 호메오 유전자들은 염색체 위에 몸의 앞에서 뒤로 작동하는 순서대로 늘어서 있다. 그런데 이 유전자 무리는 생쥐와 사람에게도 거의 같은 순서로 남아 있고, 생쥐의 유전자를 초파리에 넣어도 비슷하게 작동한다. 5억 년 넘게 따로 진화한 동물들이 몸의 설계도는 같은 도구로 그리는 것이다.

단계유전자 예하는 일 어미 효과 유전자비코이드앞뒤의 농도 기울기 분절 유전자헌치백, 이븐스킵트배아를 마디로 나눔 호메오 유전자안테나페디아 등각 마디의 정체성
그림 2. 농도 기울기에서 시작한 위치 정보가 단계마다 더 자세해져, 마디마다 다른 구조를 만든다.

3.5.3예제 풀이

예제 3.5.2

비코이드 농도가 \(C(x) = C_0 e^{-x/\lambda}\)이고 \(\lambda\)가 배아 길이의 20%이다. 정상 배아에서 경계는 앞쪽 끝에서 34%에 있다. 비코이드 양이 정상의 4배인 배아에서 경계는 어디에 생기는가? 경계를 정상보다 10% 앞으로 당기려면 비코이드 양을 몇 배로 해야 하는가?

양을 4배로 하면 \(\ln 4 \approx 1.39\)이므로 경계가 \(0.20 \times 1.39 \approx 0.28\), 곧 28%만큼 뒤로 밀린다. 따라서 경계는 \(34 + 28 = 62\)% 근처에 생긴다.

경계를 10% 앞으로 당기려면 \(\lambda\ln m = -0.10\)이어야 하므로 \(\ln m = -0.5\), \(m = e^{-0.5} \approx 0.61\)배이다. 즉 지수 기울기에서는 양을 곱으로 바꾸면 경계가 더하기로 움직인다. 그래서 어미의 비코이드 양이 조금 달라져도 경계는 조금만 움직여, 배아의 설계가 비교적 안정하게 유지된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호메오 유전자가 고장 난 초파리의 모습을 살펴보고, 발생 유전자가 동물들 사이에서 어떻게 보존되어 왔는지 추론해 보자.

  1. 비코이드 농도 기울기를 처음 보인 뉘슬라인폴하르트는 초파리 배아의 발생을 정하는 유전자들을 체계적으로 찾아낸 공로로 1995년 루이스, 비샤우스와 함께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마무리

어미가 알의 앞쪽에 넣어 둔 비코이드는 퍼지며 분해되어 지수 함수 모양의 농도 기울기를 만들고, 핵들은 그 농도가 문턱보다 높은지를 읽어 자기 위치를 안다. 이 위치 정보는 분절 유전자와 호메오 유전자로 이어지며, 호메오 유전자는 여러 동물에서 거의 같은 순서와 기능으로 보존되어 있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초파리 배아는 비코이드가 진한 쪽을 앞쪽으로 읽어, 그쪽 끝을 머리로 만든다.

탐구 1

같은 DNA를 가진 세포가 어떻게 근육도 되고 눈의 수정체도 될까?

전사 인자의 조합과 세포 분화
세포에 있는 전사 인자
켜진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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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의 모습
—

실제 세포 분화에는 훨씬 많은 전사 인자와 신호가 관여한다. 여기서는 잘 알려진 전사 인자 몇 개와 그 표적 유전자로 조합 조절의 원리만 단순화해 보였다.

  1. 질문수정란 하나가 분열해 생긴 몸의 세포들은 거의 모두 같은 DNA를 가진다. 그런데 근육 세포는 미오신을, 적혈구의 전구 세포는 헤모글로빈을, 수정체 세포는 크리스탈린을 만든다. 같은 설계도에서 어떻게 서로 다른 세포가 만들어질까?
  2. 복원진핵생물의 유전자는 전사 인자가 프로모터와 인핸서에 붙어야 전사된다(진핵생물의 유전자 발현 조절). 그리고 세포 분열에서 DNA는 똑같이 복제되어 딸세포로 나뉜다.
  3. 설명세포마다 가진 전사 인자의 조합이 다르면 켜지는 유전자가 달라지고, 만드는 단백질이 달라져 모양과 기능이 다른 세포가 되는데, 이것이 세포 분화이다. 몇 개 안 되는 전사 인자의 조합만으로 수많은 유전자 발현 양식을 만들 수 있다. 특히 한 가지 세포 운명을 이끄는 전사 인자를 핵심 조절 유전자라 하며, MyoD를 섬유아세포에 넣으면 근육 세포처럼 바뀌고, 초파리의 eyeless(사람 Pax6에 해당)를 다리에서 발현시키면 다리에 눈이 생긴다.
  4. 연결발생 과정에서는 몸의 앞뒤를 따라 차례로 발현되는 혹스 유전자가 각 체절이 머리, 가슴, 배 중 무엇이 될지 정하며, 혹스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초파리는 더듬이 자리에 다리가 나기도 한다. 반대로 Oct4, Sox2 등 4가지 전사 인자를 피부 세포에 넣으면 분화 이전의 줄기세포 상태로 되돌아가는데, 이것이 유도 만능 줄기세포(iPS 세포)이다(생명공학기술).
  5. 적용전사 인자를 켜고 끄며 어떤 조합에서 어떤 유전자가 켜지는지 보자. 그리고 Sox2는 두 가지 세포 운명에 모두 쓰이는데 결과를 가르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MyoD만 있을 때와 MEF2가 함께 있을 때를 비교해 보자.
  6. 판단분화한 세포가 필요 없는 유전자를 잃어버린다는 생각은 틀렸다. 분화한 세포의 핵을 난자에 넣어 개체를 만든 복제 실험(개구리, 복제 양 돌리)과 iPS 세포는 분화한 세포도 온전한 유전체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즉 분화는 대부분의 경우 유전체의 변화가 아니라 발현의 변화이다.

확인조건이 달라지면

근육 세포의 핵을 핵을 제거한 난자에 넣었더니 올챙이로 발생했다. 이 결과가 뜻하는 것은?

탐구 2

초파리의 날개를 네 장으로 만드는 유전자가 생쥐의 척추뼈도 정할까?

호메오 유전자(Hox) · 공선성과 진화적 보존
끄기
날개 / 평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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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이 바뀐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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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의 부속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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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디의 정체성은 ‘한 마디에서 여러 Hox 유전자가 발현되면 더 뒤쪽 유전자가 이긴다’는 뒤쪽 우선 규칙으로 정한 모식이다(예외로 T1에서는 Scr가 Antp를 누르는 것으로 두었다). 네 가지 돌연변이는 실제로 관찰된 결과이고, 유전자를 임의로 끈 조합은 규칙에 따른 예측이다. BX-C 전체 결실은 배아·애벌레 단계의 마디 무늬로 판정한 결과이다(Lewis, 1978). 생쥐의 발현 영역은 앞쪽 경계의 순서만 나타낸 상대값이다.

  1. 질문초파리는 가운데가슴(T2)에 날개 한 쌍, 뒷가슴(T3)에 작은 평형곤 한 쌍이 있다. 1978년 루이스는 유전자 몇 개가 고장 나면 T3가 T2처럼 바뀌어 날개가 네 장인 초파리가 생긴다는 것을 보고했다. 마디 하나의 ‘정체성’을 통째로 바꾸는 유전자는 무엇이며, 사람이나 생쥐에도 있을까?
  2. 복원초파리의 몸은 머리, 가슴 마디 3개, 배 마디 8개 안팎으로 나뉘어 있다. 같은 DNA를 가진 세포가 서로 다른 구조를 만드는 것은 세포마다 켜진 전사 인자의 조합이 다르기 때문이다.
  3. 설명한 구조가 다른 자리의 구조로 바뀌는 돌연변이를 호메오 돌연변이, 그 원인 유전자를 호메오 유전자라 한다. 초파리의 Hox 유전자 8개는 3번 염색체에 두 묶음(ANT-C, BX-C)으로 모여 있고, 모두 60개 아미노산으로 된 DNA 결합 부위인 호메오 도메인(유전자에서는 180 bp의 호메오박스)을 가진 전사 인자를 만든다. 염색체 위의 순서가 몸에서 발현되는 앞뒤 순서와 같다(공선성). 각 Hox 단백질은 그 마디에서 다리, 날개, 평형곤 같은 구조를 만드는 수많은 하위 유전자를 켜고 끈다. Ubx는 T3에서 날개 유전자를 억눌러 평형곤을 만들게 하므로, Ubx가 없으면 T3가 T2처럼 날개를 만든다. 반대로 Antp가 머리에서 켜지면 더듬이 자리에 다리가 생긴다.
  4. 연결생쥐와 사람에는 Hox 유전자가 39개 있고, 네 개의 무리(HoxA~D)에 나뉘어 있다. 염기 서열을 비교하면 1~13번 무리(상동군)가 초파리의 lab, pb, Dfd, Scr, Antp~abd-A, Abd-B에 각각 대응하며, 무리 안의 순서와 몸의 앞뒤 발현 순서가 같은 공선성도 그대로이다. 공통 조상이 가졌던 Hox 무리 하나가 척추동물 계통에서 유전체 전체 중복을 거쳐 네 벌이 된 것으로 해석한다. 생쥐에서 Hox 유전자를 없애면 척추뼈가 앞쪽 척추뼈처럼 바뀌는 호메오 변환이 일어난다. 생쥐의 Hoxb6를 초파리에서 발현시키면 Antp처럼 더듬이를 다리 쪽으로 바꿨고, 생쥐의 Pax6를 초파리 다리에서 발현시키면 초파리 눈이 생겼다(Halder 등, 1995). 몸의 설계를 정하는 유전자가 5억 년 넘게 보존된 것이다.
  5. 적용‘Ubx 기능 상실’을 고르고 날개 수를 확인해 보자. 이번에는 Ubx는 두고 abd-A, Abd-B를 하나씩 꺼 보자. 어느 마디가 어떤 마디처럼 바뀌는가? 뒤쪽 유전자를 끄면 마디는 앞쪽과 뒤쪽 중 어느 쪽으로 바뀌는 경향이 있습니까? 아래 생쥐 그림에서 초파리 Abd-B에 대응하는 9~13번 상동군은 몸의 어느 쪽에서 발현되는가?
  6. 판단Hox 유전자는 마디의 수나 몸의 마디 나누기를 정하지 않는다. 마디는 다른 유전자(분절 유전자)가 먼저 나누고, Hox는 이미 생긴 마디에 ‘너는 몇 번째 가슴 마디’라는 정체성을 준다. 또 같은 Hox 유전자를 써도 동물마다 그 아래에서 조절받는 유전자가 달라 다른 구조가 생긴다. 진화는 새 유전자를 많이 만들기보다 오래된 유전자의 발현 위치와 표적을 바꾸는 방식으로도 일어난다. 비단뱀 배아에서는 가슴 부위를 표시하는 Hox 유전자의 발현 영역이 몸통 대부분으로 넓어져 있어, 갈비뼈가 있는 척추뼈가 길게 이어진다(Cohn·Tickle, 1999).

확인조건이 달라지면

어떤 초파리에서 Ubx가 T2에서도 강하게 발현되도록 조작했다. 뒤쪽 우선 규칙에 따르면 이 초파리의 T2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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