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자연선택, 진화
본문항생제를 쓰다 보면 어느 날 같은 항생제가 듣지 않는 세균이 늘어난다. 세균이 항생제에 맞서려고 스스로 몸을 바꾼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일이 일어난 것일까? 집단 전체의 모습이 바뀌는 과정을 차근차근 따라가 보자.
1.2.1변이: 같은 종이라도 조금씩 다르다
같은 종의 개체들도 키, 색, 질병에 대한 저항력 같은 형질이 조금씩 다르다. 같은 종의 개체 사이에 나타나는 형질의 차이를 변이라 한다. 변이 가운데 진화에 중요한 것은 유전자의 차이에서 비롯되어 자손에게 전해지는 변이이다. 이런 변이는 DNA의 돌연변이와, 유성 생식에서 부모의 유전자가 새롭게 조합되는 과정에서 생긴다.
세균 집단에도 우연히 항생제를 분해하는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를 가진 개체가 아주 드물게 섞여 있을 수 있다. 이 변이는 항생제를 쓰기 전부터, 항생제와 상관없이 생긴 것이다. 그러면 항생제를 쓰기 시작한 뒤에는 무슨 일이 생길까?
1.2.2자연선택: 살아남아 자손을 남기는 비율의 차이
생물은 살아남을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자손을 낳는다. 그러면 개체들 사이에 먹이와 공간을 둘러싼 경쟁이 생기고, 환경에 더 잘 맞는 변이를 가진 개체가 살아남아 자손을 남길 확률이 높다. 이것을 자연선택이라 한다.
개체 사이에 유전되는 변이가 있고, 그 변이에 따라 살아남아 자손을 남기는 비율이 다르면, 유리한 변이를 가진 개체의 비율이 세대를 거듭하며 늘어난다. 이렇게 집단의 유전적 구성이 바뀌는 것이 진화이다.
항생제 환경에서는 내성 유전자가 있는 세균이 훨씬 많이 살아남는다. 그림 1의 슬라이더로 살아남는 비율의 차이를 바꾸어 보자. 처음 1%였던 내성 세균이 세대마다 늘어나, 차이가 클수록 더 빠르게 집단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즉 바뀐 것은 개체 하나하나가 아니라 집단을 이루는 개체들의 비율이다.
1.2.3진화와 생물다양성
환경은 장소마다, 시대마다 다르다. 같은 조상에서 나온 집단이 서로 다른 환경에 놓이면 각각 다른 변이가 선택되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서로 교배할 수 없는 다른 종이 된다. 이렇게 진화가 쌓여 지구의 수많은 종이 생겼다.1 한 지역에 사는 종의 다양함, 한 종 안의 유전적 다양함, 생태계의 다양함을 함께 생물다양성이라 한다.
1.2.4예제 풀이
세균 집단에서 내성 세균의 비율이 1%이다. 항생제 환경에서 한 세대 동안 내성 세균은 모두 살아남고, 내성이 없는 세균은 20%만 살아남은 뒤 각자 같은 수로 번식한다. 한 세대 뒤와 두 세대 뒤의 내성 세균 비율을 구하여라.
세균 100마리로 생각하자. 내성 세균 1마리는 모두 살아남고, 내성이 없는 99마리는 20%인 19.8마리가 살아남는다. 살아남은 것끼리 같은 비율로 번식하므로, 한 세대 뒤의 내성 비율은 \(\dfrac{1}{1 + 19.8} \approx 0.048\), 곧 약 4.8%이다.
두 세대 뒤에도 같은 계산을 한다. 내성 4.8, 비내성 95.2를 기준으로 하면 살아남는 수는 4.8과 \(95.2 \times 0.2 = 19.04\)이다. 따라서 비율은 \(\dfrac{4.8}{4.8 + 19.04} \approx 0.20\), 곧 약 20%이다. 두 세대 만에 1%가 20%로 늘었다.
세대마다 내성 세균과 비내성 세균의 수의 비가 5배씩 커지므로, 몇 세대만 더 지나면 집단 거의 전부가 내성 세균이 된다. 그래서 항생제는 꼭 필요할 때만, 처방대로 끝까지 써서 내성 세균이 선택될 기회를 줄여야 한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선택의 세기와 처음 비율을 바꾸며 집단이 어떻게 변하는지 직접 확인해 보자.
- 다윈은 갈라파고스 제도의 핀치 새가 섬마다 먹이에 맞는 서로 다른 부리를 가진 것을 보고 이 생각을 다듬었다. 실제로 가뭄이 든 해에 부리가 큰 개체가 더 많이 살아남아 다음 세대의 평균 부리 크기가 커진 것이 관측되었다.
같은 종의 개체 사이에는 유전되는 변이가 있고, 환경에 유리한 변이를 가진 개체가 더 많이 살아남아 자손을 남기므로 집단에서 그 변이의 비율이 늘어난다. 이것이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이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세균은 스스로 몸을 바꾼 것이 아니라, 원래 드물게 있던 내성 세균이 항생제 환경에서 선택되어 늘어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