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의 원리
본문갈라파고스 제도의 한 섬에서 1977년 큰 가뭄이 들자, 작고 무른 씨앗이 바닥나고 크고 단단한 씨앗만 남았다. 이듬해 그 섬 핀치 새끼들의 부리는 가뭄 전 세대보다 평균 4% 정도 두꺼웠다. 핀치들이 단단한 씨앗을 깨려고 애쓰다가 부리가 두꺼워진 것일까?
3.3.1변이와 자연 선택
같은 종의 개체들 사이에도 몸의 크기, 색, 부리 모양 같은 형질에 차이가 있다. 이 차이를 변이라 하며, 그 가운데 유전자의 차이에서 오는 변이는 자손에게 전해진다. 감수 분열과 수정, 돌연변이가 이런 유전적 변이를 끊임없이 만든다.
생물은 살아남을 수 있는 수보다 많은 자손을 낳는다. 그런데 먹이와 공간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개체들 사이에 생존 경쟁이 일어난다. 이때 환경에 더 알맞은 변이를 가진 개체가 살아남아 자손을 남길 확률이 높다. 이를 자연 선택이라 한다.
개체 사이에 유전되는 변이가 있고, 환경에 알맞은 변이를 가진 개체가 더 많이 살아남아 자손을 남기면, 세대가 지나며 집단 속 그 변이의 비율이 늘어난다. 진화는 개체가 아니라 집단의 유전적 구성이 변하는 것이다.
그림 1에서 가뭄의 세기를 바꾸어 보자. 가뭄이 심할수록 두꺼운 부리를 가진 개체만 살아남아, 다음 세대의 평균이 크게 옮겨 간다. 개체 하나하나의 부리가 두꺼워진 것이 아니라, 원래 두꺼운 부리를 가졌던 개체가 더 많이 살아남아 자손을 남긴 것이다.1
3.3.2유전자풀과 그 밖의 진화 요인
한 집단이 가진 유전자 전체를 유전자풀이라 한다. 진화는 유전자풀 속 대립유전자의 빈도가 세대에 따라 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연 선택 말고도 우연히 어떤 개체만 자손을 남겨 빈도가 바뀌는 유전적 부동, 다른 집단과 개체가 드나드는 유전자 흐름, 새로운 대립유전자를 만드는 돌연변이가 빈도를 바꾼다. 유전적 부동은 개체 수가 적은 섬 같은 작은 집단에서 특히 크게 작용한다. 동전을 10번 던지면 앞면이 7번 나오는 일이 흔하지만 1만 번 던지면 거의 절반에 가까운 것과 같은 이치이다.
3.3.3예제 풀이
가뭄 전 핀치 집단의 부리 두께 평균이 9.4 mm였고, 가뭄에서 살아남은 개체들의 평균은 10.1 mm였다. 부리 두께의 유전율이 0.8이라면 다음 세대의 평균 부리 두께는 얼마로 예상되는가?
살아남은 개체와 원래 집단의 평균 차이, 곧 선택의 세기는 \(10.1 - 9.4 = 0.7\) mm이다. 다음 세대는 이 차이의 유전율만큼 옮겨 가므로 \(0.8 \times 0.7 = 0.56\) mm 두꺼워진다.
따라서 다음 세대의 평균은 \(9.4 + 0.56 \approx 9.96\) mm로, 약 6% 두꺼워진다. 실제 관찰값 4%와 비슷한 크기이다. 비가 많은 해가 이어져 작은 씨앗이 많아지자 몇 년 뒤에는 부리가 다시 얇아지는 쪽으로 선택이 일어났다. 진화는 '더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그때의 환경에 맞추어 바뀌는 것이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자연 선택과 핀치의 부리, 작은 집단의 유전적 부동을 직접 따져 보자.
- 라마르크는 많이 쓰는 기관이 발달하여 그 형질이 자손에게 전해진다고 보았다(용불용설). 그러나 살면서 얻은 형질은 생식세포의 DNA를 바꾸지 않으므로 유전되지 않는다.
집단 속에는 유전되는 변이가 있고, 환경에 알맞은 변이를 가진 개체가 더 많이 살아남아 자손을 남기는 자연 선택으로 집단의 형질이 바뀐다. 유전적 부동, 유전자 흐름, 돌연변이도 유전자풀을 바꾼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핀치 부리가 두꺼워진 것은 애써서가 아니라, 원래 두꺼운 부리를 가진 개체가 가뭄에서 더 많이 살아남아 자손을 남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