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현 조절 연구와 인류 복지
본문어떤 유전병은 잘못 접힌 단백질이 몸속에 쌓여 생긴다. 그 유전자를 고치는 것은 어렵고 위험하다. 그런데 유전자가 켜지고 꺼지는 원리를 알게 되면서, DNA는 그대로 두고 그 유전자의 mRNA만 골라 없애는 약이 개발되었다. mRNA를 줄이면 단백질은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줄어들까? 그리고 발현 조절 연구는 또 어떤 분야를 바꾸었을까?
2.5.1RNA 간섭
세포에는 짧은 이중 가닥 RNA가 들어오면, 그 서열과 상보적인 mRNA를 찾아 잘라 버리는 장치가 있다. 이를 RNA 간섭이라 한다. 원래는 바이러스를 막고 유전자 발현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장치인데, 과학자들은 원하는 mRNA에 맞춘 짧은 RNA(siRNA)를 만들어 특정 유전자의 발현만 끌 수 있게 되었다. mRNA가 없으면 그 단백질은 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mRNA가 처음의 \(r\)배로 줄면, 단백질의 생산도 \(r\)배로 준다. 이미 있던 단백질은 반감기 \(h\)에 따라 분해되므로, 단백질 양은 \[P(t) = P_0\left[r + (1 - r)\left(\tfrac{1}{2}\right)^{t/h}\right]\] 처럼 줄어 결국 \(rP_0\)에 이른다.
그림 1에서 두 값을 바꾸어 보자. mRNA를 80% 줄이고 단백질 반감기가 12시간이면, 하루 뒤에는 40%로, 며칠 뒤에는 20% 근처까지 줄어든다. 반감기가 긴 단백질은 약의 효과가 늦게 나타나지만, 그만큼 오래 유지된다.1
2.5.2발현 조절 연구가 바꾼 것
발현 조절 연구는 의학과 생명 과학 곳곳을 바꾸었다. 암은 세포 분열을 촉진하는 유전자가 지나치게 켜지거나 억제하는 유전자가 꺼져서 생긴다는 것이 밝혀져, 특정 신호만 막는 표적 항암제가 개발되었다. 분화한 세포를 줄기세포로 되돌리는 방법은 재생 의학의 길을 열었다. 또 mRNA를 몸속에 넣어 원하는 단백질을 잠시 만들게 하는 mRNA 백신도 발현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2.5.3예제 풀이
RNA 간섭 약으로 간에서 만드는 어떤 단백질의 mRNA를 90% 줄였다. 이 단백질의 반감기가 24시간이라면 2일 뒤와 7일 뒤 단백질은 처음의 몇 %인가? 단백질이 처음의 20% 아래로 떨어지려면 대략 며칠이 걸리는가?
\(r = 0.1\), \(h = 24\) h이다. 2일(48 h) 뒤에는 \(0.1 + 0.9 \times \left(\dfrac{1}{2}\right)^2 = 0.1 + 0.225 = 0.325\), 곧 약 33%이다. 7일 뒤에는 \(0.1 + 0.9 \times \left(\dfrac{1}{2}\right)^7 \approx 0.1 + 0.007 = 0.107\), 곧 약 11%이다.
20%가 되려면 \(0.9 \times \left(\dfrac{1}{2}\right)^n = 0.1\), 곧 \(2^n = 9\), \(n \approx 3.2\)번의 반감기가 지나야 한다. 약 3.2일이다. 즉 약을 넣은 날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며칠에 걸쳐 나타나며, 약을 끊어도 mRNA가 되살아나고 단백질이 다시 쌓이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이런 약은 몇 주나 몇 달에 한 번 주사한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유전자가 켜지고 꺼지는 원리를 알아 무엇이 달라졌는지 더 살펴보자.
- RNA 간섭은 1998년 파이어와 멜로가 선충에서 발견하여 200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고, 이를 이용한 첫 치료제는 2018년에 승인되었다.
RNA 간섭은 짧은 RNA로 특정 mRNA를 잘라 그 단백질의 생산만 줄이는 방법이며, 남은 단백질은 반감기에 따라 서서히 줄어든다. 발현 조절 연구는 표적 항암제, 줄기세포, mRNA 백신처럼 의학을 크게 바꾸었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답은 '그렇다'이다. DNA를 고치지 않고 mRNA를 줄여, 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며칠에 걸쳐 크게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