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클론항체·줄기세포·유전자 편집
본문사람의 유전체는 31억 염기쌍이다. 유전자 가위는 그 가운데 병을 일으키는 염기 몇 개만 찾아 자르고 고친다. 31억 글자짜리 책에서 오타 하나를 찾아 고치는 셈이다. 엉뚱한 곳을 자르면 다른 유전자가 망가질 수 있다. 유전자 가위는 어떻게 원하는 곳만 찾을까? 그리고 단일클론항체와 줄기세포는 유전자 편집과 어떻게 다른 치료법일까?
3.2.1유전자 가위
CRISPR-Cas9 유전자 가위는 DNA를 자르는 효소 Cas9과, 자를 곳을 알려 주는 안내 RNA로 이루어진다. 안내 RNA에는 표적 DNA와 상보적인 약 20염기의 서열이 있다. Cas9은 DNA를 훑다가 안내 RNA와 상보적으로 짝이 맞는 곳을 만나면 그곳의 두 가닥을 자른다. 세포가 잘린 DNA를 고치는 동안 염기가 빠지거나 들어가 유전자가 꺼지거나, 함께 넣어 준 올바른 서열로 바뀐다.
무작위 서열에서 길이 \(L\)인 특정 서열이 나타날 확률은 \(\left(\frac{1}{4}\right)^L\)이다. 유전체 길이가 \(G\)이고 양쪽 가닥을 모두 보면, 우연히 일치하는 곳의 기댓값은 \(\dfrac{2G}{4^L}\)이다.
그림 1에서 안내 서열 길이를 바꾸어 보자. 사람 유전체에서 기댓값이 1 아래로 떨어지려면 \(4^L > 6.2 \times 10^9\), 곧 \(L \ge 17\)이어야 한다. 그래서 안내 서열은 보통 20염기로 만든다. 그런데 몇 염기가 어긋나도 잘리는 경우가 있어, 실제로는 비슷한 서열이 유전체에 없는지 컴퓨터로 확인해 고른다.1
3.2.2세 가지 치료 기술
단일클론항체는 한 종류의 항원에만 결합하는 항체를 대량으로 만든 것이다. 항체를 만드는 B 림프구를 오래 사는 암세포와 융합하여 만든 세포가 같은 항체를 계속 만든다. 특정 암세포 표면의 단백질에만 붙는 항체로 암을 치료하고, 임신 진단 키트에도 쓴다. 줄기세포는 여러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세포로, 손상된 조직을 대신할 세포를 만드는 데 연구된다. 유전자 편집은 원인 유전자 자체를 고친다.
3.2.3예제 풀이
사람 유전체 \(3.1 \times 10^9\) 염기쌍의 양쪽 가닥에서 12염기 안내 서열과 20염기 안내 서열이 우연히 일치할 곳의 기댓값을 각각 구하여라.
양쪽 가닥의 길이는 \(6.2 \times 10^9\)이다. 12염기는 \(4^{12} \approx 1.68 \times 10^7\)이므로 기댓값은 \(\dfrac{6.2 \times 10^9}{1.68 \times 10^7} \approx 370\)곳이다. 원하는 곳 말고도 수백 곳을 자를 수 있다.
20염기는 \(4^{20} \approx 1.1 \times 10^{12}\)이므로 기댓값은 \(\dfrac{6.2 \times 10^9}{1.1 \times 10^{12}} \approx 0.0056\)곳이다. 우연한 일치가 거의 없어, 원하는 한 곳만 찾을 수 있다. 즉 염기 8개를 더 붙였을 뿐인데 엉뚱한 곳을 자를 가능성이 약 6만 분의 1로 줄었다. 그래서 짧은 서열 몇 개의 차이가 유전자 가위의 정확도를 결정한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유전자 가위가 표적을 찾는 원리와, 단일클론항체·줄기세포·유전자 편집이 고치는 병을 살펴보자.
- CRISPR는 원래 세균이 침입한 바이러스의 DNA 조각을 기억해 두었다가 다시 들어오면 잘라 내는 면역 장치이다. 샤르팡티에와 다우드나가 이를 유전자 편집 도구로 바꾸어 2020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유전자 가위는 안내 RNA의 약 20염기가 상보적으로 짝지은 곳을 Cas9이 자르는 방식으로 표적을 찾으며, 서열이 길수록 우연한 일치가 \(\frac{2G}{4^L}\)로 급격히 줄어든다. 단일클론항체는 단백질을, 줄기세포는 세포를, 유전자 편집은 유전자를 다룬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유전자 가위는 20염기 길이의 안내 서열로, 수십억 염기 가운데 사실상 한 곳뿐인 표적을 찾아 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