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기술의 발달
본문1970년대까지 DNA는 너무 길고 가늘어 원하는 유전자 하나만 꺼내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그런데 세균에서 특정 염기 서열만 알아보고 자르는 효소가 발견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이 효소로 사람의 인슐린 유전자를 잘라 세균에 넣고, 세균이 인슐린을 만들게 했다. 효소는 어떻게 원하는 자리만 자를까? 인식하는 서열이 길수록 무엇이 달라질까?
3.1.1생명공학의 도구
제한 효소는 세균이 침입한 바이러스의 DNA를 자르려고 만드는 효소이다. 대장균의 EcoRI은 GAATTC라는 6염기 서열만 알아보고, G와 A 사이를 자른다. 이 서열은 반대 가닥도 5′에서 읽으면 GAATTC로 같아, 두 가닥이 엇갈려 잘리면서 짧은 단일 가닥 끝(점착 말단)이 남는다. 같은 효소로 자른 DNA끼리는 이 끝이 상보적으로 붙고, DNA 연결 효소가 뼈대를 이어 준다.
같은 제한 효소로 원하는 유전자와 운반체(플라스미드)를 자르고, DNA 연결 효소로 이어 재조합 DNA를 만든다. 이를 세균에 넣으면 세균이 분열할 때마다 재조합 DNA가 복제되고, 유전자가 발현되어 원하는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그림 1에서 인식 서열의 길이를 바꾸어 보자. 4염기를 알아보는 효소는 256 염기쌍마다, 6염기는 4096, 8염기는 6만 5천 염기쌍마다 자른다. 그래서 유전자 하나를 통째로 꺼내려면 인식 서열이 긴 효소가 알맞고, DNA를 잘게 조각내려면 짧은 효소가 알맞다.1
3.1.2도구가 하나씩 늘어난 역사
1970년대에 제한 효소와 연결 효소로 유전자 재조합이 가능해졌다. 1977년에는 DNA 염기 서열 분석법이, 1983년에는 DNA를 대량으로 늘리는 중합 효소 연쇄 반응(PCR)이 개발되었다. 2003년 인간 유전체 사업이 31억 염기쌍을 모두 읽었고, 2012년 원하는 서열을 찾아 자르는 유전자 가위 CRISPR가 등장했다. 도구가 하나 늘 때마다 할 수 있는 일이 크게 넓어졌다. 특히 염기 서열 분석의 비용은 20년 사이 수십만 분의 1로 떨어졌다.
3.1.3예제 풀이
6염기 인식 효소로 대장균 유전체(460만 염기쌍)와 사람 유전체(31억 염기쌍)를 자르면 각각 대략 몇 곳이 잘리는가? 길이 5000 염기쌍인 플라스미드를 이 효소로 자르면 평균 몇 곳이 잘리며, 운반체로 쓰기에 알맞은가?
평균 절편 길이는 \(4^6 = 4096\) 염기쌍이다. 대장균은 \(\dfrac{4.6 \times 10^6}{4096} \approx 1100\)곳, 사람은 \(\dfrac{3.1 \times 10^9}{4096} \approx 76\)만 곳이 잘린다.
플라스미드는 \(\dfrac{5000}{4096} \approx 1.2\)곳으로 평균 한 곳쯤 잘린다. 운반체는 딱 한 곳만 잘려 유전자를 끼워 넣을 수 있어야 하므로, 실제로는 인식 서열이 플라스미드에 정확히 한 곳만 있도록 설계한다. 이렇게 확률로 어림하면 어떤 효소를 고를지 미리 판단할 수 있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생명공학이 도구를 하나씩 손에 넣어 온 과정을 따라가 보자.
- 실제 DNA는 염기가 무작위로 늘어서 있지 않아 이 어림과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사람 유전체는 CG가 이어진 서열이 기대보다 훨씬 드물다.
제한 효소는 특정 염기 서열을 알아보고 잘라 점착 말단을 만들며, 연결 효소로 이어 붙이면 재조합 DNA가 된다. 인식 서열이 \(n\)염기이면 평균 \(4^n\) 염기쌍마다 한 번 자른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DNA를 원하는 자리에서 자르고 붙이려면 그 자리의 서열을 알아보는 제한 효소와 잇는 연결 효소, 그리고 세균에 넣을 운반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