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기술의 활용
본문범죄 현장에 남은 머리카락 한 올, 침 한 방울에서 DNA를 얻으면 용의자를 가려낼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의 DNA는 99.9%가 같다. 남은 0.1% 차이로 어떻게 한 사람을 가려낼까? 그리고 그 아주 적은 양의 DNA로 어떻게 분석에 충분한 양을 얻을까? 몇 군데를 검사해야 다른 사람과 우연히 같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있을까?
3.3.1DNA 지문
사람의 유전체에는 2~5염기의 짧은 서열이 여러 번 반복된 부분이 있다. 이를 짧은 연쇄 반복(STR)이라 한다. 같은 자리라도 반복 횟수가 사람마다 달라, 어떤 사람은 GATA가 8번, 어떤 사람은 12번 반복된다. 이 반복 횟수의 조합을 DNA 지문이라 한다. 사람은 각 자리에 부모에게서 받은 대립유전자를 두 개 가지므로, 한 자리마다 반복 횟수가 두 개씩 나온다.
시료에서 DNA를 추출하고, PCR로 STR 부위들을 늘린 뒤, 전기 영동으로 크기에 따라 나누어 반복 횟수를 읽는다. 작은 DNA 조각일수록 젤 속을 빨리 이동한다.
머리카락 뿌리 한 개에 든 DNA는 수 ng에 불과하다. 그러나 PCR로 30주기를 돌리면 원하는 부위가 10억 배 넘게 늘어나 분석할 수 있다. 그림 1에서 부위 수를 바꾸어 보자. 각 부위가 서로 다른 염색체에 있거나 멀리 떨어져 독립적으로 유전되므로 확률은 곱해진다. 부위를 하나 늘릴 때마다 우연히 일치할 확률이 10분의 1로 준다.1
3.3.2여러 가지 활용
DNA 지문은 범죄 수사와 친자 확인, 재난 희생자의 신원 확인에 쓰인다. 친자 확인에서는 아이의 대립유전자 두 개 가운데 하나가 어머니에게서, 하나가 아버지에게서 와야 하므로 모든 부위에서 이를 확인한다. 생명공학기술은 이 밖에도 유전병 진단, 감염병 검사, 멸종 위기 동물의 개체 확인, 식품 원산지 판별에 쓰인다. 수백 년 된 유골에서 얻은 DNA로 역사 속 인물의 신원을 밝히기도 한다.
3.3.3예제 풀이
STR 13곳을 검사하는데, 한 곳에서 무작위로 고른 사람의 유전자형이 용의자와 같을 확률이 0.1이라 하자. 무관한 사람이 13곳 모두 우연히 같을 확률을 구하여라. 세계 인구 80억 명 가운데 우연히 같은 사람이 있을 기댓값은 얼마인가?
13곳이 독립이므로 \(0.1^{13} = 10^{-13}\)이다. 기댓값은 \(8 \times 10^9 \times 10^{-13} = 8 \times 10^{-4}\)명, 곧 약 0.0008명이다.
즉 세계 인구 전체를 뒤져도 우연히 같은 사람이 나올 가능성은 1000분의 1도 안 된다. 그래서 DNA 지문이 일치하면 같은 사람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일란성 쌍둥이는 DNA가 같아 이 방법으로 구별할 수 없고, 형제는 대립유전자를 공유할 확률이 높아 따로 계산해야 한다. 또 시료가 다른 사람의 DNA로 오염되지 않도록 다루는 과정이 결과만큼 중요하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머리카락 한 올의 DNA로 사람을 가려내는 과정과, PCR이 아주 적은 양의 바이러스를 찾는 원리를 살펴보자.
- 실제 STR 대립유전자의 빈도는 부위와 집단마다 달라, 법과학에서는 각 집단의 빈도 자료로 확률을 따로 계산한다. 위의 0.1은 이해를 돕기 위한 어림값이다.
DNA 지문은 짧은 연쇄 반복의 반복 횟수 조합으로, PCR로 늘리고 전기 영동으로 읽는다. 독립적인 여러 부위를 검사하면 우연히 일치할 확률이 곱해져 급격히 작아진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답은 '그렇다'이다. 머리카락 한 올의 DNA도 PCR로 늘려 13곳 정도의 STR을 검사하면, 세계 인구 가운데 한 사람을 가려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