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소의 이용
본문사람의 효소는 40 °C만 넘어도 일을 잘 못하고, 60 °C쯤이면 대부분 변성된다. 그런데 미국 옐로스톤 국립 공원의 70 °C가 넘는 온천에서 사는 세균이 발견되었다. 이 세균의 효소는 90 °C에서도 멀쩡하다. 이 효소는 DNA를 하루 만에 수십억 배로 늘리는 기술을 가능하게 했다. 효소의 어떤 성질을 어떻게 이용한 것일까?
2.5.1효소를 이용하는 까닭
효소는 상온과 상압에서도 반응을 빠르게 하고, 원하는 기질에만 작용하여 부산물이 적다. 그래서 높은 온도와 압력이 필요한 화학 공정 대신 효소를 쓰면 에너지를 아끼고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다. 세탁 세제에 넣은 단백질 분해 효소와 지방 분해 효소는 찬물에서도 얼룩을 분해하고, 식품 공장은 아밀레이스로 녹말에서 물엿을 만든다. 병원에서는 포도당 산화 효소로 혈당을 잰다. 손가락 끝의 피 한 방울을 묻히는 혈당 측정 막대에는 이 효소가 발라져 있어, 포도당이 산화될 때 흐르는 작은 전류로 농도를 읽는다.
효소를 산업에 쓰려면 원하는 반응에 대한 기질 특이성, 공정 조건(온도, pH)에서의 안정성, 대량으로 얻는 방법을 함께 따져야 한다. 극한 환경의 생물은 그런 조건에서 일하는 효소의 좋은 공급원이다.
2.5.2중합 효소 연쇄 반응
DNA를 늘리려면 이중 나선을 95 °C쯤으로 데워 두 가닥으로 떼고, 55 °C쯤으로 식혀 짧은 시작 가닥(프라이머)을 붙인 뒤, 72 °C에서 DNA 중합 효소가 새 가닥을 잇게 한다. 이 세 단계를 한 번 하면 DNA가 두 배가 된다. 그런데 사람이나 대장균의 DNA 중합 효소는 95 °C에서 변성되어 매번 새로 넣어야 했다. 온천 세균에서 얻은 Taq 중합 효소는 95 °C를 견디므로 처음에 한 번만 넣으면 수십 번을 되풀이할 수 있다.1
그림 1에서 온도를 70 °C에 두면 사람 효소는 활성이 거의 없지만 고온성 효소는 가장 잘 일한다. 고온성 효소는 아미노산 사이의 결합이 더 많고 단단하게 접혀 있어 열에 쉽게 풀리지 않는다.
2.5.3예제 풀이
DNA 분자 10개에서 시작하여 중합 효소 연쇄 반응을 30주기 하면 DNA는 대략 몇 개가 되는가? 한 주기에 3분이 걸린다면 몇 시간이 걸리는가? 사람의 효소를 썼다면 효소를 몇 번 넣어야 하는가?
한 주기마다 2배가 되므로 \(10 \times 2^{30} \approx 10 \times 1.07 \times 10^9 \approx 1.1 \times 10^{10}\)개, 곧 약 100억 개이다. 걸리는 시간은 \(30 \times 3 = 90\)분, 1시간 30분이다.
사람의 효소를 쓰면 95 °C 단계마다 효소가 변성되므로 30주기 동안 30번 새로 넣어야 한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시험관을 매번 열어야 해 다른 DNA가 섞일 위험도 크다. 그래서 고온성 효소 하나가 유전자 검사, 감염병 진단, 범죄 수사의 DNA 감식을 빠르고 값싸게 만들었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효소가 실험실 밖 어디에서 일하고 있는지 더 찾아보자.
- 중합 효소 연쇄 반응(PCR)은 1983년 멀리스가 고안하여 1993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Taq는 이 효소를 가진 세균 Thermus aquaticus의 이름에서 따왔다.
효소는 온화한 조건에서 특정 반응만 빠르게 일으켜 세제, 식품, 의료, 연구에 널리 쓰이며, 쓸 때는 기질 특이성과 공정 조건에서의 안정성을 따진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온천 세균 효소는 DNA 가닥을 떼는 95 °C에서도 변성되지 않아, 한 번 넣고 주기를 수십 번 되풀이하는 중합 효소 연쇄 반응을 가능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