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시스템의 화학 반응
본문녹말을 시험관에 넣고 37 °C에 두면 며칠이 지나도 거의 분해되지 않는다. 그런데 입속에서는 침과 섞이자마자 몇 분 만에 엿당으로 분해된다. 세포는 높은 열도, 강한 산도 쓰지 않고 어떻게 반응을 이렇게 빠르게 할까? 그리고 세포는 필요한 물질만 어떻게 골라 들일까?
3.5.1세포막은 문지기
세포는 세포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세포막은 인지질 두 겹 사이사이에 단백질이 박힌 구조이다. 산소와 이산화 탄소처럼 작은 분자는 인지질 층을 그대로 통과해 농도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확산한다. 그런데 포도당이나 이온처럼 크거나 전하를 띤 물질은 인지질 층을 지나기 어려워, 막에 박힌 운반 단백질이나 통로 단백질을 거쳐야 한다.
이렇게 물질에 따라 통과시키는 정도가 다른 성질을 선택적 투과성이라 한다. 물이 막을 지나 농도가 높은 쪽으로 이동하는 삼투도 이 성질에서 생긴다. 세포는 이 문지기 덕분에 필요한 물질은 들이고 노폐물은 내보내며, 안쪽 환경을 일정하게 지킨다.
3.5.2반응에는 넘어야 할 언덕이 있다
화학 반응이 일어나려면 반응물 분자들이 일정한 에너지 이상을 가지고 부딪쳐야 한다. 이 최소한의 에너지를 활성화 에너지라 한다. 그림 1처럼 반응물에서 생성물로 가는 길에 언덕이 있고, 언덕을 넘을 만큼 에너지가 있는 분자만 반응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시험관의 녹말이 잘 분해되지 않는 것은 체온에서 이 언덕을 넘는 분자가 아주 적기 때문이다.
생명체에서 만들어져 화학 반응의 활성화 에너지를 낮추어 반응 속도를 빠르게 하는 생체 촉매를 효소라 한다. 효소는 주로 단백질이며, 반응 전후에 변하지 않아 여러 번 다시 쓰인다.
그림 1의 슬라이더로 효소의 효과를 키우면 언덕만 낮아지고, 반응물과 생성물의 높이, 곧 반응에서 나오는 에너지는 그대로이다. 따라서 효소는 반응이 일어날지 말지를 바꾸지 않고 얼마나 빨리 일어날지만 바꾼다. 언덕이 조금만 낮아져도 넘을 수 있는 분자의 수는 크게 늘어난다.1
3.5.3효소는 짝이 맞는 물질에만 작용한다
효소가 작용하는 물질을 기질이라 한다. 효소에는 기질이 들어맞는 오목한 자리(활성 부위)가 있어서, 모양이 맞는 기질에만 결합한다. 그래서 침의 아밀레이스는 녹말만 분해하고 단백질은 분해하지 못한다. 이 성질을 기질 특이성이라 한다.
효소는 단백질이므로 온도와 pH에 민감하다. 사람의 효소는 대개 체온 근처에서 가장 활발하고, 너무 뜨거우면 단백질의 모양이 변해 활성 부위가 망가진다. 위에서 일하는 펩신은 산성에서, 침의 아밀레이스는 중성에서 가장 잘 작용한다.
3.5.4예제 풀이
과산화 수소수에 생감자 조각을 넣으면 거품(산소)이 많이 나고, 삶은 감자 조각을 넣으면 거의 나지 않는다. 또 생감자 조각을 넣은 시험관에 과산화 수소수를 더 부으면 거품이 다시 난다. 이 결과를 효소로 설명하여라.
감자 세포에는 과산화 수소를 물과 산소로 분해하는 효소인 카탈레이스가 있다. 생감자에서 거품이 많이 나는 것은 이 효소가 활성화 에너지를 낮추어 분해 반응을 빠르게 했기 때문이다.
삶은 감자에서 거품이 거의 나지 않는 것은, 높은 온도에서 단백질인 카탈레이스의 모양이 변해 활성 부위가 망가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질인 과산화 수소가 있어도 결합하지 못한다.
과산화 수소수를 더 부었을 때 거품이 다시 나는 것은, 첫 반응이 끝난 뒤에도 효소가 변하지 않고 남아 있다가 새 기질과 반응했기 때문이다. 즉 거품이 멈춘 까닭은 효소가 아니라 기질이 다 떨어진 것이었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세포막의 통과와 효소의 작용을 직접 조작해 보자.
- 카탈레이스가 있으면 과산화 수소의 분해가 효소가 없을 때보다 수십억 배 이상 빨라진다고 알려져 있다. 세포 속 거의 모든 화학 반응에는 각각을 맡은 효소가 있다.
세포막은 선택적 투과성으로 물질의 출입을 조절하고, 세포 속 반응은 효소가 활성화 에너지를 낮추어 체온에서도 빠르게 일어나게 한다. 효소는 모양이 맞는 기질에만 작용하고 반응 뒤에도 그대로 남는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녹말은 침 속의 아밀레이스가 언덕을 낮추어 준 덕분에 입속에서 몇 분 만에 분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