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진단
본문감염된 사람의 95%를 양성으로 찾아내고, 감염되지 않은 사람의 98%를 음성으로 판정하는 검사가 있다. 꽤 정확해 보인다. 그런데 감염자가 1%뿐인 지역에서 이 검사로 양성이 나온 사람이 실제로 감염되었을 확률은 얼마일까? 95%일까?
3.1.1아주 적은 바이러스를 찾는 방법
콧속을 문지른 면봉에 묻은 바이러스는 너무 적어서 그대로는 찾을 수 없다. 그래서 바이러스의 유전 물질에서 특정한 부분만 골라 복제해 늘린다. 이것이 중합 효소 연쇄 반응(PCR)이다. 온도를 올려 DNA 두 가닥을 떼어 놓고, 온도를 낮추어 찾으려는 부분의 양 끝에 짧은 프라이머를 붙인 뒤, 효소로 나머지를 이어 붙인다. 이 한 번의 순환마다 목표 DNA가 두 배가 된다.
두 배씩 늘어나므로 30번 순환하면 \(2^{30} \approx 10^9\)배, 곧 약 10억 배가 된다. 처음에 바이러스 유전 물질이 몇 개뿐이어도 30번이면 형광 신호로 잴 수 있을 만큼 많아진다. 반면 신속 항원 검사는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항체로 직접 잡아 줄을 나타내므로 빠르지만, 늘리는 과정이 없어 바이러스가 적으면 놓치기 쉽다.1
3.1.2검사의 정확도를 나타내는 두 수
민감도는 실제 감염자 가운데 검사가 양성으로 판정하는 비율이고, 특이도는 실제 비감염자 가운데 검사가 음성으로 판정하는 비율이다. 감염자를 음성으로 판정하면 거짓 음성, 비감염자를 양성으로 판정하면 거짓 양성이라 한다.
그런데 검사를 받은 사람이 알고 싶은 것은 민감도가 아니다. '내가 양성이 나왔는데, 정말 감염일 확률'이다. 이 값은 검사의 성능뿐 아니라 검사를 받는 집단에 감염자가 얼마나 있는지에도 달려 있다.
그림 1로 1000명을 생각해 보자. 감염자 비율이 1%이면 감염자는 10명이고, 그 가운데 95%인 약 9.5명이 양성이다. 비감염자 990명 가운데 2%인 약 19.8명도 양성이 나온다(거짓 양성). 따라서 양성은 모두 약 29.3명이고, 그 가운데 실제 감염자는 9.5명뿐이다. 즉 양성인 사람이 실제로 감염되었을 확률은 \(\dfrac{9.5}{29.3} \approx 32\%\)이다.
3.1.3예제 풀이
같은 검사(민감도 95%, 특이도 98%)를 증상이 있어 감염자 비율이 20%인 사람들에게 쓰면, 양성인 사람이 실제로 감염되었을 확률은 얼마인가? 또 1%인 지역에서 양성이 나온 사람에게 같은 검사를 한 번 더 해서 다시 양성이 나오면 확률은 어떻게 될까?
1000명 가운데 감염자 200명의 95%인 190명이 양성이다. 비감염자 800명의 2%인 16명이 거짓 양성이다. 따라서 양성 206명 가운데 190명이 감염자이므로 확률은 \(\dfrac{190}{206} \approx 92\%\)이다. 감염자가 흔한 집단에서는 같은 검사의 양성이 훨씬 믿을 만해진다.
두 번째 질문에서는 첫 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29.3명이 새 집단이다. 이 집단의 감염자 비율은 약 32%이다. 이들 가운데 감염자 9.5명의 95%인 약 9.0명이 다시 양성이고, 비감염자 19.8명의 2%인 약 0.4명이 다시 거짓 양성이다. 그러면 확률은 \(\dfrac{9.0}{9.4} \approx 96\%\)로 높아진다.
그래서 감염자가 드문 상황에서 선별 검사가 양성이면, 바로 확진하지 않고 더 정확한 검사로 다시 확인한다. 검사 결과의 의미는 검사의 성능과 검사를 받는 집단을 함께 보아야 정해진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PCR의 순환 횟수와 감염자 비율을 바꾸며 직접 확인해 보자.
- PCR 결과에 쓰는 Ct 값은 형광 신호가 기준을 넘을 때까지의 순환 횟수이다. Ct 값이 작을수록 처음에 바이러스 유전 물질이 많았다는 뜻이며, Ct가 3 작으면 처음 양이 약 \(2^3 = 8\)배 많았던 셈이다.
PCR은 목표 DNA를 순환마다 두 배로 늘려 아주 적은 바이러스도 찾아낸다. 그러나 양성 판정이 실제 감염을 뜻할 확률은 민감도, 특이도와 함께 집단의 감염자 비율에 달려 있어, 감염자가 드물면 거짓 양성의 비중이 커진다. 그래서 처음 질문에서 감염자가 1%인 지역의 양성자는 실제 감염일 확률이 약 32%에 그치며, 다시 검사해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