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과학 탐구의 윤리
본문어느 병원이 흉부 사진을 보고 병을 찾아내는 인공지능을 들여왔다. 개발 회사는 이 인공지능이 실제 환자의 80%를 찾아내고, 건강한 사람의 90%를 건강하다고 판정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성능은 두 지역의 환자에게 똑같다고 했다. 그런데 병이 흔한 A 지역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대부분 실제 환자였지만, 병이 드문 B 지역에서는 절반 넘게 건강한 사람이었다. 같은 인공지능이 왜 이런 차이를 낼까? 이것은 공정한 것일까?
3.3.1판정을 믿을 수 있는 정도
판정 도구의 성능은 두 가지로 말한다. 실제 환자를 양성으로 찾아내는 비율이 민감도이고, 건강한 사람을 음성으로 판정하는 비율이 특이도이다. 그런데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이 알고 싶은 것은 '내가 정말 환자일 확률'이다. 이 확률은 민감도와 특이도뿐 아니라, 그 집단에 환자가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 달라진다. 환자가 드문 집단에서는 건강한 사람이 워낙 많아서, 그 10%만 잘못 양성으로 나와도 실제 환자보다 많아질 수 있다.
환자의 비율이 \(p\), 민감도가 \(a\), 특이도가 \(b\)이면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이 실제 환자일 확률은 \[\frac{pa}{pa + (1-p)(1-b)}\]이다. 환자의 비율 \(p\)가 집단마다 다르면, 같은 도구라도 이 값이 집단마다 다르다.
그림 1에서 B 집단의 환자 비율을 바꾸어 보자. A 집단은 환자가 30%라서 양성 판정 가운데 실제 환자가 약 77%이다. B 집단의 환자가 10%이면 이 값은 약 47%로 떨어져,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의 절반 넘게 건강한 사람이다. B 지역 사람들은 불필요한 추가 검사와 걱정을 더 많이 겪는다. 그래서 민감도와 특이도를 같게 맞추면 양성 예측도가 달라지고, 양성 예측도를 같게 맞추면 민감도나 특이도가 달라진다.1
3.3.2공정성의 여러 기준
공정함을 수로 나타내는 기준은 여러 가지이다. 실제 환자를 찾아내는 비율이 집단마다 같아야 한다는 기준이 있고, 양성 판정을 믿을 수 있는 정도가 같아야 한다는 기준이 있다. 그런데 집단마다 실제 비율이 다르면 이 두 기준을 동시에 완전히 맞출 수는 없다는 것이 수학적으로 밝혀졌다. 그래서 어떤 기준을 앞세울지는 계산만으로 정할 수 없고, 그 판정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따지는 윤리적 판단이 필요하다. 그리고 학습 자료에 어떤 집단이 적게 들어가면, 그 집단에서는 민감도 자체가 떨어지는 더 큰 문제가 생긴다.
3.3.3예제 풀이
민감도 80%, 특이도 90%인 판정을 B 지역 1000명에게 적용한다. B 지역의 실제 환자는 10%이다. 양성 판정을 받는 사람은 모두 몇 명이며, 그 가운데 실제 환자는 몇 명인가? 같은 판정을 환자가 30%인 A 지역 1000명에게 적용하면 어떻게 되는가?
B 지역에는 환자 100명과 건강한 사람 900명이 있다. 환자 가운데 \(100 \times 0.8 = 80\)명이 양성, 건강한 사람 가운데 \(900 \times 0.1 = 90\)명이 잘못 양성으로 나온다. 양성 판정은 모두 170명이고, 그 가운데 실제 환자는 \(80 \div 170 \approx 47\)%이다.
A 지역에서는 환자 300명 가운데 240명, 건강한 사람 700명 가운데 70명이 양성으로 나와 모두 310명이다. 실제 환자는 \(240 \div 310 \approx 77\)%이다. 즉 같은 도구로도 B 지역 사람은 양성 판정을 받았을 때 실제 환자일 확률이 훨씬 낮다. 그래서 인공지능을 쓰는 병원은 지역의 상황에 맞추어 판정 기준을 조정할지, 추가 검사를 어떻게 안내할지를 결정하고, 그 결정의 근거를 환자에게 설명해야 한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인공지능 판정의 공정성을 여러 기준으로 따져 보고, 융합과학 탐구에서 지켜야 할 윤리를 토론해 보자.
- 2016년 미국에서 재범 가능성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두고 큰 논쟁이 있었다. 비판하는 쪽은 흑인 피고인이 잘못 고위험으로 판정되는 비율이 높다고 했고, 개발사는 고위험 판정이 맞는 비율은 인종마다 같다고 맞섰다. 두 주장은 모두 계산상 옳았다.
양성 판정이 맞을 확률은 민감도와 특이도뿐 아니라 집단의 실제 비율에 따라 달라지므로, 같은 정확도의 인공지능도 비율이 다른 집단에서는 다르게 틀린다. 그리고 실제 비율이 다르면 여러 공정성 기준을 동시에 맞출 수 없어, 어떤 기준을 앞세울지는 윤리적 판단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인공지능은 성능이 같아도 병이 드문 B 지역에서 건강한 사람을 더 많이 양성으로 판정하며, 이를 어떻게 다룰지가 공정성의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