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로봇
본문사진을 보고 고양이인지 개인지 맞히는 인공지능은 누가 규칙을 하나하나 적어 준 것이 아니다. 예시를 많이 보고 스스로 규칙을 찾았다. 그렇다면 '배운다'는 것은 정확히 무엇을 바꾸는 일일까? 그리고 인공지능이 '99% 확실하다'고 말하면 믿어도 될까?
3.3.1예시에서 규칙을 찾는 기계 학습
사람이 고양이와 개를 구별하는 규칙을 말로 다 적기는 어렵다. 그래서 인공지능에게 고양이 사진과 개 사진을 정답과 함께 수만 장 보여 주고, 스스로 구별하는 규칙을 찾게 한다. 이렇게 자료에서 규칙을 찾아내는 방법을 기계 학습이라 한다.
그림 1을 단순한 예로 보자. 동물마다 두 가지 특징, 가령 귀의 뾰족한 정도와 주둥이 길이를 재어 점으로 찍었다. 빨간 점과 파란 점을 가르는 경계선을 정하면, 새 동물이 선의 어느 쪽에 오느냐로 종류를 판정할 수 있다. 학습은 처음에 아무렇게나 그은 선을, 틀린 예시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조금씩 옮기는 일이다.
기계 학습에서 학습이란 예시 자료를 보고, 모델의 답과 정답의 차이(오차)가 줄어들도록 모델의 매개변수를 조금씩 고쳐 나가는 과정이다.
그림 1의 슬라이더로 경계선을 움직여 보자. 맞힌 비율이 높아지는 쪽으로 기울기와 높이를 바꾸는 것이 학습이 하는 일이다. 실제 인공지능은 매개변수가 수백만에서 수천억 개이지만 원리는 같다.1
3.3.2인공지능의 답을 믿기 어려운 때
인공지능은 배운 자료와 비슷한 경우에만 잘 맞힌다. 고양이와 개 사진만 배운 인공지능에게 여우 사진을 보여 주면, 둘 중 하나로 '확실하게' 답한다. 이때 내놓는 확신의 정도는 '자기가 배운 두 종류 가운데 어느 쪽에 더 가까운가'일 뿐, 실제로 맞을 확률이 아니다. 또 자료가 한쪽으로 치우치면 인공지능도 치우친 판단을 배운다.
3.3.3로봇: 감지하고 판단하고 움직인다
로봇은 센서로 주변을 감지하고, 프로그램이나 인공지능으로 판단해, 모터 같은 구동 장치로 움직이는 기계이다. 선을 따라가는 로봇은 바닥의 밝기 센서로 선의 위치를 재고, 선이 왼쪽으로 치우치면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움직인 뒤에는 다시 센서로 재어 판단을 고친다. 이 되먹임 고리 덕분에 로봇은 예상하지 못한 굽은 길도 따라갈 수 있다.
3.3.4예제 풀이
고양이 사진 950장과 개 사진 50장으로 학습한 인공지능이 시험 사진 1000장(고양이 950장, 개 50장)에서 '정확도 95%'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 인공지능은 모든 사진에 '고양이'라고 답하고 있었다. 이 정확도를 믿어도 될까? 개를 몇 장 찾아냈는가?
모든 사진에 '고양이'라고 답하면 고양이 950장은 모두 맞히고 개 50장은 모두 틀린다. 따라서 정확도는 \(\dfrac{950}{1000} = 95\%\)이다. 숫자만 보면 훌륭해 보인다.
하지만 개는 50장 가운데 한 장도 찾아내지 못했다. 개를 찾아낸 비율, 곧 개에 대한 민감도는 0%이다. 자료가 한쪽으로 크게 치우치면 아무것도 배우지 않고 많은 쪽만 답해도 정확도가 높게 나온다.
그래서 인공지능의 성능은 정확도 하나가 아니라 종류마다 맞힌 비율을 따로 보고, 학습 자료를 고르게 모아야 한다. 감염병 진단에서 민감도와 특이도를 따로 본 것과 같은 이유이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작은 인공지능을 직접 학습시키고, 그 답을 시험해 보자.
- 사진을 다루는 인공지능은 사람이 정한 특징 대신 화소 값에서 직접 특징을 찾아낸다. 여러 층의 인공 신경망을 쓰는 이 방법을 딥러닝이라 한다.
기계 학습은 예시 자료에서 오차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모델의 매개변수를 조금씩 고치는 일이고, 로봇은 감지, 판단, 행동의 고리를 되풀이하며 움직인다. 인공지능은 배운 자료와 비슷한 경우에만 믿을 만하며, 자료가 치우치면 판단도 치우친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99% 확실하다'는 실제로 맞을 확률이 아니므로, 배운 자료와 상황을 함께 따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