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와 디지털 신호
본문목소리는 공기의 압력이 끊김 없이 오르내리는 연속적인 변화이다. 그런데 휴대 전화는 이 소리를 0과 1로 된 숫자로 저장하고 보낸다. 끊김 없는 변화를 띄엄띄엄한 숫자로 바꾸면 무엇이 남고 무엇을 잃을까?
1.4.1아날로그와 디지털
온도계의 액체 기둥은 온도에 따라 끊김 없이 오르내린다. 이렇게 연속적으로 변하는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라 한다. 반면 디지털 온도계는 '23.4'처럼 정해진 자리의 숫자만 보여 준다. 띄엄띄엄한 값만 갖는 신호를 디지털 신호라 한다.
컴퓨터는 전압이 높은지 낮은지, 곧 1인지 0인지만 구별하는 장치이다. 그래서 자연의 변화를 컴퓨터로 다루려면 먼저 센서로 전기 신호로 바꾸고, 그 전기 신호를 숫자로 바꾸어야 한다. 가령 온도 센서인 서미스터는 온도에 따라 저항이 바뀌고, 그 결과 흐르는 전압이 바뀐다.
1.4.2표본화와 양자화
아날로그 신호를 숫자로 바꾸는 일은 두 단계이다. 먼저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신호의 값을 잰다. 이것을 표본화라 하고, 1초에 잰 횟수를 표본화 주파수라 한다. 다음으로 잰 값을 미리 정해 둔 몇 개의 단계 가운데 가장 가까운 것으로 바꾼다. 이것을 양자화라 한다.
그림 1의 슬라이더로 1주기당 표본 수를 줄여 보자. 표본이 2개보다 적어지면 원래의 진동 모양을 되살릴 수 없다. 반대로 비트 수를 줄이면 단계가 거칠어져 계단처럼 보인다. 비트 수가 \(n\)이면 단계는 \(2^n\)개이므로, 비트 하나가 늘 때마다 단계가 두 배로 촘촘해진다.
표본화 주파수가 신호의 가장 높은 진동수의 2배보다 커야 원래 신호를 되살릴 수 있다. 양자화 비트 수가 \(n\)이면 값을 \(2^n\)단계로 나타낸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약 20 000 Hz까지이다. 그래서 음악 CD는 그 두 배보다 조금 큰 44 100 Hz로 표본화하고, 값 하나를 16비트, 곧 \(2^{16} = 65\,536\)단계로 나타낸다.1
1.4.3왜 굳이 디지털일까
숫자로 바꾸면 약간의 정보를 잃는데도 디지털을 쓰는 까닭은 잡음에 강하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신호는 전선을 지나며 조금씩 일그러지면 그 일그러짐이 그대로 남는다. 하지만 디지털 신호는 0과 1만 구별하면 되므로, 일그러져도 원래 값을 그대로 되살릴 수 있다. 그래서 몇 번을 복사하고 멀리 보내도 처음과 똑같다.
1.4.4예제 풀이
음악 CD의 방식(44 100 Hz, 16비트, 왼쪽과 오른쪽 2채널)으로 1분짜리 곡을 저장하면 몇 바이트가 필요할까? (1바이트는 8비트이다.)
1초에 표본을 44 100개 잰다. 표본 하나는 16비트이고 채널이 2개이므로, 1초에 필요한 비트는 \(44\,100 \times 16 \times 2 = 1\,411\,200\)비트이다. 이것을 8로 나누면 1초에 176 400바이트이다.
1분은 60초이므로 \(176\,400 \times 60 = 10\,584\,000\)바이트, 곧 약 10.6 MB이다. 그러면 74분짜리 음악 CD 한 장에는 약 780 MB의 소리 정보가 담기는 셈이다.
휴대 전화의 음악 파일이 1분에 1 MB 정도인 것은, 사람 귀가 잘 듣지 못하는 정보를 덜어 내는 압축을 쓰기 때문이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표본화 간격과 센서의 신호를 직접 바꾸며 숫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확인해 보자.
- 표본화 주파수가 가장 높은 진동수의 2배보다 낮으면, 빠른 진동이 느린 진동처럼 잘못 기록된다. 이 현상을 에일리어싱이라 하며, 영상에서 바퀴가 거꾸로 도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같은 원리이다.
연속적인 아날로그 신호는 센서로 전압이 된 뒤, 일정한 간격으로 값을 재는 표본화와 정해진 단계로 맞추는 양자화를 거쳐 디지털 숫자가 된다. 표본을 충분히 자주 재고 단계를 촘촘히 하면 원래 신호를 거의 그대로 되살릴 수 있고, 디지털 신호는 잡음에 강해 복사와 전송에서 손상되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목소리는 1초에 수만 번 잰 숫자의 나열로 휴대 전화에 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