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의 측정
본문원자핵의 지름은 약 \(10^{-15}\) m이고, 관측 가능한 우주의 지름은 약 \(10^{27}\) m이다. 두 길이는 무려 42자리나 차이가 난다. 사람은 이렇게 넓은 범위를 어떤 기준으로, 어떤 방법으로 잴까? 그리고 '1초'와 '1미터'는 누가 정할까?
1.1.1잴 수 있으려면 먼저 기준이 있어야 한다
길이를 잰다는 것은 '기준 길이의 몇 배인가'를 세는 일이다. 책상의 길이가 1.2 m라는 말은 1 m라는 기준을 1.2번 늘어놓은 길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측정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모두가 똑같이 쓰는 기준, 곧 단위이다.
그런데 기준이 사람이나 물건에 묶여 있으면 흔들린다. 옛날에는 왕의 발 길이나 쇠막대 하나를 기준으로 삼았는데, 막대는 온도에 따라 늘어나고 시간이 지나면 닳는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자연에서 언제 어디서나 똑같은 현상에 기준을 묶는다.
1.1.21초와 1미터의 정의
지금의 1초는 세슘-133 원자가 특정한 빛을 흡수하고 내놓을 때 그 빛이 진동하는 횟수로 정한다. 세슘 원자는 지구 어디에서나, 언제나 같은 진동수를 가지기 때문이다. 이 진동을 세는 시계가 원자시계이고, 수천만 년에 1초 정도밖에 어긋나지 않는다.
1초(s)는 세슘-133 원자의 바닥 상태 초미세 전이에서 나오는 복사가 9 192 631 770번 진동하는 시간이다. 1미터(m)는 빛이 진공에서 \(\dfrac{1}{299\,792\,458}\)초 동안 가는 거리이다.
미터의 정의가 시간과 빛의 속력으로 되어 있다는 데 주목하자. 빛의 속력을 정확히 299 792 458 m/s로 '정해' 두었기 때문에, 시간을 정확히 재면 길이가 따라서 정해진다. 다시 말해 지금의 측정 체계에서는 시간이 가장 기본이 되는 양이다.1
1.1.3자로 잴 수 없는 길이
자는 대략 \(10^{-4}\) m에서 \(10^{2}\) m 사이에서만 쓸 수 있다. 그보다 작거나 크면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아주 작은 것은 현미경이나 빛, 전자의 성질을 써서 재고, 아주 먼 것은 대개 빛이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잰다. 가령 아폴로 우주인이 달에 둔 거울에 레이저를 쏘면 빛이 돌아오는 데 약 2.56초가 걸린다.
그림 2처럼 거리는 빛이 한 번 가는 데 걸린 시간에 빛의 속력을 곱한 값이다. 왕복 시간의 절반인 1.28초를 쓰면 \(3 \times 10^8 \times 1.28 \approx 3.8 \times 10^8\) m, 곧 약 38만 km이다. 위성 항법 장치(GPS)도 같은 원리로, 여러 위성에서 온 신호의 도착 시간 차이로 위치를 계산한다.
1.1.4예제 풀이
GPS 위성의 시계가 \(1 \times 10^{-6}\)초(백만분의 1초) 틀리면 위치는 얼마나 어긋날까? 또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가 \(1.5 \times 10^{11}\) m일 때, 지금 보는 햇빛은 몇 분 전에 태양을 떠난 것일까?
GPS는 신호가 오는 데 걸린 시간에 빛의 속력을 곱해 거리를 구한다. 시간이 \(10^{-6}\)초 틀리면 거리는 \(3 \times 10^8 \times 10^{-6} = 300\) m 틀린다. 따라서 위치를 몇 m 안으로 맞추려면 위성의 시계는 십억분의 몇 초까지 정확해야 하고, 그래서 위성에는 원자시계가 실린다.
햇빛이 오는 시간은 거리를 속력으로 나누면 된다. \(\dfrac{1.5 \times 10^{11}}{3 \times 10^8} = 5 \times 10^2 = 500\)초이고, 이것은 약 8분 20초이다. 즉 우리가 보는 태양은 약 8분 전의 모습이다.
두 계산 모두 10의 거듭제곱으로 쓰니 지수끼리 더하고 빼는 것만으로 크기를 바로 알 수 있었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눈금을 움직이며 여러 대상의 크기를 비교하고, 시계와 GPS가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 직접 확인해 보자.
- 미터는 처음(1790년대 프랑스) 북극에서 적도까지 자오선 길이의 1천만분의 1로 정했고, 이어 백금-이리듐 막대(국제 미터 원기)로 정했다가, 1983년부터 빛의 속력으로 정한다.
측정은 기준 단위의 몇 배인지를 세는 일이므로, 기준을 원자의 진동과 빛의 속력처럼 변하지 않는 자연 현상에 묶어 둔다. 1초는 세슘 원자의 진동 횟수로, 1미터는 빛이 가는 거리로 정하며, 자로 잴 수 없는 먼 거리는 빛이 오가는 시간으로 잰다. 그래서 원자핵에서 우주까지 42자리나 차이 나는 길이도 같은 기준 위에서 10의 거듭제곱으로 나란히 비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