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탐구 도구와 인공지능
본문스마트 플러그를 콘센트에 꽂으면 그 플러그에 연결한 냉장고의 전력이 스마트폰 앱에 기록된다. 그런데 센서는 전력을 끊임없이 재지 않고, 몇 초나 몇 분에 한 번씩 값을 찍어 보낸다. 냉장고의 압축기는 10분쯤 켜졌다가 20분쯤 꺼지기를 되풀이한다. 그렇다면 30분에 한 번만 재도 하루 전력량을 알 수 있을까? 측정 간격을 줄이면 무엇이 좋아지고, 무엇을 잃을까?
1.4.1표본화와 측정 간격
디지털 센서는 연속으로 변하는 양을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잘라 숫자로 바꾸어 저장한다. 이를 표본화라 하고, 두 측정 사이의 시간을 측정 간격이라 한다. 컴퓨터는 이 숫자들만 가지고 계산하므로, 두 측정 사이에 일어난 일은 알 수 없다. 그래서 측정 간격이 현상이 변하는 빠르기보다 길면 중요한 변화를 놓치거나, 우연히 같은 순간만 골라 재어 엉뚱한 결론에 이른다.
주기 \(T\)로 되풀이되는 변화를 기록하려면 측정 간격 \(\Delta t\)가 \(T\)의 절반보다 짧아야 한다. 실제 탐구에서는 \(T\)의 10분의 1 이하로 잡는 것이 안전하다. 전력량은 전력과 시간의 곱을 더한 값 \(\sum P_i\, \Delta t\)로 계산한다.
그림 1에서 측정 간격을 바꾸어 보자. 압축기의 주기는 30분, 곧 1800초이다. 10초마다 재면 하루 전력량이 참값 1.28 kWh와 거의 같다. 그런데 간격을 1800초로 늘리면 센서는 날마다 같은 순간만 찍게 되어, 그 순간이 켜진 때라면 하루 전력량을 3.6 kWh로, 꺼진 때라면 0.12 kWh로 계산해 실제의 약 2.8배나 10분의 1이 된다. 즉 측정 간격이 주기와 맞물리면 오차가 우연이 아니라 한쪽으로 치우친다.1
1.4.2자주 재는 것의 대가와 인공지능
그렇다고 무조건 자주 재는 것이 좋지는 않다. 1초마다 재면 하루에 86400개의 값이 생기고, 센서의 배터리와 저장 공간, 통신량이 늘어난다. 그래서 현상의 빠르기에 맞추어 간격을 고른다. 이렇게 모은 많은 자료는 인공지능의 재료가 된다. 예를 들어 집 전체의 전력 기록만 보고 어느 순간에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가 켜졌는지를 기계 학습으로 구별하는 연구가 있다. 기계 학습은 전력이 변하는 모양의 특징을 스스로 찾아내므로, 표본화가 촘촘해야 특징을 잘 배운다.
1.4.3예제 풀이
그림 1의 냉장고에서 압축기는 30분마다 10분 동안 150 W, 나머지 20분 동안 5 W를 쓴다. 하루 전력량의 참값을 구하여라. 또 측정 간격 30분으로 압축기가 켜진 순간만 재었다면 하루 전력량을 얼마로 계산하게 되는가?
30분 동안 쓰는 에너지는 \(150 \times \dfrac{10}{60} + 5 \times \dfrac{20}{60} = 25 + 1.67 \approx 26.7\) Wh이다. 하루는 30분이 48번이므로 \(26.7 \times 48 \approx 1280\) Wh, 곧 약 1.28 kWh이다.
켜진 순간만 재었다면 하루 내내 150 W를 쓴 것으로 계산하므로 \(150 \times 24 = 3600\) Wh, 곧 3.6 kWh이다. 참값의 약 2.8배이다. 꺼진 순간만 재었다면 \(5 \times 24 = 0.12\) kWh로 거꾸로 크게 작아진다. 따라서 같은 센서라도 측정 간격 하나로 결과가 30배까지 달라진다. 디지털 도구가 편리할수록, 그 도구가 무엇을 언제 재는지 알고 써야 한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디지털 센서로 전력을 측정해 보고, 인공지능이 자료에서 규칙을 찾아 분류하는 원리를 살펴보자.
- 영화에서 앞으로 달리는 마차의 바퀴가 거꾸로 도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같은 현상이다. 카메라가 1초에 24장을 찍는 간격이 바퀴살이 돌아오는 주기와 맞물려 생긴다.
디지털 센서는 연속으로 변하는 양을 일정한 간격으로 표본화하므로, 측정 간격이 현상의 주기보다 충분히 짧아야 변화를 바르게 기록한다. 간격이 주기와 맞물리면 오차가 한쪽으로 치우치고, 너무 짧으면 자료량과 비용이 늘어난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냉장고는 30분 주기의 수십분의 1인 몇십 초 간격으로 재야 하루 전력을 바르게 알 수 있고, 30분에 한 번 재면 크게 틀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