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복제의 교정과 수선
본문사람 세포 하나에는 염기쌍이 약 64억 개 있다.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이것을 모두 베껴야 한다. 책으로 치면 한 쪽에 3000자씩 200만 쪽이 넘는 분량이다. 아무리 꼼꼼한 사람도 이만큼 베끼면 수천 군데는 틀린다. 그런데 세포는 분열 한 번에 틀린 채로 남는 염기가 한 개 안팎이다. 이렇게 정확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리고 틀린 염기가 남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3.1.1세 겹의 정확도
DNA 중합 효소는 주형 가닥의 염기와 맞는 뉴클레오타이드를 골라 새 가닥에 잇는다. 맞는 짝은 효소의 활성 부위에 꼭 들어맞고 틀린 짝은 모양이 어긋나므로, 이 선택만으로 약 10만 번에 한 번만 틀린다. 그래도 틀린 염기가 들어가면, 많은 중합 효소는 새 가닥을 거꾸로 3′에서 5′ 방향으로 되짚어 잘라 내는 기능이 있어 틀린 염기를 떼고 다시 붙인다. 이것이 교정이다. 복제가 끝난 뒤에도 남은 불일치는 불일치 수선 단백질이 찾아내, 새 가닥 쪽을 잘라 내고 다시 합성한다.
독립적인 단계들이 차례로 오류를 걸러 내면 최종 오류율은 각 단계에서 살아남는 비율의 곱이다. 염기 선택 약 \(10^{-5}\), 교정이 그 가운데 99%를 고쳐 \(10^{-7}\), 불일치 수선이 다시 99% 이상을 고쳐 약 \(10^{-10}\)이 된다.
그림 1에서 작동하는 단계를 늘려 보자. 염기 선택만 있으면 64억 염기쌍을 베낄 때 약 6만 4천 개가 틀린다. 교정이 더해지면 약 640개, 불일치 수선까지 더해지면 약 0.6개로 줄어든다. 단계마다 '거의 완벽하지 않은' 장치가 겹쳐 곱해지면서 아주 높은 정확도가 나오는 것이다. 불일치 수선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 사람은 오류가 수백 배 많이 남아 대장암 같은 암에 걸릴 위험이 크게 높다.1
3.1.2복제 뒤의 손상과 수선
복제할 때만 오류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자외선은 이웃한 두 타이민을 붙여 타이민 이량체를 만들고, 열과 화학 물질은 염기를 떨어뜨리거나 바꾼다. 세포 하나의 DNA는 하루에 수만 군데가 손상된다. 세포는 손상의 종류마다 다른 수선 장치를 쓴다. 바뀐 염기 하나는 그 염기만 잘라 내는 염기 절제 수선으로, 이량체처럼 가닥을 크게 비트는 손상은 그 둘레를 길게 잘라 내는 뉴클레오타이드 절제 수선으로 고친다. 상한 가닥을 잘라 내도 남은 가닥이 주형이 되므로 원래 서열로 되돌릴 수 있다. 두 가닥이 함께 끊어지면 상동 염색체를 주형으로 쓰거나 끊긴 끝을 그냥 이어 붙인다.
3.1.3예제 풀이
사람의 몸은 수정란에서 시작해 약 40번의 세포 분열을 거쳐 수십조 개의 세포가 된다. 분열마다 64억 염기쌍을 오류율 \(10^{-10}\)으로 베낀다면, 수정란에서 어른의 한 세포에 이르는 동안 그 세포의 DNA에 쌓인 복제 오류는 몇 개인가? 불일치 수선이 없어 오류율이 \(10^{-7}\)이라면 어떻게 되는가?
분열 한 번에 \(6.4 \times 10^9 \times 10^{-10} = 0.64\)개이므로, 40번 분열하면 \(0.64 \times 40 \approx 26\)개가 쌓인다. 이 대부분은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 부위에 떨어져 영향이 없다.
오류율이 \(10^{-7}\)이면 한 번에 640개, 40번이면 약 2만 6천 개가 쌓인다. 1000배 많다. 그러면 중요한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길 가능성도 1000배 커진다. 즉 마지막 단계의 수선 장치 하나가 몸 전체의 유전 정보를 지키는 데 결정적인 몫을 한다. 그래서 수선 유전자 자체에 결함이 있으면 암이 젊은 나이에 생기기 쉽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교정과 수선 장치를 단계별로 정리하고, 손상의 종류에 따라 어떤 장치가 일하는지 추론해 보자.
- 2015년 노벨 화학상은 DNA 수선의 원리를 밝힌 린달, 모드리치, 산자르에게 돌아갔다. 린달은 DNA가 생각보다 훨씬 불안정해 날마다 수많은 곳이 손상된다는 것을 보였다.
DNA 복제의 정확도는 중합 효소의 염기 선택, 3′→5′ 교정, 불일치 수선이 차례로 오류를 걸러 내며 곱으로 높아져 약 \(10^{-10}\)에 이른다. 복제 뒤에도 생기는 손상은 종류에 맞는 수선 장치가 남은 가닥을 주형 삼아 고친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세포는 64억 염기를 베끼면서도 겹겹의 교정과 수선 덕분에 틀린 채로 남는 염기를 한 개 안팎으로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