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 분자의 구조와 기능
본문DNA 용액을 천천히 데우면 어느 온도에서 두 가닥이 풀려 한 가닥씩 떨어진다. 이 온도를 녹는 온도라 한다. 그런데 이 온도는 생물마다 다르다. 70 °C가 넘는 온천에 사는 세균의 DNA는 대장균의 DNA보다 몇 도 더 높은 온도에서야 풀린다. 같은 네 가지 염기로 된 DNA가 왜 이렇게 다를까? 염기의 종류와 수는 같아도 어떤 염기가 짝을 짓느냐가 분자의 성질을 바꾼다.
1.1.1염기 쌍과 쌓임
DNA의 두 가닥은 마주 보는 염기끼리 수소 결합으로 이어져 있다. 아데닌(A)과 타이민(T)은 수소 결합 2개로, 구아닌(G)과 사이토신(C)은 3개로 짝을 짓는다. 그리고 납작한 염기 쌍들은 계단처럼 위아래로 차곡차곡 쌓여, 이웃한 염기 쌍끼리 끌어당기는 쌓임 상호 작용을 한다. G–C 쌍은 이 쌓임의 힘도 A–T 쌍보다 크다. 그래서 같은 길이의 DNA라도 G–C 쌍이 많을수록 두 가닥이 더 단단히 붙어 있다.
긴 DNA의 녹는 온도는 GC 함량에 거의 비례하여, 0.15 M 염 용액에서 \(T_m \approx 69.3 + 0.41 \times (\text{GC \%})\) °C이다. 녹는 온도에서 DNA의 절반이 한 가닥으로 풀려 있다. 풀린 DNA는 자외선을 더 많이 흡수하므로, 흡광도의 변화로 녹는 온도를 잰다.
그림 1에서 GC 함량을 바꾸어 보자. GC가 50%인 대장균 DNA는 약 90 °C에서 풀린다. GC가 70%에 가까운 고온성 세균의 DNA는 약 98 °C로 8 °C나 높다. GC 함량이 10%p 오를 때마다 녹는 온도가 약 4 °C 오른다. 즉 DNA의 기능, 곧 높은 온도에서도 정보를 지키는 능력은 어떤 원자가 들어 있느냐가 아니라 염기가 어떻게 짝을 짓고 쌓이느냐에서 나온다.1
1.1.2구조가 기능을 정하는 생체 분자
다른 생체 분자도 마찬가지이다. 녹말과 셀룰로스는 모두 포도당이 이어진 다당류이지만, 포도당끼리 잇는 방향이 다르다. 녹말은 사슬이 나선으로 감겨 에너지 저장에 알맞고 사람의 효소가 쉽게 끊는다. 셀룰로스는 곧은 사슬이 나란히 수소 결합을 맺어 단단한 섬유가 되고, 사람은 이를 소화하지 못한다. 단백질은 아미노산 순서가 접히는 모양을 정하고, 그 모양이 기능을 정한다. 지방산의 이중 결합이 시스형이냐 트랜스형이냐에 따라 막의 유동성도 달라진다.
1.1.3예제 풀이
길이가 1000 bp인 두 DNA가 있다. 하나는 GC 함량이 40%, 다른 하나는 60%이다. 두 DNA의 녹는 온도를 구하고, 각각 두 가닥 사이의 수소 결합이 모두 몇 개인지 비교하여라.
녹는 온도는 GC 40%가 \(69.3 + 0.41 \times 40 \approx 85.7\) °C, GC 60%가 \(69.3 + 0.41 \times 60 \approx 93.9\) °C로 약 8 °C 차이 난다.
GC 40%인 DNA에는 G–C 쌍 400개와 A–T 쌍 600개가 있으므로 수소 결합은 \(400 \times 3 + 600 \times 2 = 2400\)개이다. GC 60%인 DNA는 \(600 \times 3 + 400 \times 2 = 2600\)개로 약 8% 많다. 그런데 녹는 온도의 차이는 수소 결합만으로 다 설명되지 않고, G–C 쌍의 더 강한 쌓임 상호 작용이 큰 몫을 한다. 그래서 PCR에서 프라이머를 설계할 때도 GC 함량으로 붙는 온도를 미리 계산한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이성질체와 결합 방향에 따라 생체 분자의 성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해 보자.
- 1962년 마머와 도티는 여러 세균의 DNA를 데우며 흡광도를 재어, 녹는 온도가 GC 함량에 비례한다는 이 관계를 찾았다. 이 덕분에 녹는 온도만 재어 처음 보는 세균의 GC 함량을 어림할 수 있게 되었다.
DNA의 두 가닥은 염기 쌍의 수소 결합과 쌓임 상호 작용으로 붙어 있으며, 수소 결합 3개를 만들고 더 강하게 쌓이는 G–C 쌍이 많을수록 녹는 온도가 높다. 생체 분자의 기능은 무엇이 들어 있느냐보다 원자와 단위체가 어떻게 이어지고 배열되느냐에서 갈린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온천 세균의 DNA는 G–C 쌍의 비율이 높아, 대장균의 DNA보다 높은 온도에서야 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