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과 지질
본문버터와 올리브유는 둘 다 지방이다. 탄소, 수소, 산소로만 되어 있고 물에 녹지 않으며, 같은 질량에 비슷한 열량을 낸다. 그런데 냉장고에서 꺼낸 버터는 딱딱하고, 올리브유는 냉장고 안에서도 흐른다. 같은 지방인데 무엇이 다를까? 그리고 탄수화물은 같은 원소로 되어 있는데 왜 물에 잘 녹을까?
1.1.1탄수화물
탄수화물은 탄소, 수소, 산소가 대략 1 : 2 : 1의 비율로 결합한 물질이다. 포도당, 과당 같은 단당류가 기본 단위이고, 단당류 두 개가 결합하면 설탕, 엿당 같은 이당류, 수백에서 수천 개가 결합하면 녹말, 글리코젠, 셀룰로스 같은 다당류가 된다. 단당류와 이당류는 하이드록시기(−OH)가 많아 물과 수소 결합을 하므로 물에 잘 녹고 단맛이 난다.
그런데 같은 포도당으로 된 다당류라도 연결 방식에 따라 성질이 다르다. 녹말과 글리코젠은 포도당이 나선이나 가지 모양으로 이어져 효소로 쉽게 분해되므로 에너지 저장에 쓰인다. 셀룰로스는 포도당이 곧게 이어진 사슬들이 수소 결합으로 다발을 이루어 단단하므로 식물 세포벽을 만든다. 사람은 셀룰로스를 분해하는 효소가 없어 소화하지 못한다.1
1.1.2지질과 지방산
지질은 물에 녹지 않고 유기 용매에 녹는 물질의 무리이다. 중성 지방은 글리세롤 하나에 지방산 세 개가 에스터 결합으로 붙은 것이고, 인지질은 지방산 하나 대신 인산을 포함한 머리를 가져 세포막을 이룬다. 스테로이드는 고리 네 개가 붙은 구조로, 콜레스테롤과 성호르몬이 여기에 속한다.
탄소 사슬에 이중 결합이 없는 지방산을 포화 지방산, 하나 이상 있는 것을 불포화 지방산이라 한다. 생물의 불포화 지방산은 대부분 시스형 이중 결합을 가져 사슬이 굽어 있으므로, 분자가 촘촘히 쌓이지 못하여 녹는점이 낮다.
그림 1에서 이중 결합 수를 바꾸어 보자. 이중 결합이 없는 스테아르산은 69.6 °C에서 녹지만, 하나인 올레산은 13.4 °C, 셋인 리놀렌산은 −11 °C에서 녹는다. 버터는 포화 지방산이 많아 실온에서 고체이고, 올리브유는 올레산이 70% 넘게 들어 있어 액체이다.
1.1.3예제 풀이
탄수화물과 지방은 1 g에 각각 약 4 kcal와 9 kcal의 에너지를 낸다. 하루 동안 쓸 에너지 2000 kcal 가운데 절반을 비상용으로 저장하려 할 때, 글리코젠으로 저장하면 몇 g, 지방으로 저장하면 몇 g이 필요한가? 글리코젠은 자기 질량의 약 2배인 물과 함께 저장된다.
1000 kcal를 글리코젠으로 저장하려면 \(\dfrac{1000}{4} = 250\) g이 필요하고, 함께 저장되는 물 500 g을 더하면 750 g이 된다. 지방으로 저장하면 \(\dfrac{1000}{9} \approx 111\) g이면 되고, 물을 거의 품지 않는다.
즉 같은 에너지를 지방은 글리코젠의 약 7분의 1 질량으로 저장한다. 그래서 동물은 오래 쓸 에너지를 지방으로 저장하고, 빨리 꺼내 쓸 소량만 간과 근육에 글리코젠으로 둔다. 철새가 먼 길을 날기 전에 몸에 지방을 잔뜩 쌓는 것도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이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버터와 올리브유의 차이를 지방산 구조로 설명하고, 탄수화물과 지질의 종류와 검출 방법을 정리해 보자.
- 소나 양은 위 속에 사는 미생물이 셀룰로스를 분해해 주어 풀만 먹고도 산다. 사람에게 셀룰로스는 소화되지 않는 식이 섬유로, 장의 운동을 돕는다.
탄수화물은 단당류가 이어진 물질로 −OH가 많아 물과 잘 어울리고, 연결 방식에 따라 저장용 녹말·글리코젠과 구조용 셀룰로스로 나뉜다. 지질은 탄화수소 사슬 때문에 물에 녹지 않으며, 지방산의 이중 결합이 녹는점을 정한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버터는 곧은 포화 지방산이 촘촘히 쌓여 굳고, 올리브유는 굽은 불포화 지방산이 듬성듬성 쌓여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