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 구조와 물질의 성질
본문물(\(\text{H}_2\text{O}\))의 분자량은 18로, 질소(28)나 산소(32)보다 가볍다. 그런데 질소와 산소는 −190 °C 근처에서 끓고, 물은 100 °C에서야 끓는다. 같은 16족 원소의 수소 화합물인 황화 수소(\(\text{H}_2\text{S}\))도 −60 °C에서 끓는다. 물만 유난히 끓기 어려운 까닭은 무엇일까?
2.4.1분자 사이의 힘
물이 끓을 때 끊어지는 것은 분자 안의 O-H 결합이 아니라 분자와 분자 사이의 인력이다. 이 인력이 셀수록 분자를 떼어 놓는 데 많은 에너지가 들어 끓는점이 높다. 분자 사이의 인력에는 세 가지가 있다.
모든 분자 사이에는 전자 분포가 순간적으로 치우쳐 생기는 약한 인력, 곧 분산력이 있다. 분자가 클수록 전자가 많아 분산력이 커지므로, 그림 1에서 아래 주기로 갈수록 끓는점이 올라간다. 극성 분자 사이에는 \(\delta^+\)와 \(\delta^-\)가 끌어당기는 쌍극자-쌍극자 힘이 더해진다. 그리고 특별히 강한 세 번째 힘이 수소 결합이다.
전기 음성도가 매우 큰 F, O, N에 결합한 수소 원자가 이웃 분자의 F, O, N의 비공유 전자쌍과 끌어당기는 강한 인력을 수소 결합이라 한다. 공유 결합보다는 훨씬 약하지만 다른 분자 사이의 힘보다는 강하다.
F, O, N은 작고 전기 음성도가 커서 결합한 수소의 전자를 강하게 끌어간다. 그래서 수소는 거의 맨 원자핵처럼 드러나 이웃 분자의 비공유 전자쌍에 바짝 다가간다. 그림 1에서 2주기 화합물만 경향에서 벗어나는 것이 수소 결합의 흔적이다.1
2.4.2얼음은 왜 물에 뜰까
물 분자 하나는 수소 2개와 비공유 전자쌍 2개로 이웃 분자 4개와 수소 결합을 할 수 있다. 얼음이 되면 모든 분자가 이 4개의 수소 결합을 정사면체 방향으로 맺어, 육각형 구멍이 많은 규칙적인 구조를 이룬다. 그래서 얼음은 같은 질량의 물보다 부피가 약 9% 커지고 밀도가 작아 물에 뜬다.
기름과 물이 섞이지 않는 것도 분자 사이의 힘으로 설명된다. 물 분자들은 서로 수소 결합으로 강하게 붙들고 있어, 무극성인 기름 분자가 끼어들면 그 결합이 끊어지기만 하고 보상이 없다. 그래서 극성 물질은 극성 물질에, 무극성 물질은 무극성 물질에 잘 녹는다.
2.4.3예제 풀이
16족 수소 화합물의 끓는점은 \(\text{H}_2\text{S}\) −60 °C, \(\text{H}_2\text{Se}\) −41 °C, \(\text{H}_2\text{Te}\) −2 °C이다. 이 경향을 그대로 2주기로 늘리면 \(\text{H}_2\text{O}\)의 끓는점은 대략 몇 °C로 예상되는가? 실제 값과의 차이는 무엇 때문인가?
3주기에서 5주기로 가며 끓는점이 −60, −41, −2 °C로 오른다. 거꾸로 2주기로 가면 −60 °C보다 낮아져 대략 −80 °C 안팎이 예상된다.
실제 물의 끓는점은 100 °C이므로 예상보다 180 °C쯤 높다. 이 차이는 \(\text{H}_2\text{S}\)에는 거의 없고 물에는 있는 수소 결합 때문이다. 물이 끓는점이 높아 지구 온도에서 액체로 머물 수 있기에, 바다가 있고 생명이 살 수 있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물의 끓는점, 얼음의 밀도, 물과 기름의 섞임을 직접 따져 보자.
- DNA의 두 가닥을 이어 이중 나선을 만드는 것도 염기 사이의 수소 결합이다. 수소 결합은 체온 정도의 열로 끊었다 다시 이을 수 있을 만큼의 세기여서 유전 정보를 복제하기에 알맞다.
끓는점은 분자 사이의 힘이 정하며, 분산력과 쌍극자 힘 외에 F, O, N에 붙은 수소가 만드는 강한 수소 결합이 있다. 물은 굽은 극성 분자로 이웃 분자와 수소 결합을 하여 끓는점이 높고, 얼면 빈틈이 많은 구조를 이룬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물은 가벼운 분자인데도 수소 결합을 끊어야 끓으므로 100 °C나 되어야 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