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프구와 체액성·세포성 면역
본문사람의 유전체에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약 2만 개 있다. 그런데 면역계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병원체, 심지어 실험실에서 처음 만든 인공 물질에도 꼭 맞는 항체를 만들어 낸다. 항체의 종류는 수억 가지가 넘는다. 유전자 수보다 수만 배 많은 항체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가운데 어떤 림프구가 살아남아 늘어날까?
2.6.1유전자 조각의 재조합
항체는 무거운 사슬 2개와 가벼운 사슬 2개로 된 Y자 모양 단백질이고, 두 팔 끝의 가변 부위가 항원에 붙는다. 가변 부위를 만드는 유전자는 처음부터 한 덩어리로 있지 않다. 무거운 사슬 유전자 자리에는 V 조각 약 40개, D 조각 약 23개, J 조각 약 6개가 따로 늘어서 있다. B 림프구가 골수에서 자라는 동안 DNA를 잘라 V, D, J 조각을 하나씩 골라 이어 붙인다. 가벼운 사슬도 V와 J를 골라 잇는다. 이 과정을 V(D)J 재조합이라 하며, 림프구마다 다른 조합을 골라 서로 다른 항체를 만든다.
무거운 사슬의 조합은 \(40 \times 23 \times 6\)가지, 가벼운 사슬은 κ와 λ를 합쳐 약 320가지이고, 두 사슬이 짝을 지으므로 조합은 그 곱이다. 조각을 이을 때 효소가 염기를 무작위로 더하고 빼는 연결 부위 다양성이 여기에 다시 곱해진다. 활성화된 B 림프구에서는 가변 부위에 돌연변이가 많이 생기는 체세포 과돌연변이가 일어나, 더 잘 붙는 항체가 골라진다.
그림 1에서 연결 부위 다양성을 바꾸어 보자. 조각의 조합만으로 무거운 사슬 5520가지, 가벼운 사슬 320가지, 짝까지 약 177만 가지이다. 연결 부위 다양성이 1만 배를 더하면 약 180억 가지가 되고,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 사람 몸에 B 림프구는 수천억 개밖에 없으므로, 가능한 수용체 가운데 일부만 실제로 만들어진다. 그래도 거의 모든 항원에 붙는 림프구가 어딘가에 몇 개는 있다.1
2.6.2클론 선택과 세포성 면역
림프구는 저마다 한 가지 수용체만 가진다. 항원이 들어오면 그 항원에 맞는 수용체를 가진 몇 안 되는 림프구만 골라져 빠르게 분열한다. 이를 클론 선택이라 한다. 골라진 B 림프구는 형질 세포가 되어 항체를 쏟아 내고, 일부는 기억 세포로 남는다. 자라는 동안 자기 몸의 분자에 강하게 붙는 림프구는 미리 제거된다. 한편 세포 안에 숨은 바이러스는 항체가 닿지 못한다. 그래서 감염된 세포는 바이러스 단백질 조각을 MHC 분자에 실어 표면에 내보이고, 세포 독성 T 림프구가 이를 알아보고 그 세포를 죽인다. 이것이 세포성 면역이다.
2.6.3예제 풀이
무거운 사슬의 V, D, J 조각이 각각 40, 23, 6개, 가벼운 사슬은 κ의 V 40개와 J 5개, λ의 V 30개와 J 4개이다. 조각 조합으로만 만들 수 있는 항체의 종류를 구하여라. 어떤 항원에 맞는 수용체가 100만 가지 가운데 1가지꼴이고, 몸에 B 림프구가 \(10^{11}\)개 있다면 그 항원에 맞는 림프구는 몇 개쯤인가?
무거운 사슬은 \(40 \times 23 \times 6 = 5520\)가지, 가벼운 사슬은 \(40 \times 5 + 30 \times 4 = 320\)가지이다. 두 사슬의 짝은 \(5520 \times 320 = 1766400\)가지, 곧 약 177만 가지이다.
맞는 림프구는 \(10^{11} \div 10^6 = 10^5\)개, 곧 약 10만 개이다. 몸 전체의 림프구 가운데 아주 작은 몫이지만, 항원이 들어오면 이 세포들만 골라져 며칠에 걸쳐 수천 배로 분열한다. 그래서 처음 감염된 뒤 항체가 충분히 늘기까지 1~2주가 걸린다. 그리고 기억 세포가 남아 있으면 두 번째에는 출발하는 림프구 수가 훨씬 많아 며칠 만에 반응한다. 백신은 이 원리를 이용한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림프구가 수용체를 만들고 골라지는 과정을 따라가고, 세포 안에 숨은 바이러스가 어떻게 들키는지 살펴보자.
- 1976년 도네가와 스스무는 생쥐의 배아 세포와 항체를 만드는 세포의 DNA를 비교해, 항체 유전자 조각이 실제로 잘리고 이어진다는 것을 처음 보였다. 이 공로로 198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B 림프구와 T 림프구는 자라는 동안 유전자 조각을 골라 잘라 붙이는 V(D)J 재조합과 연결 부위 다양성으로, 유전자 수보다 훨씬 많은 종류의 수용체를 만든다. 항원이 들어오면 맞는 수용체를 가진 림프구만 골라져 늘어나고, 항체는 체액 속 병원체를, 세포 독성 T 림프구는 감염된 세포를 맡는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수억 가지 항체는 몇백 개의 유전자 조각을 조합하고 이음매를 무작위로 바꾸어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