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원-항체 반응과 혈액형
본문혈액형 검사를 하면 혈액 한 방울을 두 칸에 나누어 떨어뜨리고, 각각에 다른 시약을 섞는다. 몇 초 뒤 한쪽 칸에서만 혈액이 좁쌀처럼 엉기면 A형, 두 칸 모두 엉기면 AB형이라고 한다. 혈액이 엉긴다는 것은 무슨 뜻이고, 수혈할 때 혈액형을 꼭 맞춰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2.6.1항원-항체 반응의 특이성
항체는 Y자 모양의 단백질로, 두 팔 끝에 특정한 항원에만 꼭 맞게 결합하는 자리가 있다. 열쇠가 맞는 자물쇠에만 들어가듯, 한 항체는 한 종류의 항원에만 결합한다. 이를 항원-항체 반응의 특이성이라 한다. 앞 절에서 본 것처럼 몸은 병원체마다 다른 항체를 만들어 내는데, 같은 원리가 적혈구 표면의 물질에도 적용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적혈구가 몸에 들어오면 그 표면 물질이 항원이 될 수 있다. 한 항체가 두 팔로 서로 다른 세포의 항원을 붙잡으면 세포들이 그물처럼 엉기는데, 이것이 응집 반응이다.
2.6.2ABO식 혈액형
사람의 적혈구 표면에는 응집원 A나 B가 있거나, 둘 다 있거나, 둘 다 없다. 혈장에는 자기 적혈구에 없는 응집원에 대한 응집소가 있다. 자기 응집원에 대한 응집소가 있다면 자기 적혈구가 엉겨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A형은 응집원 A와 응집소 β, B형은 응집원 B와 응집소 α, AB형은 응집원 A와 B를 가지고 응집소가 없으며, O형은 응집원이 없고 응집소 α와 β를 가진다. 응집원 A는 응집소 α와, 응집원 B는 응집소 β와 응집한다.
항A 혈청에는 응집소 α가, 항B 혈청에는 응집소 β가 들어 있다. 그러므로 항A 혈청에서 엉기면 응집원 A가 있고, 항B 혈청에서 엉기면 응집원 B가 있다. 그림 1에서 혈액형을 바꾸며 두 칸의 반응을 확인해 보자. 두 칸 모두 엉기지 않으면 응집원이 없는 O형이다. 판정에는 혈장의 응집소가 아니라 적혈구의 응집원만 쓰인다는 점을 기억하자.1
2.6.3예제 풀이
어떤 반 학생 30명의 혈액을 항A 혈청과 항B 혈청으로 검사했더니, 항A 혈청에 응집한 학생이 14명, 항B 혈청에 응집한 학생이 11명, 둘 다 응집한 학생이 4명이었다. 혈액형별 학생 수를 구하여라.
둘 다 응집한 4명이 AB형이다. 항A 혈청에만 응집한 학생은 \(14 - 4 = 10\)명으로 A형이고, 항B 혈청에만 응집한 학생은 \(11 - 4 = 7\)명으로 B형이다.
어느 쪽에도 응집하지 않은 학생은 \(30 - (10 + 7 + 4) = 9\)명으로 O형이다. 확인하면 \(10 + 7 + 4 + 9 = 30\)명이다.
수혈에서 받는 사람의 혈장에 주는 혈액의 응집원과 맞는 응집소가 있으면, 들어온 적혈구가 엉기고 터져 위험하다. 그래서 수혈은 원칙적으로 같은 혈액형끼리 한다. 예를 들어 A형인 사람에게 B형 혈액을 넣으면, 받는 사람의 응집소 β가 들어온 적혈구의 응집원 B와 결합하여 적혈구가 엉긴다. 엉긴 적혈구는 가는 혈관을 막고 터지면서 콩팥을 손상시킬 수 있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혈액형 판정을 직접 해 보자.
- Rh식 혈액형은 적혈구에 Rh 응집원이 있으면 Rh+, 없으면 Rh−이다. ABO식과 달리 Rh− 사람의 혈장에는 처음부터 응집소가 있지 않고, Rh+ 혈액에 노출된 뒤에 만들어진다.
항체는 특정 항원에만 결합하는 특이성이 있고, 항체가 여러 세포의 항원을 붙잡으면 응집 반응이 일어난다. ABO식 혈액형은 적혈구의 응집원 A, B의 유무로 정해지며, 혈장에는 자기에게 없는 응집원에 대한 응집소가 있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혈액형 검사는 항A, 항B 혈청에서 적혈구가 엉기는지를 보고 응집원을 알아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