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체와 면역
본문수두에 한 번 걸린 사람은 다시 수두 바이러스를 만나도 대개 앓지 않고 지나간다. 몸이 처음 만난 병원체를 기억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감기 바이러스에 걸렸을 때 항생제를 먹어도 소용이 없다. 병원체마다 무엇이 다르고, 우리 몸은 어떻게 병원체를 기억할까?
2.5.1병원체의 종류
질병을 일으키는 생물이나 바이러스를 병원체라 한다. 세균은 세포벽과 리보솜을 가진 원핵생물로 스스로 물질대사를 하며 증식한다. 결핵, 콜레라, 세균성 폐렴이 그 예이다. 바이러스는 세포 구조가 없고 숙주 세포 안에서만 증식하며, 감기, 독감, 홍역을 일으킨다. 그 밖에 무좀을 일으키는 곰팡이 같은 균류,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원생생물, 광우병을 일으키는 변형 단백질인 프라이온도 있다.
항생제는 세균의 세포벽 합성이나 세균의 리보솜처럼 세균에만 있는 구조를 공격한다. 바이러스에는 이런 구조가 없으므로 항생제가 듣지 않고, 항바이러스제가 따로 필요하다.1
2.5.2비특이적 방어와 특이적 방어
피부와 점막, 위산, 눈물 속 효소는 병원체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침입을 막는다. 침입한 병원체는 대식세포 같은 백혈구가 삼켜 분해하고, 상처 부위에는 염증이 일어난다. 이를 비특이적 방어라 한다. 염증 부위가 붉게 부어오르고 열이 나는 것은 혈관이 넓어져 백혈구와 혈장이 많이 모여들기 때문이며, 그 자체가 방어 과정의 일부이다.
대식세포가 병원체의 항원을 제시하면 보조 T 림프구가 활성화된다. 보조 T 림프구는 B 림프구가 형질 세포로 분화하여 그 항원에만 결합하는 항체를 만들게 하고(체액성 면역), 세포독성 T 림프구가 감염된 세포를 직접 파괴하게 한다(세포성 면역). 이때 일부 림프구는 기억 세포로 남는다.
처음 항원을 만나면 그 항원에 맞는 림프구를 찾아 늘리는 데 시간이 걸려, 항체가 1~2주 뒤에야 충분히 만들어진다. 같은 항원이 다시 들어오면 기억 세포가 곧바로 형질 세포로 분화하여 며칠 만에 훨씬 많은 항체를 만든다. 그림 1에서 두 번째 침입 날짜를 바꾸어 보면, 언제 들어오든 2차 반응이 1차 반응보다 빠르고 크다.
2.5.3예제 풀이
어떤 항원에 대한 1차 반응에서 항체 농도가 최고에 이르는 데 12일이 걸렸고 최고 농도는 10(상댓값)이었다. 2차 반응에서는 4일 만에 최고에 이르렀고 최고 농도는 100이었다. 2차 반응은 1차 반응보다 몇 배 빠르고 몇 배 많은가? 이 차이가 질병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최고에 이르는 시간은 \(\dfrac{12}{4} = 3\)배 빠르고, 최고 농도는 \(\dfrac{100}{10} = 10\)배 많다.
병원체가 증식하여 증상을 일으키는 데 며칠이 걸린다면, 1차 반응은 그보다 느려 앓고 난 뒤에야 병원체를 이긴다. 2차 반응은 병원체가 크게 늘기 전에 많은 항체로 제거하므로 증상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백신은 이 원리를 이용하여 실제 병원체를 만나기 전에 1차 반응을 미리 겪게 한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병원체와 치료제, 1차와 2차 면역 반응을 직접 따져 보자.
- 필요 없이 항생제를 자주 쓰면 항생제에 견디는 세균만 살아남아 늘어나는 내성 문제가 생긴다. 감기에 항생제를 쓰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도 있다.
병원체에는 세균, 바이러스, 균류, 원생생물 등이 있으며 구조가 달라 치료제도 다르다. 몸은 비특이적 방어와 함께, 림프구가 특정 항원을 겨냥하는 특이적 방어를 하고, 이때 기억 세포를 남긴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두 번째 감염은 기억 세포가 빠르게 많은 항체를 만드는 2차 면역 반응 덕분에 더 빨리 이겨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