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터공간
본문이차 이하의 다항식 \(p(x) = 1 + 2x + 3x^2\)과 \(q(x) = x - x^2\)을 생각하자. \(p + 2q\)를 계산하면 \(1 + 4x + x^2\)이 되는데, 계수만 보면 \((1, 2, 3) + 2(0, 1, -1) = (1, 4, 1)\)과 똑같다. 다항식은 화살표가 아닌데도 벡터처럼 더하고 실수배할 수 있는 것 같다. 반대로 원점에서 오른쪽 반평면에 있는 화살표들만 모은 집합은 화살표이지만 벡터처럼 다룰 수 없다고 한다. 무엇이 있어야 벡터라고 부를 수 있을까?
1.2.1연산이 벡터를 만든다
벡터의 성질 가운데 계산에 쓰이는 것은 화살표 모양이 아니라 덧셈과 실수배의 규칙이다. 두 벡터를 더해도, 실수배해도 다시 벡터가 되고, 덧셈의 순서를 바꾸어도 되며, 더해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영벡터와 더하면 영벡터가 되는 역벡터가 있다. 이런 규칙을 만족하는 덧셈과 실수배가 주어진 집합을 벡터공간이라 하고, 그 원소를 벡터라 부른다. 그래서 다항식, 함수, 행렬처럼 화살표가 아닌 대상도 같은 규칙을 지키면 벡터이다.
집합 \(V\)에 덧셈과 실수배가 정의되어, 임의의 \(\vec u, \vec v \in V\)와 실수 \(k\)에 대해 \(\vec u + \vec v \in V\), \(k\vec u \in V\)이고, 덧셈의 교환법칙과 결합법칙, 영벡터와 역벡터의 존재, 실수배의 분배법칙과 결합법칙, \(1\vec u = \vec u\)가 성립하면 \(V\)를 벡터공간이라 한다.
이차 이하의 다항식은 더하거나 실수배해도 이차 이하의 다항식이고, 영벡터는 모든 계수가 0인 다항식 0이다. 계수를 순서대로 늘어놓으면 \(a + bx + cx^2\)이 \((a, b, c)\)와 하나씩 대응하고, 이 대응은 덧셈과 실수배를 그대로 보존한다. 그래서 이차 이하의 다항식의 벡터공간은 \(\mathbb{R}^3\)과 생김새만 다를 뿐 계산은 똑같다. 다항식을 미분하거나 적분하는 일도 이 공간 위의 계산으로 다룰 수 있다.1
1.2.2벡터공간이 아닌 집합
\(x\)성분이 0 이상인 평면벡터만 모은 집합은 두 벡터를 더해도 그 안에 남지만, \(-1\)을 곱하면 \(x\)성분이 음수가 되어 집합을 벗어난다. 그래서 실수배에 닫혀 있지 않아 벡터공간이 아니다. 직선 \(y = x + 1\) 위의 점들을 위치벡터로 본 집합은 원점을 지나지 않아 영벡터가 없고, 두 점을 더하면 직선 밖으로 나간다. 반면 직선 \(y = 2x\) 위의 점들은 원점을 지나고 더하거나 실수배해도 직선 위에 남아 벡터공간이다. 이렇게 닫혀 있는지와 영벡터가 있는지를 먼저 보면 대부분의 경우를 빨리 판단할 수 있다.
1.2.3예제 풀이
이차 이하의 다항식 가운데 \(p(1) = 0\)인 것들의 집합 \(W\)는 벡터공간인가? 또 \(p(1) = 2\)인 다항식들의 집합은 어떤가?
\(p(1) = 0\), \(q(1) = 0\)이면 \((p + q)(1) = p(1) + q(1) = 0\)이고 \((kp)(1) = k\,p(1) = 0\)이므로, \(W\)는 덧셈과 실수배에 닫혀 있다. 영다항식도 \(0(1) = 0\)이어서 \(W\)에 들어 있고, 나머지 규칙은 다항식 전체에서 성립하므로 \(W\)에서도 성립한다. 그래서 \(W\)는 벡터공간이다. 예를 들어 \(x - 1\)과 \(x^2 - 1\)이 \(W\)에 있고, 그 일차결합도 모두 \(W\)에 있다.
\(p(1) = 2\)인 다항식들은 \(p + q\)의 값이 \((p + q)(1) = 4\)가 되어 집합을 벗어나고, 영다항식도 들어 있지 않으므로 벡터공간이 아니다. 즉 벡터공간인지는 대상이 화살표인지가 아니라, 덧셈과 실수배에 닫혀 있고 정해진 규칙을 지키는지로 정해지며, 조건이 \(= 0\)처럼 영벡터를 포함하는 꼴이어야 닫혀 있기 쉽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여러 집합이 덧셈과 실수배에 닫혀 있는지 시험해 보고, 다항식을 벡터처럼 더하고 실수배해 보자.
- 벡터공간을 규칙만으로 정의하는 방법은 1888년 이탈리아의 페아노가 처음 썼다. 이 생각 덕분에 함수를 벡터로 보는 함수 공간이 생겨, 소리나 신호를 사인과 코사인 같은 기본 함수의 일차결합으로 나타내는 푸리에 해석이 선형대수의 언어로 다루어지게 되었다.
덧셈과 실수배에 닫혀 있고 교환법칙, 결합법칙, 영벡터와 역벡터의 존재, 분배법칙 같은 규칙을 만족하는 집합을 벡터공간이라 하며, 그 원소는 화살표가 아니어도 벡터이다. 이차 이하의 다항식은 계수 벡터와 하나씩 대응해 \(\mathbb{R}^3\)과 똑같이 계산된다. 처음 질문의 다항식은 벡터처럼 더하고 실수배할 수 있고, 오른쪽 반평면의 화살표는 \(-1\)배에 닫혀 있지 않아 벡터공간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