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전이 원소의 전자 배치
본문쇠못이 녹슬면 붉은 갈색의 녹이 생긴다. 녹의 주성분은 철(III) 산화물로, 철이 전자 3개를 잃은 Fe³⁺로 들어 있다. 철은 Fe²⁺도 만들지만, 공기 중에 두면 Fe²⁺는 쉽게 Fe³⁺로 바뀐다. 그런데 나트륨은 늘 Na⁺, 마그네슘은 늘 Mg²⁺만 만든다. 철 같은 전이 원소는 왜 여러 가지 이온을 만들고, 그중 Fe³⁺가 특히 안정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 답은 전자가 오비탈에 들어가는 순서에 있다.
1.2.1쌓음 원리와 세 규칙
여러 전자를 가진 원자에서는 전자끼리 밀어내므로, 같은 주 양자수 안에서도 s, p, d 오비탈의 에너지가 다르다. 핵 가까이 파고드는 s 오비탈의 전자는 핵의 인력을 더 세게 받아 에너지가 낮고, d 오비탈은 가장 높다. 그래서 4s 오비탈이 3d보다 조금 낮아 먼저 찬다. 전자는 에너지가 낮은 오비탈부터 차례로 채워지며, 이를 쌓음 원리라 한다. 한 오비탈에는 스핀이 반대인 전자가 두 개까지만 들어가고(파울리 배타 원리), 에너지가 같은 오비탈 여러 개에는 전자가 먼저 하나씩 같은 스핀으로 들어간다(훈트 규칙).
전자는 \(1s \to 2s \to 2p \to 3s \to 3p \to 4s \to 3d \to 4p\) 순서로 채워진다. 각 부껍질에는 s 2개, p 6개, d 10개까지 들어간다. 다만 반쯤 찬 \(d^5\)와 가득 찬 \(d^{10}\)이 특히 안정하여, 크로뮴은 \(4s^1 3d^5\), 구리는 \(4s^1 3d^{10}\)이 된다. 전이 원소가 이온이 될 때는 4s 전자를 먼저 잃는다.
그림 1에서 원자 번호를 바꾸어 보자. 칼륨(19)과 칼슘(20)은 3d가 비어 있는데도 4s를 채운다. 스칸듐(21)부터 아연(30)까지는 3d가 차례로 차는 전이 원소이다. 전이 원소는 4s와 3d의 에너지가 가까워서, 4s 전자 두 개만 잃기도 하고 3d 전자까지 더 잃기도 한다. 그래서 여러 가지 산화수를 가진다. 반면 나트륨은 3s 전자 하나를 잃으면 네온과 같은 안정한 배치가 되고, 그 다음 전자는 아주 떼기 어려워 Na⁺만 만든다.1
1.2.2전형 원소와 전이 원소
주기율표의 1, 2족과 13~18족 원소는 바깥 s와 p 오비탈이 차는 전형 원소이다. 전형 원소의 성질은 원자가 전자 수로 거의 정해지며, 같은 족의 원소는 비슷한 이온을 만든다. 3~12족은 d 오비탈이 차는 전이 원소이다. 전이 원소의 이온은 d 오비탈에 짝짓지 않은 전자가 남는 경우가 많아, 화합물이 색을 띠거나 자석에 끌리는 성질을 보인다. 황산 구리(II) 수용액이 파란 것, 철이 자석에 붙는 것도 d 전자 때문이다.
1.2.3예제 풀이
철(Z = 26), Fe²⁺, Fe³⁺의 전자 배치를 쓰고, 각 입자의 3d 오비탈에 짝짓지 않은 전자가 몇 개인지 훈트 규칙으로 구하여라. Fe²⁺가 Fe³⁺로 쉽게 산화되는 까닭을 전자 배치로 설명하여라.
철의 전자 26개를 순서대로 채우면 \(1s^2 2s^2 2p^6 3s^2 3p^6 4s^2 3d^6\), 곧 [Ar] \(4s^2 3d^6\)이다. 3d 오비탈 다섯 개에 전자 여섯 개가 들어가면, 다섯 개가 먼저 하나씩 같은 스핀으로 들어가고 여섯 번째가 하나와 짝을 짓는다. 그래서 짝짓지 않은 전자는 4개이다. Fe²⁺는 4s 전자 두 개를 잃은 [Ar] \(3d^6\)이므로 역시 4개이다.
Fe³⁺는 3d에서 짝지은 전자 하나를 더 잃어 [Ar] \(3d^5\)가 되고, 다섯 오비탈에 전자가 하나씩 들어가 짝짓지 않은 전자가 5개이다. 짝지은 전자는 서로 밀어내므로 그 하나는 비교적 떼기 쉽고, 떼고 나면 반쯤 찬 대칭적인 배치가 된다. 그래서 Fe²⁺는 공기 중의 산소에 전자를 쉽게 내주고 Fe³⁺가 된다. 즉 녹의 붉은 갈색은 반쯤 찬 3d 오비탈을 가진 Fe³⁺의 색이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여러 원소의 전자 배치를 써 보고, 전이 원소가 여러 가지 이온을 만드는 까닭을 확인해 보자.
- 나트륨의 첫 번째 이온화 에너지는 496 kJ/mol이지만, 두 번째는 4562 kJ/mol로 아홉 배 넘게 크다. 두 번째 전자는 핵에 훨씬 가까운 2p 오비탈에서 떼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전자는 쌓음 원리, 파울리 배타 원리, 훈트 규칙에 따라 에너지가 낮은 오비탈부터 채워지며, 4s가 3d보다 먼저 차지만 이온이 될 때는 4s를 먼저 잃는다. 전이 원소는 4s와 3d의 에너지가 가까워 여러 가지 이온을 만들고, 반쯤 찬 \(d^5\)와 가득 찬 \(d^{10}\)이 특히 안정하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철은 Fe²⁺에서 전자 하나만 더 잃으면 반쯤 찬 3d⁵가 되므로 Fe³⁺로 쉽게 산화되어 녹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