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탈과 원자 모형
본문보어의 원자 모형에서 수소의 전자는 반지름 52.9 pm인 원 궤도를 돈다. 그런데 현대의 원자 모형은 전자가 어느 궤도를 돈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전자를 어느 곳에서 찾을 확률이 얼마인지를 말한다. 그렇다면 보어 반지름 52.9 pm은 아무 의미가 없어진 것일까? 전자가 핵에서 52.9 pm 안에 있을 확률은 얼마이고, 전자 구름의 '크기'는 어떻게 정할까?
1.1.1오비탈과 양자수
양자 역학에서 전자의 상태는 파동 함수로 나타내고, 그 제곱이 전자를 어느 곳에서 찾을 확률 밀도를 준다. 이 확률 분포의 모양을 오비탈이라 한다. 오비탈은 세 양자수로 정해진다. 주 양자수 \(n\)은 에너지와 크기를, 방위 양자수 \(l\)은 모양(s, p, d)을, 자기 양자수 \(m_l\)은 공간에서의 방향을 정한다. 수소에서 에너지는 \(E_n = -\dfrac{13.6}{n^2}\) eV로 \(n\)에만 달려 있다. 여기에 전자의 스핀 양자수 \(m_s = \pm\dfrac{1}{2}\)이 더해져 전자 하나의 상태가 완전히 정해진다.
수소 1s 오비탈의 확률 밀도는 핵에서 멀어질수록 줄어든다. 그런데 거리 \(r\)인 껍질의 부피는 \(4\pi r^2\,dr\)로 커진다. 둘을 곱한 동경 확률 밀도는 \(x = r/a_0\)로 쓰면 \(P(x) = 4x^2 e^{-2x}\)이고, \(x = 1\), 곧 보어 반지름 \(a_0 = 52.9\) pm에서 가장 크다. 반지름 \(r\) 안에서 전자를 찾을 확률은 \(1 - e^{-2x}(1 + 2x + 2x^2)\)이다.
그림 1에서 반지름을 바꾸어 보자. 핵 바로 옆에서는 확률 밀도가 가장 크지만 껍질이 아주 얇아 확률이 0에 가깝다. 멀리 가면 껍질은 크지만 확률 밀도가 거의 0이다. 그래서 그 사이의 \(a_0\)에서 전자를 가장 찾기 쉽다. 보어 반지름은 '전자가 도는 궤도'에서 '전자를 가장 찾기 쉬운 거리'로 뜻이 바뀌어 살아남았다. 그런데 \(a_0\) 안에서 전자를 찾을 확률은 약 32%에 불과하다.1
1.1.2여러 오비탈의 모양
s 오비탈은 공 모양으로 방향이 없다. p 오비탈은 핵을 사이에 둔 두 개의 덩어리 모양이며, \(x, y, z\) 세 방향으로 하나씩 있다. 그리고 핵을 지나는 평면 위에서는 전자를 찾을 확률이 0인데, 이런 곳을 마디라 한다. 주 양자수가 커지면 오비탈이 커지고 마디가 늘어난다. 2s 오비탈은 1s보다 크고, 안쪽에 공 모양의 마디가 하나 있다. 오비탈의 모양과 방향은 원자들이 어느 방향으로 결합하는지를 정하므로, 분자의 모양을 이해하는 바탕이 된다.
1.1.3예제 풀이
수소 원자의 1s 전자를 핵에서 \(a_0\), \(2a_0\), \(3a_0\) 안에서 찾을 확률을 각각 구하여라. 전자를 90%의 확률로 찾을 수 있는 공의 반지름은 대략 얼마인가?
\(x = 1\)이면 \(1 - e^{-2}(1 + 2 + 2) = 1 - 5 \times 0.135 \approx 0.32\)이다. \(x = 2\)이면 \(1 - e^{-4}(1 + 4 + 8) = 1 - 13 \times 0.0183 \approx 0.76\)이다. \(x = 3\)이면 \(1 - e^{-6}(1 + 6 + 18) = 1 - 25 \times 0.00248 \approx 0.94\)이다.
따라서 90%의 확률로 전자를 찾을 수 있는 공의 반지름은 \(2a_0\)와 \(3a_0\) 사이, 대략 \(2.7a_0 \approx 140\) pm이다. 전자 구름에는 뚜렷한 경계가 없으므로, 교과서의 오비탈 그림은 보통 이렇게 전자를 90% 찾을 수 있는 경계면을 그린다. 즉 원자의 '크기'는 확률을 얼마로 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약속이다. 그래서 원자 반지름도 결합한 두 원자의 핵간 거리처럼 실제로 잴 수 있는 양으로 정의한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오비탈의 모양과 양자수를 확인하고, 원자 모형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살펴보자.
- 1s 오비탈에서 확률 밀도 자체가 가장 큰 곳은 핵의 위치이다. 동경 확률이 \(a_0\)에서 가장 큰 것은 껍질의 부피가 함께 곱해지기 때문이며, 두 '가장 큰 곳'을 섞어 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현대 원자 모형은 전자의 궤도 대신 전자를 찾을 확률 분포인 오비탈로 원자를 설명하며, 오비탈은 양자수가 정하는 에너지, 모양, 방향을 가진다. 수소 1s 오비탈의 동경 확률은 보어 반지름에서 가장 크지만, 전자 구름에는 경계가 없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전자는 핵에서 52.9 pm 떨어진 곳에서 가장 찾기 쉽지만, 그 안에 있을 확률은 약 32%이고 90%를 담으려면 약 140 pm까지 넓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