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이중성과 물질파
본문1927년 미국 벨 연구소의 데이비슨과 저머는 진공관 속에서 니켈 결정에 전자를 쏘고, 튀어나오는 전자의 방향을 재었다. 전자가 작은 공이라면 모든 방향으로 고르게 흩어져야 한다. 그런데 54 V로 가속한 전자는 50° 방향으로 유난히 많이 튀어나왔다. X선을 결정에 비출 때 생기는 회절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입자라고 믿었던 전자가 어떻게 파동처럼 회절할까? 그 파장은 얼마일까?
4.3.1빛의 이중성에서 물질파로
빛은 간섭과 회절을 하는 파동이지만, 광전 효과와 콤프턴 산란에서는 에너지 \(hf\)와 운동량 \(h/\lambda\)를 가진 알갱이(광자)처럼 행동한다. 1924년 드브로이는 이 관계를 뒤집어 보았다. 빛이 입자의 성질을 가진다면, 전자 같은 입자도 파동의 성질을 가지지 않을까? 그는 운동량 \(p\)인 입자에 파장 \(\lambda = h/p\)인 파동이 따른다고 제안했다. 이 파동을 물질파 또는 드브로이 파라 한다.
질량 \(m\), 전하 \(e\)인 전자를 정지 상태에서 전압 \(V\)로 가속하면 운동 에너지가 \(eV\)이므로 운동량은 \(p = \sqrt{2meV}\)이다. 따라서 파장은 \[\lambda = \frac{h}{\sqrt{2meV}} \approx \frac{1.226}{\sqrt{V}}\ \text{nm}\]이다(\(V\)는 볼트 단위, 빛의 속력보다 충분히 느릴 때).
그림 1에서 가속 전압을 바꾸어 보자. 54 V이면 파장은 \(1.226 \div \sqrt{54} \approx 0.167\) nm이다. 니켈 결정의 원자 간격은 약 0.215 nm라서 전자의 파장과 비슷하다. 그래서 결정 표면의 원자 줄에서 반사된 전자 파동이 서로 간섭하여, 경로차가 파장의 정수배가 되는 방향에서만 세진다. \(d\sin\theta = \lambda\)에서 \(\sin\theta = 0.167 \div 0.215 \approx 0.78\), 곧 \(\theta \approx 51°\)로, 실험에서 잰 50°와 잘 맞는다.1
4.3.2왜 공은 회절하지 않을까
모든 물체가 물질파를 가진다면, 야구공도 회절해야 한다. 그런데 질량 0.15 kg인 공이 40 m/s로 날면 운동량이 6 kg·m/s이므로 파장은 \(6.6 \times 10^{-34} \div 6 \approx 10^{-34}\) m이다. 이것은 원자핵보다도 \(10^{19}\)배 작아서, 이런 간격을 가진 틈은 세상에 없다. 그래서 일상의 물체에서는 파동의 성질이 드러나지 않는다. 반면 전자는 질량이 아주 작아 파장이 원자 크기만큼 길다. 전자 현미경은 이 짧은 파장 덕분에 빛보다 수천 배 작은 것을 본다.
4.3.3예제 풀이
원자 간격 0.20 nm인 결정으로 전자 회절 실험을 한다. 전자의 파장을 원자 간격과 같은 0.20 nm로 하려면 몇 V로 가속해야 하는가? 그때 전자의 속력은 얼마인가? 전자의 질량은 \(9.1 \times 10^{-31}\) kg이다.
\(\lambda = 1.226/\sqrt V\) nm에서 \(\sqrt V = 1.226 \div 0.20 = 6.13\)이므로 \(V \approx 37.6\) V이다.
운동량은 \(p = h/\lambda = 6.63 \times 10^{-34} \div 2.0 \times 10^{-10} \approx 3.3 \times 10^{-24}\) kg·m/s이므로, 속력은 \(p/m = 3.3 \times 10^{-24} \div 9.1 \times 10^{-31} \approx 3.6 \times 10^6\) m/s이다. 빛의 속력의 약 1.2%이므로 상대성 효과를 무시해도 된다. 즉 건전지 몇십 개 정도의 전압으로 가속한 전자도 원자 간격만 한 파장을 가져 결정에서 회절한다. 그래서 전자 회절은 결정의 원자 배열을 알아내는 도구로 쓰인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고전 물리학이 뜨거운 물체의 빛을 설명하지 못한 까닭과, 니켈 결정에 쏜 전자가 특정한 각도로 몰려 나오는 까닭을 확인해 보자.
- 1906년 조지프 존 톰슨은 전자가 입자임을 밝힌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고, 1937년 그의 아들 조지 패짓 톰슨은 전자가 파동임을 회절 실험으로 보인 공로로 데이비슨과 함께 노벨상을 받았다.
빛이 입자의 성질을 가지듯, 운동량 \(p\)인 입자는 파장 \(h/p\)인 물질파의 성질을 가진다. 수십 V로 가속한 전자의 파장은 원자 간격과 비슷해 결정에서 회절하지만, 일상의 물체는 파장이 너무 짧아 파동의 성질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전자는 54 V로 가속되어 파장이 약 0.17 nm인 물질파가 되었고, 니켈 원자 줄에서 회절하여 50° 방향으로 몰려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