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효과
본문언덕 아래의 공을 굴려 언덕을 넘기려면 언덕 높이만큼의 퍼텐셜 에너지를 이길 운동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모자라면 공은 반드시 되돌아온다. 그런데 전자는 에너지가 모자라도 가끔 얇은 벽 반대편에 나타난다. 이 터널 효과가 없으면 태양도 빛나지 못하고 USB 메모리도 작동하지 않는다. 전자는 어떻게 벽을 지나며, 얼마나 자주 지날까?
3.3.1장벽 속으로 스며드는 파동
고전 역학에서는 에너지 \(E\)인 입자가 높이 \(U\)인 장벽에 닿으면 \(E < U\)일 때 반드시 튕겨 나온다. 장벽 안에서는 운동 에너지가 음수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자의 물질파는 장벽 안으로 조금 스며든다. 장벽 안에서 파동의 진폭은 진동하지 않고 지수적으로 줄어든다. 그래서 장벽이 충분히 얇으면 반대편에 진폭이 조금 남고, 그만큼 전자가 반대편에서 발견될 확률이 생긴다. 이를 터널 효과라 한다.
질량 \(m\)인 입자가 에너지가 \(U - E\)만큼 모자란 두께 \(d\)의 장벽을 지날 확률은 대략 \[T \approx e^{-2\kappa d},\qquad \kappa = \frac{\sqrt{2m(U - E)}}{\hbar}\] 이다. \(\hbar = \dfrac{h}{2\pi}\)이다.
통과 확률은 지수함수이므로 두께가 조금만 달라져도 크게 변한다. 그림 1에서 두께를 0.5 nm에서 1 nm로 늘려 보자. 모자란 에너지가 1 eV일 때 확률이 약 160분의 1로 떨어진다. 한편 질량이 큰 입자일수록 \(\kappa\)가 커서 거의 통과하지 못한다. 그래서 공이나 사람에게서는 터널 효과를 볼 수 없다.
3.3.2터널 효과의 쓰임
태양 중심의 수소 원자핵은 서로의 전기적 반발을 이길 만큼의 에너지가 없지만, 터널 효과로 가끔 반발 장벽을 뚫고 가까워져 핵융합을 한다. 주사 터널링 현미경은 뾰족한 바늘을 표면에 1 nm 정도까지 대고 흐르는 터널 전류를 잰다. 그런데 전류는 간격에 지수적으로 민감하므로 원자 하나의 높낮이까지 구별할 수 있다.1
3.3.3예제 풀이
전자의 에너지가 장벽보다 1 eV 모자란다. \(\kappa\)를 구하고, 두께 0.5 nm와 1.0 nm인 장벽을 지날 확률을 각각 어림하여라. (\(m = 9.11 \times 10^{-31}\) kg, \(\hbar = 1.055 \times 10^{-34}\) J·s)
\(\kappa = \dfrac{\sqrt{2 \times 9.11 \times 10^{-31} \times 1.6 \times 10^{-19}}}{1.055 \times 10^{-34}} = \dfrac{5.40 \times 10^{-25}}{1.055 \times 10^{-34}} \approx 5.1 \times 10^9\) /m, 곧 약 5.1 /nm이다.
0.5 nm이면 \(T \approx e^{-2 \times 5.1 \times 0.5} = e^{-5.1} \approx 0.006\), 곧 170번에 한 번꼴이다. 1.0 nm이면 \(e^{-10.2} \approx 3.7 \times 10^{-5}\)로 약 2만 7천 번에 한 번이다. 두께가 두 배가 되자 확률은 약 160분의 1이 되었다. 따라서 플래시 메모리는 수 nm의 얇은 절연막을 두고, 높은 전압으로 장벽을 낮추어 전자를 터널로 들여보내거나 꺼내 정보를 쓰고 지운다. 전압을 끄면 전자가 거의 빠져나가지 못해 정보가 오래 남는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장벽의 두께와 높이를 바꾸며 전자가 벽을 지나는 확률을 직접 계산해 보자.
- 주사 터널링 현미경은 1981년에 개발되어 처음으로 원자 하나하나의 모습을 보여 주었고, 1986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바늘로 원자를 하나씩 옮겨 글자를 쓰는 데도 쓰였다.
입자의 물질파는 장벽 안으로 스며들어 지수적으로 줄어들므로, 장벽이 얇으면 에너지가 모자란 입자도 \(e^{-2\kappa d}\) 정도의 확률로 반대편에 나타난다. 이 확률은 두께와 질량에 매우 민감하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전자는 파동으로서 벽을 스며 지나며, 1 nm 안팎의 얇은 벽에서는 수천에서 수만 번에 한 번꼴로 통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