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텐셜 상자와 띠 이론
본문퀀텀닷 텔레비전에는 지름이 몇 나노미터인 반도체 알갱이가 들어 있다. 같은 물질로 만든 알갱이인데도, 작은 것은 파란빛을, 조금 큰 것은 초록빛을, 더 큰 것은 빨간빛을 낸다. 보통의 물질은 크기를 바꾸어도 색이 그대로인데, 나노미터 세계에서는 왜 크기가 색을 바꿀까? 전자를 아주 작은 상자에 가두면 무슨 일이 생길까?
4.5.1상자 속의 정상파
전자가 길이 \(L\)인 상자 속에 갇혀 벽 밖으로 나갈 수 없다고 하자. 전자의 물질파는 벽에서 0이 되어야 하므로, 양 끝이 고정된 줄의 정상파처럼 상자 길이가 반파장의 정수배일 때만 존재한다. 즉 \(L = n\dfrac{\lambda}{2}\)이고, 파장은 \(\lambda = 2L/n\)으로 정해진다. 드브로이 관계에서 운동량은 \(p = h/\lambda = nh/(2L)\)이 되어, 에너지도 아무 값이나 가질 수 없고 띄엄띄엄한 값만 가진다. 이것을 에너지의 양자화라 한다.
질량 \(m\)인 입자가 길이 \(L\)인 상자에 갇히면 에너지는 \[E_n = \frac{p^2}{2m} = \frac{n^2 h^2}{8mL^2}\qquad (n = 1, 2, 3, \dots)\]이다. 전자의 경우 \(L\)을 nm로 쓰면 \(E_1 \approx 0.376/L^2\) eV이다. 가장 낮은 에너지 \(E_1\)도 0이 아니며, 준위의 간격은 \(L^2\)에 반비례한다.
그림 1에서 상자 길이를 바꾸어 보자. \(L = 1\) nm이면 \(E_1 \approx 0.38\) eV, \(E_2 \approx 1.50\) eV이다. 전자가 n = 2에서 1로 떨어지면 1.13 eV의 광자를 내고, 그 파장은 \(1240 \div 1.13 \approx 1100\) nm인 적외선이다. 상자를 0.6 nm로 줄이면 간격이 약 2.8배 넓어져 파장 약 400 nm인 보랏빛이 된다. 즉 상자의 크기가 빛의 색을 정한다.1
4.5.2상자를 이어 붙이면 띠가 된다
원자 하나 속의 전자도 핵의 끌어당김이라는 상자에 갇혀 있어 띄엄띄엄한 에너지 준위를 가진다. 원자 두 개가 가까이 오면 각 준위가 두 개로 갈라지고, 원자 \(N\)개가 모여 결정을 이루면 각 준위가 \(N\)개로 갈라져 촘촘한 띠를 이룬다. 띠와 띠 사이에는 전자가 가질 수 없는 에너지 구간인 띠틈이 남는다. 전자가 다 찬 띠 위에 빈 띠가 띠틈을 두고 있으면 절연체나 반도체이고, 띠가 반쯤 차 있으면 도체이다. 반도체 알갱이를 몇 nm로 줄이면 띠의 양 끝이 상자 효과로 다시 벌어져 띠틈이 커진다. 퀀텀닷의 색이 크기에 따라 바뀌는 까닭이다.
4.5.3예제 풀이
일차원 상자 모형에서, 전자가 n = 2에서 n = 1로 떨어질 때 파장 650 nm인 빨간빛을 내려면 상자의 길이가 얼마여야 하는가? 같은 모형으로 파장 450 nm인 파란빛을 내는 상자의 길이도 구하여라.
650 nm 광자의 에너지는 \(1240 \div 650 \approx 1.91\) eV이다. 이것이 \(E_2 - E_1 = 3E_1\)이므로 \(E_1 \approx 0.636\) eV이고, \(0.376/L^2 = 0.636\)에서 \(L \approx 0.77\) nm이다.
450 nm는 \(1240 \div 450 \approx 2.76\) eV이므로 \(E_1 \approx 0.92\) eV이고 \(L \approx 0.64\) nm이다. 파란빛을 내는 상자가 빨간빛보다 작다. 실제 퀀텀닷은 삼차원 알갱이이고 반도체 속 전자의 유효 질량이 가벼워 지름이 수 nm에 이르지만, '작을수록 파랗다'는 결론은 같다. 그래서 같은 재료로 알갱이의 크기만 다르게 만들어 화면의 세 가지 색을 낸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상자에 갇힌 전자가 아무 에너지나 가질 수 없는 까닭과, 원자가 많이 모이면 준위가 띠가 되는 과정을 확인해 보자.
- 2023년 노벨 화학상은 퀀텀닷을 발견하고 만드는 방법을 개발한 바웬디, 브루스, 예키모프에게 돌아갔다. 예키모프는 1981년 색유리 속의 염화 구리 알갱이 크기에 따라 유리의 색이 달라지는 것을 발견했다.
상자에 갇힌 전자의 물질파는 정상파만 가능하여 에너지가 \(n^2h^2/(8mL^2)\)로 띄엄띄엄 정해지고, 준위의 간격은 상자 길이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원자가 많이 모이면 준위가 띠로 퍼지고, 나노 크기의 알갱이에서는 상자 효과로 띠틈이 다시 벌어진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퀀텀닷은 같은 물질이라도 알갱이가 작을수록 띠틈이 커져 짧은 파장의 파란빛을, 클수록 빨간빛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