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의 전기적 성질
본문구리는 전기를 아주 잘 통하고, 유리는 거의 통하지 않는다. 규소는 그 사이에 있어서 '반도체'라 불리는데, 이 규소에 불순물을 아주 조금 넣으면 전기가 수천 배 잘 통하게 된다. 전기가 통하는 정도는 무엇이 정하고, 불순물은 왜 그렇게 큰 차이를 만들까?
2.6.1움직일 수 있는 전자가 전류를 만든다
전류는 전하를 띤 입자가 한쪽으로 흐르는 것이다. 고체에서 이 일을 주로 맡는 것은 전자인데, 모든 전자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원자에 단단히 묶인 전자는 전압을 걸어도 제자리에 있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전자만 전류를 만든다. 따라서 전기가 얼마나 잘 통하는지는 움직일 수 있는 전자가 얼마나 많은가로 정해진다.
금속에서는 원자들이 바깥 전자를 내놓아 모두가 함께 쓰므로, 자유 전자가 원자 수만큼이나 많다. 그래서 구리, 은, 알루미늄 같은 금속은 전기를 잘 통하는 도체이다. 반대로 유리나 플라스틱에서는 전자가 공유 결합에 단단히 묶여 있어 거의 움직이지 않으므로 절연체(부도체)이다.
2.6.2에너지 띠와 띠 간격
고체에서는 원자가 아주 많이 모여 있어 전자의 에너지 준위가 촘촘한 띠를 이룬다. 결합에 묶인 전자가 차지하는 띠를 원자가 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전자가 차지하는 띠를 전도띠라 하고, 그 사이에 전자가 있을 수 없는 구간을 띠 간격이라 한다.
도체는 원자가 띠와 전도띠가 겹치거나 전도띠가 일부 채워져 있어 띠 간격이 사실상 없다. 반도체는 띠 간격이 좁아(규소 약 1.1 eV) 열을 받은 일부 전자가 전도띠로 올라간다. 절연체는 띠 간격이 넓어(다이아몬드 약 5.5 eV) 전자가 거의 올라가지 못한다.
그림 1에서 물질을 바꾸어 보자. 띠 간격이 좁을수록 상온의 열에너지만으로 전도띠에 올라가는 전자가 많아진다. 그리고 전자가 빠져나간 원자가 띠의 빈자리, 곧 양공도 이웃 전자가 채우며 옮겨 다니므로 전류에 기여한다.
2.6.3불순물을 넣은 반도체
순수한 규소는 원자가 전자가 4개이고, 이웃 규소 4개와 전자쌍을 하나씩 공유한다. 여기에 원자가 전자가 5개인 인(P)을 조금 넣으면, 결합에 쓰이고 남은 전자 하나가 쉽게 떨어져 나와 자유 전자가 된다. 이렇게 전자가 늘어난 반도체를 n형 반도체라 한다. 반대로 원자가 전자가 3개인 붕소(B)를 넣으면 결합에 전자 하나가 모자라 양공이 생기고, 이것을 p형 반도체라 한다.1
2.6.4예제 풀이
순수한 규소에는 상온에서 \(1\ \text{cm}^3\)에 자유 전자가 약 \(1 \times 10^{10}\)개 있다. 규소 원자 \(5 \times 10^{22}\)개(\(1\ \text{cm}^3\))마다 인을 100만 분의 1 비율로 넣고, 인 원자 하나가 전자 하나씩을 내놓는다고 하면 자유 전자는 몇 배가 될까?
넣은 인 원자 수는 \(5 \times 10^{22} \times 10^{-6} = 5 \times 10^{16}\)개이다. 인 하나가 전자 하나를 내놓으므로 자유 전자가 약 \(5 \times 10^{16}\)개 늘어난다.
원래 \(10^{10}\)개와 비교하면 \(\dfrac{5 \times 10^{16}}{10^{10}} = 5 \times 10^{6}\), 곧 약 500만 배이다. 원자 100만 개에 하나꼴로 섞었을 뿐인데 전기를 나르는 전자는 수백만 배 늘었다.
넣는 양을 조절해 전기적 성질을 정밀하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이 반도체를 전자 소자로 쓰는 까닭이다. n형과 p형을 붙이면 전류를 한쪽으로만 흘리는 다이오드가 되고, 셋을 겹치면 신호를 키우는 트랜지스터가 된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띠 간격과 불순물의 양을 바꾸며 전도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직접 확인해 보자.
- 반도체에 불순물을 넣는 일을 도핑이라 한다. 실제 반도체 공정에서는 넣는 비율이 원자 수천억 개에 하나부터 수천 개에 하나까지 다양하다.
전기가 통하는 정도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전자의 수가 정하고, 이것은 원자가 띠와 전도띠 사이의 띠 간격에 달려 있다. 도체는 띠 간격이 없고, 절연체는 넓으며, 반도체는 좁아서 열이나 불순물로 전도성을 크게 바꿀 수 있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규소에 인을 아주 조금 넣으면 자유 전자가 수백만 배 늘어 전기가 훨씬 잘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