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융합과학기술
본문1971년에 나온 최초의 상업용 마이크로프로세서에는 트랜지스터가 2300개 들어 있었다. 지금 스마트폰의 칩에는 그 수백만 배인 수백억 개가 들어 있다. 1965년 고든 무어는 칩 하나의 트랜지스터 수가 해마다 두 배가 될 것이라 예측했고, 10년 뒤 2년마다 두 배로 고쳤다. 이 '무어의 법칙'은 50년 가까이 들어맞았다. 그러면 이 추세를 그대로 이어 20년 뒤의 컴퓨터를 예측해도 될까? 미래 기술을 내다볼 때 과거의 추세는 얼마나 믿을 만할까?
3.1.1지수 증가와 외삽
일정한 기간마다 같은 비율로 늘어나는 것을 지수 증가라 한다. 두 배가 되는 기간이 \(T\)년이면, \(t\)년 뒤의 양은 처음 양에 \(2^{t/T}\)를 곱한 값이다. 지수 증가를 보통 눈금에 그리면 처음에는 거의 평평하다가 갑자기 치솟지만, 세로축을 로그 눈금으로 그리면 곧은 직선이 된다. 그래서 과거 자료로 직선을 그은 뒤 그 직선을 자료 밖의 미래로 이어 그리는 일이 쉬워진다. 이렇게 자료의 범위 밖을 추세로 짐작하는 것을 외삽이라 한다.
처음 양 \(N_0\)이 \(T\)년마다 두 배가 되면 \(N(t) = N_0 \cdot 2^{t/T}\)이다. 두 배 기간을 \(T_1\)과 \(T_2\)로 조금 다르게 잡은 두 예측의 비는 \(2^{t/T_1 - t/T_2}\)로, 예측하는 기간 \(t\)가 길수록 지수적으로 커진다.
그림 1에서 예측할 연도를 바꾸어 보자. 2년마다 두 배이면 1971년부터 2020년까지 49년 동안 약 2400만 배가 되어 500억 개쯤을 예측한다. 실제 칩은 160억 개 정도라서, 두 배 기간을 2.2년으로 잡은 선이 더 잘 맞는다. 그런데 이 작은 차이가 2040년이면 예측값을 약 9배나 벌려 놓는다. 즉 지수 추세의 외삽은 두 배 기간의 작은 오차가 먼 미래에서 큰 오차로 불어난다.1
3.1.2추세가 멈추는 까닭과 융합
지수 증가는 영원히 이어질 수 없다. 트랜지스터를 작게 만들수록 회로의 선폭이 원자 수십 개 수준에 가까워지고, 전자가 얇은 벽을 터널링해 새어 나가며, 좁은 곳에 모인 열을 빼내기도 어려워진다. 그래서 2010년대부터 칩 하나의 성능이 늘어나는 빠르기는 느려졌다. 대신 기술자들은 칩을 층층이 쌓는 3차원 구조, 새로운 반도체 재료, 인공지능 계산에 특화된 칩 같은 다른 길을 찾고 있다. 이런 길은 물리, 화학, 재료, 컴퓨터 과학이 함께 풀어야 하는 융합의 문제이다.
3.1.3예제 풀이
어떤 기술의 성능이 지금 100이고 3년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고 한다. 15년 뒤의 성능은 얼마인가? 만약 실제 두 배 기간이 3.5년이었다면 15년 뒤의 성능은 얼마이며, 두 예측은 몇 배 다른가?
3년마다 두 배이면 15년 동안 \(15 \div 3 = 5\)번 두 배가 되어 \(100 \times 2^5 = 3200\)이다.
3.5년마다 두 배이면 \(15 \div 3.5 \approx 4.29\)번 두 배가 되어 \(100 \times 2^{4.29} \approx 100 \times 19.5 = 1950\)이다. 두 예측은 \(3200 \div 1950 \approx 1.6\)배 다르다. 두 배 기간의 차이는 반 년, 곧 약 17%뿐이었는데 15년 뒤의 예측은 60% 넘게 벌어졌다. 그래서 미래 기술을 예측할 때는 한 값만 내놓지 않고, 가능한 두 배 기간의 범위로 예측의 폭을 함께 보여 주는 것이 정직하다. 그리고 그 추세를 떠받치는 물리적 조건이 그때까지 유지될지도 함께 따진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기술 발전의 자료로 추세선을 그려 보고, 미래의 융합과학기술이 어떤 한계를 넘어서려 하는지 살펴보자.
- 1960년대에는 비행기의 최고 속도도 지수적으로 빨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이 추세를 이어 그리면 지금쯤 승객이 빛의 속도에 가깝게 여행해야 하지만, 여객기의 속도는 1970년대 이후 거의 그대로이다.
지수 증가는 로그 눈금에서 직선이 되어 미래로 이어 그리기 쉽지만, 두 배 기간의 작은 오차가 먼 미래에서 큰 차이로 불어나고, 추세를 떠받치던 물리적 조건이 한계에 이르면 추세 자체가 멈춘다. 그래서 그 한계를 넘는 미래 기술은 여러 분야가 융합한 새로운 길에서 나온다. 처음 질문의 '2년마다 두 배'는 가까운 미래의 어림에는 쓸모 있지만, 20년 뒤를 예측하려면 예측의 폭과 추세의 한계를 함께 따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