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띠와 반도체
본문빨간 LED는 건전지 두 개(약 2 V)만으로도 켜지지만, 파란 LED는 3 V가 넘어야 켜진다. 같은 LED인데 색에 따라 필요한 전압이 다르다. 빛의 색과 전압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3.5.1준위가 모여 띠가 된다
원자 하나에서는 전자의 에너지 준위가 띄엄띄엄 떨어져 있다. 그런데 원자 두 개가 가까워지면 서로 영향을 주어 한 준위가 아주 조금 다른 두 준위로 갈라진다. 고체처럼 원자가 수없이 모이면 갈라진 준위들이 촘촘히 붙어 사실상 연속적인 띠를 이루는데, 이것을 에너지띠라 한다.
전자가 채워진 가장 높은 띠를 원자가 띠, 그 위의 비어 있는 띠를 전도띠라 하고, 두 띠 사이에서 전자가 가질 수 없는 에너지 구간의 폭을 띠 간격 \(E_g\)라 한다.
전자가 꽉 찬 띠 안에서는 빈자리가 없어 전자가 움직일 수 없다. 전류가 흐르려면 전자가 띠 간격을 뛰어넘어 전도띠로 올라가야 한다. 도체는 띠가 겹치거나 일부만 차 있어 전자가 쉽게 움직인다. 절연체는 띠 간격이 5 eV 이상으로 넓어 전자가 거의 올라가지 못하고, 반도체는 약 1~3 eV로 좁아 열이나 빛을 받으면 일부 전자가 올라간다.1
3.5.2도핑과 p-n 접합
순수한 규소에 원자가 전자가 5개인 인을 조금 넣으면 남는 전자가 생겨 n형 반도체가 되고, 원자가 전자가 3개인 붕소를 넣으면 전자가 빈자리, 곧 양공이 생겨 p형 반도체가 된다. 두 반도체를 붙인 p-n 접합에 p쪽이 높은 전압을 걸면, 전자와 양공이 접합면으로 몰려와 만나며 전류가 흐른다. 반대로 걸면 둘 다 접합면에서 멀어져 전류가 흐르지 않는다. 이것이 다이오드가 한쪽으로만 전류를 흘리는 까닭이다.
LED는 p-n 접합에서 전도띠의 전자가 원자가 띠의 양공으로 떨어지며 띠 간격만큼의 에너지를 광자로 내놓는 다이오드이다. 전자 하나가 \(E_g\)만큼의 에너지를 얻으려면 적어도 \(\tfrac{E_g}{e}\)의 전압이 필요하다. 그림 1에서 띠 간격을 바꾸며 빛의 색과 필요한 전압을 함께 보자.
띠 간격이 \(E_g\)인 LED가 내는 빛의 파장은 \(\lambda = \dfrac{hc}{E_g}\)이고, 켜는 데 필요한 전압은 대략 \(V \approx \dfrac{E_g}{e}\)이다.
3.5.3예제 풀이
띠 간격이 1.9 eV인 LED와 2.7 eV인 LED가 있다. 각각이 내는 빛의 파장과 색을 구하고, 켜는 데 필요한 최소 전압을 어림하여라. (\(hc \approx 1240\ \text{eV·nm}\))
1.9 eV이면 \(\lambda = \dfrac{1240}{1.9} \approx 653\) nm로 빨간빛이고, 켜는 데 약 1.9 V가 필요하다. 2.7 eV이면 \(\lambda = \dfrac{1240}{2.7} \approx 459\) nm로 파란빛이고, 약 2.7 V가 필요하다.
실제로는 접합과 도선의 저항 때문에 이보다 조금 더 큰 전압을 건다. 그래서 처음 질문처럼 빨간 LED는 약 2 V, 파란 LED는 3 V 이상에서 켜진다. 파란 LED는 띠 간격이 넓은 반도체를 만들기 어려워 가장 늦게 개발되었고, 그 덕분에 흰색 LED 조명이 가능해졌다.
태양 전지는 LED를 거꾸로 쓴 것이다. 띠 간격보다 큰 에너지의 광자가 전자를 전도띠로 올리면 p-n 접합이 전자와 양공을 양쪽으로 갈라 전류를 만든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에너지띠와 LED, 다이오드, 태양 전지를 직접 다루어 보자.
- 규소의 띠 간격은 약 1.1 eV이다. 온도가 오르면 열에너지를 받아 전도띠로 올라가는 전자가 늘어나므로, 금속과 반대로 반도체는 온도가 높을수록 전류가 잘 흐른다.
고체에서는 원자의 준위가 모여 에너지띠를 이루고, 원자가 띠와 전도띠 사이의 띠 간격이 도체, 반도체, 절연체를 가른다. LED는 전자가 띠 간격만큼 떨어지며 \(\lambda = \tfrac{hc}{E_g}\)의 빛을 낸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파란 LED는 띠 간격이 커서 빨간 LED보다 높은 전압이 있어야 켜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