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건축 속 과학 원리
본문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설계한 가우디는 천장에 사슬과 줄을 늘어뜨리고 작은 추를 매달았다. 그리고 그 모양을 거울에 비추어 거꾸로 보며 성당의 아치와 기둥을 정했다. 컴퓨터도 없던 시절, 늘어진 사슬이 왜 튼튼한 아치의 설계도가 되었을까? 그림과 건물 속에는 또 어떤 과학 원리가 숨어 있을까?
2.3.1당김과 누름의 뒤집기
사슬은 휘는 힘을 버티지 못하므로, 양 끝을 잡고 늘어뜨리면 각 고리에 오직 당기는 힘(장력)만 걸리는 모양으로 저절로 자리 잡는다. 이 곡선을 현수선이라 한다. 그런데 이 모양을 위아래로 뒤집으면, 각 부분에 걸리던 당기는 힘이 그대로 누르는 힘(압축력)으로 바뀐다. 돌과 벽돌은 당기는 힘에는 약하지만 누르는 힘에는 매우 강하다. 그래서 거꾸로 선 현수선 모양의 아치는 돌만으로도 자기 무게를 버틴다.
자기 무게만 받는 아치는 현수선 모양일 때 모든 부분에 압축력만 걸리고 휘는 힘이 생기지 않는다. 늘어진 사슬에 추를 매달면, 아치가 받을 무게 분포에 맞는 최적의 모양을 실험으로 얻을 수 있다.
그림 1에서 아치의 높이를 바꾸어 보며 두 곡선을 비교해 보자. 높이가 폭의 10분의 1쯤인 낮은 아치는 현수선과 포물선이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 그런데 높이가 폭과 비슷한 높은 아치에서는 차이가 커진다. 반원 아치는 이 이상적인 모양과 달라 옆으로 벌어지려는 힘이 생기므로, 중세 성당은 벽 바깥에 버팀벽을 덧대야 했다. 가우디는 사슬 모형으로 버팀벽 없이 서는 성당을 설계했다.1
2.3.2예술 속 과학
르네상스 화가들은 원근법으로 소실점을 정해 평평한 그림에 깊이를 만들었다. 19세기 점묘파 화가 쇠라는 빨강과 초록 같은 작은 색점을 나란히 찍어, 멀리서 보면 눈에서 색이 섞여 보이게 했다. 고딕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는 금속 이온이 특정 색의 빛을 흡수하는 원리로 색을 낸다. 이렇게 예술가들은 빛, 색, 힘의 원리를 직관과 실험으로 활용해 왔다.
2.3.3예제 풀이
폭 10 m, 높이 2 m인 아치를 포물선 \(y = 2 - 0.08x^2\)(\(x\)는 가운데에서의 가로 거리, m)으로 설계했다. 가운데에서 3 m 떨어진 곳의 높이를 구하여라. 같은 폭과 높이의 반원 아치는 만들 수 있는가?
\(x = 3\)이면 \(y = 2 - 0.08 \times 9 = 2 - 0.72 = 1.28\) m이다. 양 끝 \(x = 5\)에서는 \(2 - 0.08 \times 25 = 0\)으로 바닥에 닿는다.
반원 아치는 높이가 폭의 절반이어야 하므로 폭 10 m이면 높이가 5 m여야 한다. 높이 2 m로는 반원을 만들 수 없다. 이렇게 낮은 아치에서는 포물선이 현수선과 거의 같아, 압축력만으로 잘 버틴다. 그래서 다리처럼 낮고 넓은 아치에는 포물선 모양이 널리 쓰인다. 즉 아치의 비율에 따라 알맞은 곡선이 달라지고, 사슬 모형은 그 답을 실험으로 보여 준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가우디가 사슬을 거꾸로 매달아 설계한 까닭과, 그림과 건물 속에 숨은 과학을 찾아보자.
- 17세기 영국의 훅은 '줄이 늘어진 모양을 뒤집으면 단단한 아치가 된다'는 원리를 수수께끼 글자로 남겼다. 런던 세인트폴 대성당의 돔 설계에도 이 생각이 쓰였다.
늘어진 사슬은 장력만 걸리는 현수선 모양이 되고, 이를 뒤집으면 압축력만 받는 아치가 되어 돌로도 자기 무게를 버틴다. 예술가들은 원근법, 색의 혼합, 힘의 평형 같은 원리를 작품에 활용해 왔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가우디는 추를 매단 사슬의 모양을 뒤집어, 버팀벽 없이 압축력만으로 서는 성당의 아치와 기둥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