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의 논쟁과 의사소통
본문1860년 무렵 프랑스의 파스퇴르와 푸셰는 미생물이 저절로 생기는지를 두고 격렬하게 다투었다. 파스퇴르는 끓인 국물을 공기에서 먼지만 막으면 미생물이 생기지 않는다고 했고, 푸셰는 같은 방법으로 해도 미생물이 생겼다고 했다. 둘 다 끓이고 막았는데 결과가 달랐다. 누가 실험을 잘못했을까? 과학자들은 이런 논쟁을 어떻게 결론 냈을까?
2.2.1숨은 변인
파스퇴르는 주로 효모로 만든 국물을, 푸셰는 건초를 우린 물을 썼다. 그때는 아무도 몰랐지만 건초에는 열에 매우 강한 세균의 포자(내생 포자)가 붙어 있다. 이 포자는 몇 분 끓여도 살아남아, 식으면 다시 자라난다. 그래서 같은 '끓였다'도 국물의 종류에 따라 미생물을 모두 없앴는지가 달랐다. 두 사람 모두 정직하게 실험했지만, 통제하지 못한 숨은 변인 때문에 결과가 갈린 것이다.
과학 논쟁은 실험 조건을 자세히 공개하고, 다른 사람이 같은 조건과 다른 조건에서 재현하며, 결과가 어긋나는 원인을 찾아내는 과정으로 해결된다. 어긋나는 결과는 종종 아직 모르는 변인을 알려 준다.
그림 1에서 끓인 시간을 바꾸어 보자. 5분 끓이면 효모 국물의 미생물은 모두 죽지만 건초 우린 물에서는 포자가 남는다. 1877년 틴들은 건초 우린 물을 여러 번 나누어 끓이는 방법으로 포자까지 없애, 미생물이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확정했다. 그 뒤 압력솥처럼 120 °C로 가열하는 고압 증기 멸균법이 표준이 되었다.1
2.2.2과학자들의 의사소통
파스퇴르와 푸셰의 논쟁은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에서 공개 실험으로 판가름 내기로 했지만, 푸셰가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물러나면서 끝났다. 당시 아카데미는 파스퇴르의 손을 들어 주었는데, 그 판단에는 종교적, 정치적 분위기도 영향을 주었다고 보는 학자도 있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학술지의 동료 심사, 학회 발표, 자료와 방법의 공개로 의견을 나눈다. 논쟁 자체는 과학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2.2.3예제 풀이
100 °C에서 효모 국물의 미생물 수는 0.2분마다, 건초 포자는 10분마다 10분의 1로 줄어든다고 하자. 처음 100만(10⁶) 마리일 때 기대되는 생존 수가 1마리 아래로 내려가려면 각각 몇 분을 끓여야 하는가? 둘 다 10분 끓이면 건초 우린 물에는 몇 마리쯤 남는가?
10⁶을 1로 줄이려면 10분의 1로 6번 줄어야 한다. 효모 국물은 \(6 \times 0.2 = 1.2\)분, 건초 포자는 \(6 \times 10 = 60\)분이 걸린다.
10분 끓이면 건초 포자는 한 번만 10분의 1로 줄어 약 10만 마리가 남는다. 푸셰가 몇 분 끓인 건초 우린 물에서 미생물이 생긴 것은 당연했다. 즉 논쟁의 어느 한쪽이 거짓을 말한 것이 아니라, 두 실험이 서로 다른 조건을 시험하고 있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결과가 어긋날 때 상대를 탓하기 전에 조건의 차이를 먼저 찾는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두 과학자의 결과가 달랐던 까닭과, 과학자들이 다투고 결론에 이르는 방식을 살펴보자.
- 틴들의 방법은 국물을 끓여 식히기를 하루 간격으로 여러 번 되풀이하여, 그 사이 싹튼 포자를 다음 가열 때 죽이는 것이다. 이를 간헐 멸균법이라 한다.
파스퇴르의 효모 국물과 푸셰의 건초 우린 물은 열에 강한 포자라는 숨은 변인이 달라, 같은 절차로도 다른 결과가 나왔다. 과학 논쟁은 조건의 공개와 재현, 어긋남의 원인 찾기로 해결되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두 사람의 결과가 다른 것은 실수가 아니라, 건초 속 포자가 몇 분 끓여도 살아남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