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설과 연역적 탐구
본문끓인 고깃국물을 며칠 두면 뿌옇게 흐려지고 미생물이 가득해진다. 19세기까지 많은 사람은 생명이 생명이 아닌 것에서 저절로 생긴다고 믿었다(자연 발생설). 반대로 공기 속에 떠다니던 미생물이 들어간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두 주장 가운데 어느 것이 옳은지 어떻게 가릴 수 있을까? 1861년 파스퇴르는 목을 백조처럼 구부린 플라스크 하나로 이 논쟁을 끝냈다.
2.2.1연역적 탐구
연역적 탐구는 문제에 대한 잠정적인 답, 곧 가설을 세우고, 가설이 옳다면 어떤 결과가 나와야 하는지 예측을 끌어낸 뒤, 실험으로 예측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예측대로 결과가 나오면 가설이 지지되고, 예측과 다르면 가설을 버리거나 고친다. 좋은 가설은 틀릴 수 있는 분명한 예측을 낸다. '어쩌면 생길 수도 있다'처럼 어떤 결과가 나와도 맞는다고 할 수 있는 주장은 실험으로 시험할 수 없다.
가설은 '미생물은 공기 속 먼지에 실려 들어온다'이다. 이 가설이 옳다면, 공기는 통하지만 먼지는 들어오지 못하는 플라스크에서는 미생물이 생기지 않아야 하고, 먼지가 들어갈 길을 열면 곧 생겨야 한다.
자연 발생설을 믿는 사람들은 '공기에 생명을 만드는 힘이 있는데, 플라스크를 막으면 그 힘이 들어가지 못해서 미생물이 안 생긴다'고 반박했다. 그래서 파스퇴르는 플라스크를 막지 않고, 목을 S자로 길게 구부려 공기는 드나들되 먼지는 굽은 곳의 물기에 걸리게 했다. 그림 1에서 목을 부러뜨린 날을 바꾸어 보자. 공기는 처음부터 통했지만, 미생물은 먼지가 들어갈 수 있게 된 뒤에야 자란다.1
2.2.2대조 실험과 변인
이 실험에서 바꾼 것(조작 변인)은 먼지가 들어갈 수 있는지이고, 국물의 종류, 끓인 시간, 온도, 공기의 출입은 똑같이 두었다(통제 변인). 그리고 미생물의 증식을 결과(종속 변인)로 보았다. 목이 곧은 플라스크는 먼지가 들어가는 대조군 역할을 한다. 같은 국물이 대조군에서는 썩고 실험군에서는 썩지 않으므로, 차이를 만든 것은 먼지라고 결론 내릴 수 있다. 만약 대조군이 없었다면 국물을 끓인 방법이 달라서 생긴 차이인지 가릴 수 없었을 것이다.
2.2.3예제 풀이
백조목 플라스크 10개를 끓여 두었더니 몇 주 동안 모두 깨끗했다. 그 가운데 5개를 기울여 국물이 목의 굽은 곳에 닿았다가 다시 돌아오게 했더니, 이틀 뒤 그 5개에서만 미생물이 자랐다. 이 결과는 어느 가설을 지지하며, 기울이지 않은 5개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목의 굽은 곳에는 공기에서 걸러진 먼지가 쌓여 있다. 국물이 그곳에 닿으면 먼지 속 미생물이 국물로 옮겨진다. 국물이 닿은 플라스크에서만 미생물이 자랐으므로, 미생물이 먼지에서 왔다는 가설이 지지된다.
기울이지 않은 5개는 같은 조건에서 국물만 먼지에 닿지 않은 대조군이다. 이것이 없으면 '이틀이 지나서 저절로 생긴 것'이라는 설명을 배제할 수 없다. 즉 연역적 탐구에서는 가설이 틀렸다면 나왔을 결과와 비교할 수 있도록 실험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가설을 검증하는 방법과, 고깃국물 속 미생물이 저절로 생기는지 직접 따져 보자.
- 파스퇴르가 만든 백조목 플라스크 가운데 일부는 지금도 파리의 파스퇴르 연구소에 남아 있고, 150년이 지나도록 국물이 깨끗하다고 한다.
연역적 탐구는 가설을 세우고 그로부터 틀릴 수 있는 예측을 끌어내어 실험으로 확인하는 방법이며, 대조군과 변인 통제가 결론을 믿을 만하게 한다. 파스퇴르는 공기는 통하되 먼지는 막는 백조목 플라스크로 이를 보여 주었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답은 '아니다'이다. 고깃국물 속 미생물은 저절로 생기지 않고 공기 속 먼지에 실려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