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과 새로운 문화
본문쇠라의 점묘화를 가까이서 보면 색색의 작은 점뿐인데, 몇 걸음 물러서면 공원의 풍경이 매끈하게 나타난다. 휴대 전화 화면도 돋보기로 보면 빨강, 초록, 파랑의 작은 점들이지만 손에 들고 보면 사진처럼 보인다. 눈은 왜 점을 점으로 보지 못할까? 그리고 화면 기술은 사람들이 보고, 듣고, 노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었을까?
3.1.1눈의 해상력
눈의 망막에는 빛을 느끼는 시세포가 촘촘히 늘어서 있는데, 가장 촘촘한 중심 부분에서도 시세포 사이에 간격이 있다. 그리고 동공을 지난 빛은 조금 퍼진다. 그래서 두 점이 아주 가까우면 같은 시세포 몇 개에 빛이 떨어져 하나로 보인다. 시력 1.0인 사람은 약 1분 각으로 떨어진 두 점을 겨우 구별한다.
화소 간격이 \(p\), 보는 거리가 \(L\)이면 화소가 눈에서 이루는 각은 약 \(\dfrac{p}{L}\)(라디안)이다. 이 각이 1분, 곧 약 \(2.9 \times 10^{-4}\) 라디안보다 작으면 화소가 구별되지 않는다.
그림 1에서 화소 밀도와 거리를 바꾸어 보자. 30 cm 거리에서 화소가 보이지 않으려면 약 290 ppi 이상이어야 한다. 그래서 휴대 전화는 300~500 ppi로 만든다. 거실의 텔레비전은 2~3 m 떨어져 보므로 훨씬 낮은 밀도로도 매끈해 보인다. 같은 원리로 쇠라의 점묘화는 점이 수 mm 크기여서 몇 m 떨어져야 색이 섞여 보인다.1
3.1.2새로운 기술, 새로운 문화
사진, 영화, 텔레비전, 휴대 전화는 사람들이 세상을 보고 기록하는 방식을 바꾸었다. 사진이 등장하자 화가들은 사실을 그대로 그리기보다 빛과 색의 인상을 표현하는 쪽으로 나아갔다. 녹음과 방송은 음악을 공연장 밖으로 퍼뜨렸고, 디지털 화면과 인터넷은 누구나 사진과 영상을 만들어 나누는 문화를 낳았다. 이 모든 기술은 빛의 삼원색과 눈의 해상력 같은 사람의 감각에 대한 이해 위에 서 있다.
3.1.3예제 풀이
400 ppi 휴대 전화 화면의 화소 간격을 mm로 구하여라(1인치 = 25.4 mm). 이 화면을 25 cm 거리에서 볼 때 화소 하나가 이루는 각은 몇 분인가? 화소가 보이는가? (1분 ≈ \(2.9 \times 10^{-4}\) 라디안)
화소 간격은 \(\dfrac{25.4}{400} \approx 0.064\) mm이다. 25 cm, 곧 250 mm 거리에서 각은 \(\dfrac{0.064}{250} \approx 2.5 \times 10^{-4}\) 라디안이다.
이를 분으로 바꾸면 \(\dfrac{2.5 \times 10^{-4}}{2.9 \times 10^{-4}} \approx 0.88\)분으로 1분보다 작다. 그래서 화소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화면을 10 cm까지 가까이 대면 각이 2.2분으로 커져 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즉 '매끈한 화면'은 화면만의 성질이 아니라 화면과 눈과 거리의 관계이며, 기술은 사람 눈의 한계를 정확히 알고 그 너머를 만든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새 기술이 보고 듣고 노는 방식을 바꾼 사례와, 점을 찍어 그린 그림이 멀리서 매끈해 보이는 까닭을 살펴보자.
- 애플은 2010년 '망막 디스플레이'라는 이름으로, 일반적인 거리에서 화소가 보이지 않는 326 ppi 화면을 내놓았다. 이름은 마케팅 용어이지만, 계산의 근거는 눈의 해상력이다.
사람 눈은 약 1분보다 작은 각으로 떨어진 점을 구별하지 못하므로, 화소 간격을 보는 거리로 나눈 각이 이보다 작으면 점들이 녹아 매끈하게 보인다. 사진, 방송, 디지털 화면은 이런 감각의 이해 위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점묘화와 휴대 전화 화면은 점 하나가 눈의 해상력 한계보다 작은 각으로 보이는 거리에서 매끈하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