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교과서

산업혁명 이후 과학기술의 명암

공기에서 비료를 만든 반응은 수십억 명을 먹여 살렸지만 전쟁에도 쓰였고, 핵분열은 발전소와 무기를 함께 낳았습니다. 같은 과학이 왜 이렇게 다른 결과를 낼까요? 새로운 기술 앞에서 무엇을 따져 보아야 할까요?

먼저 알면 좋은 것 과학기술과 윤리핵분열과 원자력유전자 재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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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 이후 과학기술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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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발전소와 핵폭탄은 둘 다 우라늄 원자핵이 쪼개지는 핵분열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그런데 하나는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전기를 만들고, 다른 하나는 100만 분의 1초 만에 도시를 파괴한다. 같은 원리에서 어떻게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올까? 그리고 같은 과학기술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해치기도 하는 일은 왜 되풀이될까?

그림 1. 한 세대의 중성자가 다음 세대에 \(k\)배가 될 때 중성자 수의 변화(로그 눈금). \(k = 1\)이면 일정하게 유지되고, 1보다 크면 지수적으로 늘어난다. 회색은 \(k\) = 0.98, 1, 2이다.
먼저 알아야 할 것핵분열과 원자력(물리학, 통합과학), 지수함수, 과학기술과 윤리, 교통과 사회(교통수단과 미래 사회).

2.6.1연쇄 반응과 증배 계수

우라늄-235 원자핵이 중성자 하나를 흡수하면 둘로 쪼개지며 큰 에너지와 함께 중성자 2~3개를 내놓는다. 이 중성자가 다른 원자핵을 쪼개면 반응이 이어지는데, 이를 연쇄 반응이라 한다. 한 세대의 핵분열이 다음 세대에 평균 몇 번의 핵분열을 일으키는지를 증배 계수 \(k\)라 한다. 중성자의 일부는 밖으로 새거나 다른 물질에 흡수되므로, \(k\)는 내놓는 중성자 수보다 작다.

정리 2.6.1 임계 상태

\(n\)세대 뒤의 핵분열 수는 처음의 \(k^n\)배이다. \(k = 1\)이면 반응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임계 상태, \(k < 1\)이면 꺼져 가는 미임계, \(k > 1\)이면 지수적으로 커지는 초임계 상태이다.

원자력 발전소는 우라늄-235가 3~5%뿐인 연료를 쓰고, 중성자를 흡수하는 제어봉을 넣었다 뺐다 하여 \(k\)를 1에 맞춘다. 그래서 일정한 열이 나오고 그 열로 물을 끓여 터빈을 돌린다. 핵폭탄은 우라늄-235가 90% 넘는 물질을 순식간에 한데 모아 \(k\)를 2 가까이 만든다. 그림 1에서 \(k\)를 바꾸어 보자. 2이면 80세대 만에 \(10^{24}\)배가 넘는다.1

2.6.2과학기술의 명암

산업혁명 이후 과학기술은 삶을 크게 바꾸었다. 하버의 암모니아 합성은 비료로 수십억 명을 먹여 살렸지만, 같은 하버가 독가스 개발을 이끌었다. 다이너마이트는 광산과 터널 공사를 바꾸었지만 전쟁에도 쓰였다. 핵분열은 전기와 의료용 방사성 동위 원소를 주었지만 핵무기도 낳았다. 같은 지식이 어디에, 누구를 위해 쓰이는지는 과학만으로 정해지지 않으며, 과학자와 시민이 함께 책임을 나누어야 한다.

구분우라늄-235 비율증배 계수결과 원자력 발전소3~5%1 (제어봉)일정한 열 핵폭탄90% 이상약 2순간 폭발
그림 2. 같은 핵분열이지만 연료와 증배 계수가 결과를 가른다.

2.6.3예제 풀이

예제 2.6.2

핵폭탄에서 한 세대가 약 10 ns(1억분의 1초)이고 \(k = 2\)이다. 핵분열 한 번에서 시작해 \(10^{24}\)번에 이르는 데 몇 세대, 몇 초가 걸리는가? 원자로에서 \(k\)가 실수로 1.001이 되었고 한 세대가 0.1 ms라면, 1초 뒤 출력은 몇 배인가? (\(\log 2 \approx 0.301\), \(e^{10} \approx 22\,000\))

\(2^n = 10^{24}\)에서 \(n = \dfrac{24}{0.301} \approx 80\)세대이다. 시간은 \(80 \times 10\) ns \(= 800\) ns, 곧 100만 분의 1초도 안 걸린다.

원자로에서 1초는 \(\dfrac{1}{10^{-4}} = 10^4\)세대이므로 출력은 \(1.001^{10\,000} \approx e^{10} \approx 2.2 \times 10^4\)배가 된다. 아주 작은 어긋남도 지수적으로 커진다. 다행히 실제 원자로에서는 핵분열 뒤 늦게 나오는 '지연 중성자'가 있어 반응이 훨씬 느리게 변하고, 그 사이에 제어봉으로 조절할 수 있다. 즉 같은 원리라도 설계와 제어가 결과를 정한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같은 핵분열이 전기와 파괴로 갈리는 까닭과, 과학기술이 사람을 살리기도 해치기도 하는 사례를 따져 보자.

  1. 1942년 페르미 연구팀은 시카고 대학의 경기장 지하에서 첫 원자로를 가동해 \(k\)를 1보다 조금 크게 만든 뒤 제어봉으로 반응을 멈추었다. 인류가 처음으로 연쇄 반응을 통제한 순간이다.
마무리

핵분열의 연쇄 반응은 증배 계수 \(k\)에 따라 \(k^n\)으로 변하며, 원자력 발전소는 제어봉으로 \(k = 1\)을 유지하고 핵폭탄은 고농축 연료로 \(k \approx 2\)를 만들어 순식간에 폭발시킨다. 같은 과학기술이 쓰임에 따라 사람을 살리기도 해치기도 한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발전소와 폭탄의 차이는 연료의 농축도와 증배 계수를 1에 묶어 두느냐, 2 가까이 만드느냐에 있다.

탐구 1

같은 핵분열인데 왜 발전소는 전기를 만들고 폭탄은 도시를 파괴할까?

과학기술의 양면성 · 핵분열 연쇄 반응 · 증배 계수와 지연 중성자 · 모식
상태
—
중성자 수가 2배가 되는 시간
—
목표까지 걸리는 시간
—

모식이다. 우라늄-235 핵분열 한 번에 중성자가 평균 2~3개 나오고, 그 가운데 약 0.65 %는 수 초 뒤에 늦게 나온다(지연 중성자). 한 세대의 길이는 원자로의 즉발 중성자 약 10⁻⁴초, 지연 중성자를 포함한 평균 약 0.08초, 감속재 없는 고농축 우라늄 약 10⁻⁸초로 두었다. 우라늄-235 1 kg에는 원자핵이 약 2.6 × 10²⁴개 있다.

  1. 질문1938년 말 독일의 한과 슈트라스만은 우라늄에 중성자를 쬐었더니 바륨이 생긴다는 것을 발견했고, 마이트너와 프리슈는 이것이 원자핵이 둘로 쪼개지는 핵분열이라고 해석했다. 7년 뒤 같은 현상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파괴했고, 다시 몇 년 뒤에는 전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같은 물리가 어떻게 이렇게 다른 결과를 낳을까?
  2. 복원우라늄-235 핵이 중성자를 흡수해 쪼개지면 화학 반응의 수천만 배에 이르는 에너지(약 200 MeV)와 함께 중성자가 2~3개 나온다. 이 중성자가 다른 핵을 쪼개면 반응이 이어진다(연쇄 반응).
  3. 설명한 번의 분열에서 나온 중성자 가운데 평균 몇 개가 다음 분열을 일으키는지를 증배 계수 k라 한다. k < 1이면 반응이 꺼지고, k = 1이면 일정하게 유지되며(임계), k > 1이면 세대마다 늘어난다. 원자로는 핵분열 중성자의 일부가 몇 초 늦게 나오는 지연 중성자 덕분에 k를 1보다 아주 조금 크게 해도 출력이 수십 초에 걸쳐 천천히 변하므로, 제어봉으로 조절할 수 있다. 핵무기는 우라늄-235를 90 % 가까이 농축하고 감속재 없이 빠른 중성자만으로 k를 2 가까이 만들어, 백만분의 1초 안에 반응을 끝낸다.
  4. 연결1942년 시카고에서 페르미 팀이 처음으로 연쇄 반응을 제어하는 데 성공했고, 같은 해 시작된 맨해튼 계획은 1945년 원자 폭탄으로 이어졌다. 1950년대에는 원자력 발전이 시작되었고, 우리나라의 첫 원자력 발전소인 고리 1호기는 1978년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원자로용 우라늄은 우라늄-235가 3~5 %로, 이것으로는 핵무기처럼 폭발할 수 없다.
  5. 적용원자로에서 k를 1.000, 1.001, 1.005로 바꾸며 2배가 되는 시간을 비교해 보자. k가 1.0065를 넘으면(즉발 임계) 무엇이 달라지는가? 핵무기 조건으로 바꾸어 k = 2일 때 1 kg이 모두 분열하기까지 몇 세대, 몇 초가 걸리는가? ‘가지 다시 그리기’를 눌러 k = 1.001과 1.000의 가지를 비교하면 몇 세대 안에서 차이가 보이는가?
  6. 판단“원자력 발전소도 결국 작은 원자 폭탄”이라는 말은 틀렸다. 그러나 “그러므로 안전하다”도 성급하다. 1986년 체르노빌에서는 원자로가 즉발 임계를 넘어 출력이 순식간에 치솟았고, 핵폭발이 아닌 증기 폭발과 화재로 방사성 물질이 퍼졌다. 2011년 후쿠시마에서는 원자로를 멈춘 뒤에도 남는 열(붕괴열)을 식히지 못해 사고가 났다. 과학기술의 위험은 원리뿐 아니라 설계, 운영, 사회의 감시에 달려 있다.

확인조건이 달라지면

만약 우라늄-235의 핵분열에서 지연 중성자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면, 원자력 발전은 어떻게 될까?

읽기 2

같은 과학기술이 왜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해치기도 할까?

읽기 · 화학, 원자력, 유전자 재조합과 사회적 갈등

산업혁명 이후 200여 년 동안 세계 인구는 약 10억 명에서 80억 명으로 늘었고, 평균 수명도 크게 길어졌다. 같은 기간에 과학기술은 전쟁의 무기, 오염, 기후 변화에도 쓰였다. 빛과 그림자는 서로 다른 기술에서 온 것일까요, 같은 기술의 두 얼굴일까?

1화학, 비료를 만든 연구가 전쟁에도 쓰이다

공기 중의 질소로 암모니아를 합성한 하버의 연구는 질소 비료를 값싸게 만들어 수십억 명을 먹여 살리는 바탕이 되었다. 그러나 하버는 1차 세계 대전 중 독일의 독가스 개발을 이끌었고, 1915년 4월 벨기에 이프르에서 염소 가스가 대규모로 처음 쓰였다. 하버는 1918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는데, 이 결정은 당시에도 거센 비판을 받았다. 전쟁 뒤 국제 사회는 1925년 제네바 의정서로 전쟁에서의 독가스 사용을 금지했고, 1993년에는 화학 무기 금지 협약으로 개발과 보유까지 금지했다.

2원자력, 과학자들이 스스로 경고하다

1938년 핵분열이 발견된 뒤, 미국의 맨해튼 계획은 원자 폭탄을 만들었다.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와 8월 9일 나가사키에서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그중에는 강제 동원 등으로 그곳에 있던 많은 한국인도 있었다.

전쟁 뒤 과학자들은 스스로 목소리를 냈다. 1955년 러셀과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과학자들은 핵전쟁의 위험을 경고하는 선언을 발표했고, 이는 과학자들이 전쟁과 군축 문제를 논의하는 퍼그워시 회의로 이어졌다. 1968년에는 핵무기 확산을 막는 핵확산 금지 조약이 맺어졌다. 한편 원자력 발전은 온실가스를 거의 내지 않는 큰 전력원이 되었지만, 사고의 위험과 오랫동안 관리해야 할 사용후핵연료 문제로 지금도 사회적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3유전자 재조합, 위험을 먼저 멈춰 따져 본 사례

1973년 코언과 보이어는 서로 다른 생물의 DNA를 잘라 이어 붙여 세균에 넣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보였다. 어떤 성질을 가질지 알 수 없는 생물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자, 연구자들은 스스로 일부 실험을 멈추고 1975년 미국 아실로마에 모여 위험도에 따라 실험 시설과 절차를 나누는 지침을 만들었다. 과학자 공동체가 연구의 위험을 먼저 공개적으로 논의한 사례로 꼽힌다.

이 기술로 1980년대 초부터 세균이 사람 인슐린을 만들게 되어 당뇨병 환자에게 쓰이고 있다. 반면 유전자 변형 작물(GMO)은 안전성, 환경 영향, 종자 독점, 표시 제도를 두고 나라마다 다른 결정을 내렸다. 2012년 이후 쉽고 정확한 유전자 가위(CRISPR)가 널리 쓰이면서 질문은 더 무거워졌다. 2018년 중국의 한 연구자가 유전자를 편집한 아기를 태어나게 했다고 발표해 국제적인 비판을 받고 처벌되었다.

기술밝은 면어두운 면사회의 대응
암모니아 합성·화학질소 비료, 식량 증산전쟁에서의 독가스, 수질 오염(녹조)제네바 의정서(1925), 화학 무기 금지 협약(1993)
핵분열원자력 발전, 방사선 의학핵무기, 원전 사고, 핵폐기물과학자 선언(1955), 핵확산 금지 조약(1968), 안전 규제
유전자 재조합인슐린 등 의약품, 연구 도구생태계 영향 우려, 사람 유전자 편집 문제아실로마 회의(1975), 연구 윤리 심의, 국제 지침
합성 살충제·냉매해충 방제, 냉장 기술생물 농축(DDT), 오존층 파괴(프레온)『침묵의 봄』(1962), 몬트리올 의정서(1987)

4새로운 기술을 균형 있게 판단하는 질문

먼저 증거의 수준을 묻는다. 이익과 위험은 각각 얼마나 크고, 얼마나 확실한가? 공정성도 묻는다. 이익을 얻는 사람과 위험을 떠안는 사람이 같은가? 잘못되었을 때 되돌릴 수 있는지, 곧 비가역성도 따진다. 쓰지 않았을 때의 위험은 무엇인지 대안과 비교하고, 마지막으로 과학자, 시민, 정부 가운데 누가 어떤 절차로 결정하는지 묻는다.

판단“과학은 중립이고 쓰는 사람만 문제다”라는 말도, “위험한 과학은 연구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도 지나친다. 연구의 목적 자체가 무기였던 경우가 있고, 아실로마 회의처럼 과학자가 위험을 먼저 따져 규칙을 만든 경우도 있다. 과학자에게는 연구의 결과를 예상하고 알릴 책임이, 시민과 사회에는 근거를 바탕으로 함께 결정할 책임이 있다.

확인조건이 달라지면

DDT는 1940~1950년대에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를 줄여 많은 생명을 구했지만, 분해되지 않고 먹이 사슬을 따라 농축되어 맹금류의 번식을 어렵게 했다. 이 사례에서 얻을 교훈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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