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앙·진원 깊이와 지각 두께
본문2016년 경주 지진 때 진앙에서 10 km 떨어진 관측소의 지진계에는 먼저 작은 떨림인 P파가, 2.2초 뒤에 큰 떨림인 S파가 기록되었다. 더 먼 관측소일수록 두 파의 도착 시간 차이가 길었다. 땅속을 들여다보지 않고도 이 시간 차이만으로 지진이 일어난 곳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진앙 바로 근처 관측소의 기록으로 진원이 땅속 몇 km 깊이였는지도 알 수 있을까?
1.2.1두 파의 경주
지진이 일어나면 P파와 S파가 함께 출발한다. P파가 S파보다 빠르므로 관측소에 먼저 도착하고, 거리가 멀수록 두 파의 도착 시간 차이인 PS시가 길어진다. 달리기에서 빠른 선수와 느린 선수가 동시에 출발하면 결승선이 멀수록 두 선수의 도착 시간 차이가 커지는 것과 같다. 그래서 PS시와 두 파의 속도를 알면 관측소에서 진원까지의 거리를 구할 수 있다. 세 관측소에서 거리를 구해 지도 위에 원을 그리면, 세 원이 만나는 곳이 진앙이다.
P파와 S파의 속도가 \(v_P\), \(v_S\)이고 PS시가 \(t\)이면 진원 거리는 \[D = \frac{v_P v_S}{v_P - v_S}\,t\]이다. 진앙 거리가 \(\Delta\)이면 진원의 깊이는 \(z = \sqrt{D^2 - \Delta^2}\)이다.
지각의 \(v_P = 6.0\) km/s, \(v_S = 3.5\) km/s로 보면 \(v_P v_S/(v_P - v_S) = 8.4\) km/s이므로, PS시 1초마다 진원이 약 8.4 km 멀다. 진앙에서 가까운 관측소는 진원 거리가 대부분 깊이로 이루어져 있어 깊이를 정하는 데 유리하다. 멀리 있는 관측소만으로는 깊이가 몇 km 달라져도 진원 거리가 거의 변하지 않아 깊이를 정하기 어렵다.1
1.2.2지각의 두께
지진파는 지각과 맨틀의 경계인 모호면에서 굴절하여, 맨틀 꼭대기를 따라 더 빠르게 달린 뒤 다시 지표로 올라오기도 한다. 진앙에서 가까운 관측소에는 지각을 곧게 지난 파가 먼저 오지만, 어떤 거리를 넘으면 모호면을 따라 돌아온 파가 먼저 도착한다. 이렇게 앞뒤가 바뀌는 거리로 지각의 두께를 어림할 수 있다. 우리나라 지각의 두께는 약 30 km에서 35 km이다.
1.2.3예제 풀이
진앙에서 10 km 떨어진 관측소에서 PS시가 2.2 s였다. 진원 거리와 진원의 깊이를 구하여라. PS시를 0.1 s 틀리게 읽었다면 깊이는 얼마나 달라지는가?
진원 거리는 \(D = 8.4 \times 2.2 \approx 18.5\) km이다. 깊이는 \(z = \sqrt{18.5^2 - 10^2} = \sqrt{342 - 100} = \sqrt{242} \approx 15.6\) km이다. 경주 지진의 발표된 깊이 약 15 km와 비슷하다.
PS시가 2.3 s였다면 \(D = 19.3\) km이고 \(z = \sqrt{372 - 100} \approx 16.5\) km이다. 0.1 s의 차이로 깊이가 약 0.9 km 달라진다. 그래서 진원의 깊이는 진앙 근처의 여러 관측소 기록을 함께 써서 정하고, 속도 모형의 불확실성까지 고려해 몇 km의 오차 범위와 함께 발표한다. 즉 두 지진파의 도착 시간 차이가 진원까지의 거리를 알려 주고, 진앙 거리와 함께 쓰면 깊이까지 알 수 있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여러 관측소의 지진 기록으로 진앙과 진원의 깊이를 구하고, 지각의 두께를 어림해 보자.
- 1909년 크로아티아의 모호로비치치는 자그레브 근처 지진의 기록에서, 먼 관측소에 더 빠른 파가 먼저 도착하는 것을 보고 지하 약 50 km에 지진파 속도가 갑자기 커지는 경계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 경계가 그의 이름을 딴 모호면이다.
P파와 S파는 함께 출발하지만 속도가 달라, 도착 시간 차이 PS시에 \(v_Pv_S/(v_P - v_S)\)를 곱하면 진원 거리가 나오고, 세 관측소의 거리로 진앙을 찾는다. 진앙 거리와 진원 거리로 직각삼각형을 풀면 진원의 깊이가 나오며, 모호면을 돌아온 파가 앞서는 거리로 지각의 두께를 어림한다. 처음 질문의 지진은 진원 거리 18.5 km, 깊이 약 15.6 km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