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자기와 극의 겉보기 이동
본문용암이 식을 때 그 속의 자철석 알갱이들은 그때의 지구 자기장 방향으로 자화되어 굳는다. 지금 북위 37°인 곳에서 2억 년 된 현무암을 떼어 자화 방향을 재니, 수평면과 49° 기울어 있었다. 지금 그곳의 자기장은 56° 기울어 있다. 이 차이는 무엇을 말해 줄까? 그리고 북아메리카와 유럽의 암석으로 각각 옛 자북극의 위치를 구하면 서로 다른 곳이 나온다고 한다. 옛날에는 자북극이 두 개였을까?
1.4.1암석 속 나침반
지구 자기장은 막대자석이 지구 중심에 놓인 것과 비슷하다. 적도에서는 자기력선이 지면과 나란하고, 극으로 갈수록 점점 기울어 극에서는 수직이 된다. 자기력선이 수평면과 이루는 각을 복각이라 하며, 위도에 따라 정해진다. 용암이 식으며 굳은 암석이나 바다 밑에 쌓인 퇴적물은 그때의 자기장 방향을 기억한다. 그래서 암석의 복각을 재면 그 암석이 만들어질 때 그 땅이 있던 위도를, 편각을 재면 옛 자북극의 방향을 알 수 있다.
지구 자기장을 지구 중심의 자석으로 보면 복각 \(I\)와 위도 \(\lambda\) 사이에 \[\tan I = 2\tan\lambda\]가 성립한다. 암석의 복각을 재어 \(\lambda\)를 구한 값을 고위도라 한다.
지구 자기장의 자극은 수천 년 동안 평균하면 자전축과 거의 일치한다. 그래서 같은 대륙에서 나이가 다른 암석들로 옛 자극의 위치를 구해 이으면, 대륙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모두 지금의 북극 근처에 모여야 한다. 실제로는 나이가 많을수록 극이 멀리 떨어진 곳에 찍혀, 극이 움직인 것처럼 보이는 길이 그려진다. 이것을 극의 겉보기 이동 경로라 한다.1
1.4.2극이 움직였을까, 대륙이 움직였을까
북아메리카와 유럽의 암석으로 각각 극의 겉보기 이동 경로를 그리면 두 경로가 비슷한 모양이지만 수십 도 어긋나 있다. 자북극이 동시에 두 곳에 있을 수는 없으므로, 극이 아니라 대륙이 움직였다고 보아야 한다. 대서양을 닫아 두 대륙을 붙여 놓으면 두 경로가 겹친다. 이것은 두 대륙이 한때 붙어 있다가 갈라져 멀어졌다는 증거이다. 고지자기는 이렇게 대륙 이동을 수로 확인해 판 구조론의 토대가 되었다.
1.4.3예제 풀이
2억 년 된 현무암의 복각 49°로 고위도를 구하여라. 지금 위도가 37°N이라면 그 땅은 2억 년 동안 북쪽으로 얼마나 이동했는가? 위도 1°는 약 111 km이다. 평균 속도는 1년에 몇 cm인가?
\(\tan\lambda = \tan 49°/2 = 1.150/2 = 0.575\)이므로 \(\lambda \approx 29.9°\), 곧 약 30°N이다. 지금 위도와의 차이는 약 7°이므로 북쪽으로 \(7 \times 111 \approx 780\) km 이동했다.
2억 년 동안 780 km이면 1년에 \(780 \times 10^5\ \mathrm{cm}/(2 \times 10^8) \approx 0.4\) cm이다. 이것은 남북 방향의 알짜 이동만이어서, 동서 방향 이동이나 도중의 오고 감은 들어 있지 않다. 복각은 위도만 알려 주고 경도는 알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즉 암석 속 자화의 복각으로 옛 위도를, 여러 대륙의 극 이동 경로를 비교해 대륙이 움직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두 대륙의 극의 겉보기 이동 경로를 비교하고, 대륙 이동으로 그 차이를 설명해 보자.
- 1950년대 영국의 렁컨과 어빙은 영국과 북아메리카 암석의 고지자기로 극의 겉보기 이동 경로를 그려 두 경로가 어긋난다는 것을 보였다. 오랫동안 무시되던 베게너의 대륙 이동설이 이 자료로 다시 주목받았다.
암석은 만들어질 때의 지구 자기장 방향을 기억하고, 복각은 \(\tan I = 2\tan\lambda\)로 위도와 이어져 있어 암석의 복각으로 옛 위도를 구할 수 있다. 나이가 다른 암석으로 그린 극의 겉보기 이동 경로가 대륙마다 어긋나는 것은 극이 아니라 대륙이 움직였다는 증거이다. 처음 질문의 현무암은 2억 년 전 약 30°N에 있었고, 그 뒤 북쪽으로 약 780 km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