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자기장과 고지자기
본문자유롭게 움직이는 나침반 바늘은 수평으로만 돌지 않고 땅 쪽으로 기운다. 적도에서는 거의 수평이지만 서울에서는 약 54°, 북극 근처에서는 거의 수직으로 땅을 가리킨다. 그런데 용암이 식을 때 그 속의 자철석 알갱이도 그때 그곳의 자기장을 따라 정렬해 굳는다. 그렇다면 수천만 년 전 바위 속 알갱이가 가리키는 기울기를 재어, 그 바위가 생길 때 어느 위도에 있었는지 알 수 있을까?
1.3.1지구 자기장과 복각
지구 자기장은 외핵에서 흐르는 액체 철이 만드는 전류로 생긴다. 지표에서 보면 지구 중심에 놓인 막대자석이 만드는 자기장과 비슷하다. 자기장이 수평면과 이루는 각을 복각이라 하는데, 쌍극자 자기장에서는 복각이 위도만으로 정해진다. 적도에서는 자기력선이 지표와 나란해 복각이 0°이고, 극에 가까울수록 자기력선이 땅속으로 파고들어 복각이 커진다. 자기 극은 자전축 둘레를 떠돌지만, 수천 년 넘게 평균하면 자전축과 거의 일치한다.
쌍극자 자기장에서 위도 \(\lambda\)의 복각 \(I\)는 \[\tan I = 2\tan\lambda\]를 만족한다. 암석에 남은 자화의 복각을 재면 그 암석이 생길 때의 위도(고위도)를 구할 수 있다. 다만 경도는 알 수 없다.
그림 1에서 복각을 바꾸어 보자. 지금 서울(북위 37.5°)의 이론 복각은 \(\tan^{-1}(2\tan 37.5°) \approx 57°\)이다. 그런데 어떤 암석의 복각이 30°라면, 그 암석은 \(\tan\lambda = \tan 30° \div 2\)에서 위도 약 16°에서 생겼다. 그 뒤 땅이 20° 넘게 북쪽으로 옮겨 온 것이다. 위도 1°는 약 111 km이므로 2000 km가 넘는 거리이다. 이런 고지자기 자료는 대륙이 움직였다는 강력한 증거가 되었다.1
1.3.2자기 역전과 해양저 확장
지구 자기장은 수십만 년에 한 번꼴로 남북이 뒤바뀐다. 해령에서 새로 생긴 현무암은 그때의 자기장 방향으로 자화되어 굳고, 판이 양쪽으로 벌어지며 멀어진다. 그래서 해령을 사이에 두고 정자기와 역자기 띠가 거울에 비친 듯 대칭으로 늘어선다. 1960년대 바다 밑의 이 줄무늬가 발견되자 해양저 확장설이 확인되었다. 띠의 너비와 역전의 연대를 알면 판이 벌어지는 빠르기도 구할 수 있다. 그리고 대륙의 여러 시대 암석으로 옛 자극의 위치를 이어 그리면, 대륙마다 서로 다른 '극 이동 경로'가 나타나 대륙이 따로 움직였음을 보여 준다.
1.3.3예제 풀이
인도 대륙에서 7000만 년 전에 생긴 현무암의 복각이 −49°(자기력선이 위를 향함, 남반구)였다. 이 땅은 그때 어느 위도에 있었는가? 지금 그 지점이 북위 20°라면, 이 땅은 7000만 년 동안 평균 몇 cm/년으로 북쪽으로 움직였는가?
\(\tan\lambda = \tan 49° \div 2 \approx 1.150 \div 2 = 0.575\)이므로 \(\lambda \approx 30°\)이다. 복각이 음수이므로 남위 30°이다.
남위 30°에서 북위 20°까지는 50°, 곧 \(50 \times 111 \approx 5600\) km이다. 7000만 년 동안 움직였으므로 평균 \(5.6 \times 10^8\ \text{cm} \div 7 \times 10^7\ \text{년} = 8\) cm/년이다. 손톱이 자라는 빠르기의 두 배쯤으로, 판의 움직임 가운데 빠른 편이다. 인도는 이렇게 북쪽으로 달려가 아시아와 부딪쳐 히말라야를 밀어 올렸다. 그래서 바위 속 작은 자석은 대륙이 걸어온 길을 기록한 나침반이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고지자기 자료로 대륙의 옛 위치를 복원하고, 해령의 자기 줄무늬로 판의 속도를 구해 보자.
- 가장 최근의 자기 역전은 약 78만 년 전에 일어났다. 역전이 일어나는 동안에는 자기장이 크게 약해져, 지표에 닿는 우주선이 늘었던 흔적이 얼음과 퇴적물에 남아 있다.
지구 자기장은 외핵의 액체 철이 만드는 쌍극자 자기장에 가까워, 복각이 위도만으로 정해지며 \(\tan I = 2\tan\lambda\)를 만족한다. 암석은 생길 때의 자기장 방향을 기억하므로, 복각으로 옛 위도를, 편각으로 회전을, 정·역 자화로 연대와 확장 속도를 읽는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바위 속 자석은 그 복각으로 바위가 생길 때의 위도를 알려 주고, 지금 위도와 견주면 땅이 얼마나 움직였는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