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
본문바둑판처럼 반듯한 도시에서는 "동쪽으로 5블록, 북쪽으로 1블록"이라고 길을 알려 준다. 그런데 도로가 비스듬히 난 도시에서는 북동쪽으로 뻗은 대로와 남동쪽으로 뻗은 대로를 따라 몇 블록씩 가는지로 길을 알려야 한다. 직교좌표로 \((5, 1)\)인 같은 목적지가, 기준 방향을 \((1, 1)\)과 \((1, -1)\)로 바꾸면 \((3, 2)\)가 되고, \((2, 1)\)과 \((1, 2)\)로 바꾸면 \((3, -1)\)이 된다. 기준 방향은 아무렇게나 골라도 될까? 몇 개가 필요할까?
1.5.1모자람도 남음도 없이
벡터공간 \(V\)의 벡터들이 \(V\) 전체를 생성하면서 일차독립이면 그 벡터들을 \(V\)의 기저라 한다. 생성한다는 조건은 모든 벡터를 그 일차결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뜻이어서 기저 벡터가 모자라지 않음을 보장한다. 일차독립이라는 조건은 쓸모없는 벡터가 없다는 뜻이어서 남는 벡터가 없음을 보장한다. 그래서 기저가 있으면 \(V\)의 모든 벡터는 기저의 일차결합으로 단 한 가지로 나타나고, 그 계수를 늘어놓은 것이 그 기저에 대한 좌표이다.
\(\{\vec b_1, \ldots, \vec b_n\}\)이 \(V\)의 기저이면 모든 \(\vec v \in V\)는 \(\vec v = c_1\vec b_1 + \cdots + c_n\vec b_n\)으로 단 한 가지로 나타난다. 한 벡터공간의 기저는 여러 가지이지만 기저 벡터의 개수는 언제나 같고, 그 수를 \(V\)의 차원이라 한다. \(\mathbb{R}^n\)의 차원은 \(n\)이다.
좌표가 하나로 정해지는 까닭은 일차독립 때문이다. 만약 같은 벡터를 두 가지 계수로 나타낼 수 있다면, 두 식을 빼서 0이 아닌 계수의 관계가 생기므로 일차독립에 어긋난다. 평면에서는 평행하지 않은 두 벡터가 늘 기저가 되고, 셋 이상은 종속이며, 하나로는 평면을 다 채우지 못한다. 그래서 평면의 차원은 2이다. 기저를 고르는 방법은 무수히 많지만, 몇 개가 필요한지는 공간이 정한다.1
1.5.2좌표 구하기
기저 \(\vec b_1 = (1, 1)\), \(\vec b_2 = (1, -1)\)에 대한 \((5, 1)\)의 좌표는 \(c_1(1, 1) + c_2(1, -1) = (5, 1)\)을 풀어 구한다. 성분마다 \(c_1 + c_2 = 5\), \(c_1 - c_2 = 1\)이므로 \(c_1 = 3\), \(c_2 = 2\)이다. 이 기저의 격자는 원래 격자를 45° 돌리고 \(\sqrt2\)배 늘린 모양이어서, 그 격자 위에서 \((5, 1)\)은 첫째 방향으로 3칸, 둘째 방향으로 2칸 간 점이다. 기저가 바뀌면 격자가 바뀌고, 같은 점의 칸 수도 바뀐다.
1.5.3예제 풀이
\(\vec b_1 = (2, 1)\), \(\vec b_2 = (1, 2)\)가 평면의 기저임을 보이고, 이 기저에 대한 \((5, 1)\)의 좌표를 구하여라. 또 \((1, 2)\)와 \((2, 4)\)는 왜 기저가 될 수 없는가?
\(c_1(2, 1) + c_2(1, 2) = (0, 0)\)이면 \(2c_1 + c_2 = 0\), \(c_1 + 2c_2 = 0\)에서 \(c_1 = c_2 = 0\)뿐이므로 일차독립이고, 평면에서 일차독립인 두 벡터는 기저이다. \((5, 1)\)의 좌표는 \(2c_1 + c_2 = 5\), \(c_1 + 2c_2 = 1\)을 풀어 \(c_1 = 3\), \(c_2 = -1\)이다. 확인하면 \(3(2, 1) - (1, 2) = (5, 1)\)이다.
\((2, 4) = 2(1, 2)\)이므로 두 벡터는 일차종속이고, 생성하는 공간은 직선 \(y = 2x\)뿐이어서 \((5, 1)\) 같은 점을 만들 수 없다. 그래서 기저가 되려면 생성과 일차독립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즉 기저는 공간을 모자람도 남음도 없이 채우는 기준 벡터들이고, 좌표는 그 기저를 몇 배씩 더할지 적은 것이어서 기저를 바꾸면 같은 점의 좌표도 바뀌지만 기저 벡터의 개수인 차원은 바뀌지 않는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기저를 바꾸며 같은 점의 좌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격자 위에서 확인하고, 비스듬한 두 방향만으로 목표점까지 안내해 보자.
- 결정학에서는 결정 속 원자의 배열을 서로 수직이 아닌 세 기저 벡터로 나타낸다. 소금처럼 반듯한 결정은 직교 기저를, 석영처럼 비스듬한 결정은 비스듬한 기저를 써야 원자의 위치가 간단한 정수 좌표로 나타난다.
벡터공간을 생성하면서 일차독립인 벡터들을 기저라 하며, 모든 벡터는 기저의 일차결합으로 단 한 가지로 나타나고 그 계수가 좌표이다. 기저는 여러 가지로 고를 수 있지만 기저 벡터의 개수인 차원은 언제나 같다. 처음 질문의 목적지 \((5, 1)\)은 기저 \((1, 1), (1, -1)\)로 \((3, 2)\), 기저 \((2, 1), (1, 2)\)로 \((3, -1)\)이며, 평면의 기저에는 언제나 일차독립인 벡터 두 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