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교과서

촉매와 활성화 에너지

촉매는 반응에 참여하지만 끝나면 그대로 남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문턱을 낮출 수 있을까요? 촉매가 반응물과 너무 약하게 붙어도, 너무 강하게 붙어도 반응은 빨라지지 않습니다. 촉매가 여는 새 경로의 에너지 도표를 직접 바꾸어 보며 그 까닭을 찾아봅니다.

본문

촉매와 활성화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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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에서 파는 3% 과산화 수소수는 병에 담아 두면 몇 달이 지나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 2H₂O₂ → 2H₂O + O₂는 열을 내는 자발적인 반응인데도 아주 느리다. 그런데 이 용액을 상처에 바르면 하얀 거품이 부글부글 솟으며 순식간에 산소가 나온다. 피와 세포 속의 카탈레이스라는 효소 때문이다. 효소는 반응을 얼마나 빠르게 할까? 그리고 촉매는 반응의 무엇을 바꾸고 무엇은 바꾸지 않을까?

그림 1. 촉매가 없을 때(회색)와 있을 때(파랑)의 에너지 그림(모형, 촉매 없는 활성화 에너지 80 kJ/mol, 반응열 −40 kJ/mol). 촉매는 언덕만 낮추고 출발점과 도착점의 높이는 그대로 둔다.
먼저 알아야 할 것아레니우스 식(반응 속도와 아레니우스 식), 반응 메커니즘(반응 메커니즘과 속도 결정 단계), 평형 상수(평형 상수와 반응 지수).

4.11.1촉매는 새 길을 연다

촉매는 반응에 참여하여 반응 속도를 바꾸지만, 반응이 끝나면 원래대로 돌아와 소모되지 않는 물질이다. 촉매는 반응물과 잠시 결합하여, 촉매가 없을 때와는 다른 반응 메커니즘을 연다. 그 새 경로의 활성화 에너지가 원래보다 낮으면 반응이 빨라진다. 그런데 반응물과 생성물의 에너지는 그대로이므로 반응열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정반응과 역반응의 활성화 에너지가 똑같이 낮아져 두 방향이 같은 비율로 빨라지므로, 평형 상수도 변하지 않는다. 촉매는 평형에 더 빨리 이르게 할 뿐이다.

정리 4.11.1 촉매의 효과

촉매가 활성화 에너지를 \(\Delta E_a\)만큼 낮추면, 빈도 인자가 같다고 할 때 속도 상수는 \[\frac{k_{\text{촉매}}}{k} = e^{\Delta E_a/RT}\]배가 된다. 반응열 \(\Delta H\)와 평형 상수 \(K\)는 변하지 않는다.

그림 1에서 낮춘 양을 바꾸어 보자. 25 °C에서 \(RT \approx 2.48\) kJ/mol이므로, 활성화 에너지를 10 kJ/mol 낮추면 속도가 약 57배, 20 kJ/mol이면 약 3200배, 40 kJ/mol이면 약 1000만 배가 된다. 활성화 에너지는 지수 위에 있으므로, 조금만 낮추어도 효과가 엄청나다. 그래서 촉매는 온도를 수백 °C 올린 것과 같은 효과를 실온에서 낸다.1

4.11.2균일 촉매, 불균일 촉매, 효소

반응물과 같은 상에 섞여 있는 촉매를 균일 촉매, 다른 상에 있는 촉매를 불균일 촉매라 한다. 과산화 수소에 넣은 아이오딘화 이온은 용액 속에서 함께 반응하는 균일 촉매이다. 자동차의 배기가스 정화 장치에 든 백금과 로듐은 기체 분자를 금속 표면에 붙잡아 반응시키는 불균일 촉매이다. 효소는 생물이 만든 단백질 촉매로, 반응물이 꼭 맞게 들어가는 활성 자리가 있어 특정한 반응만 골라 아주 크게 빠르게 한다. 다만 효소는 온도와 pH가 알맞지 않으면 모양이 망가져 기능을 잃는다.

조건활성화 에너지 (대략)25 °C에서 빨라진 배율 촉매 없음75 kJ/mol1 아이오딘화 이온56 kJ/mol약 2000배 카탈레이스 (효소)23 kJ/mol약 10억 배
그림 2. 효소는 활성화 에너지를 크게 낮추어 반응을 수십억 배 빠르게 한다.

4.11.3예제 풀이

예제 4.11.2

과산화 수소 분해의 활성화 에너지는 촉매가 없을 때 75 kJ/mol, 카탈레이스가 있을 때 23 kJ/mol이다. 25 °C에서 카탈레이스가 반응을 몇 배 빠르게 하는지 어림하여라. 촉매 없는 반응으로 같은 빠르기를 얻으려면 온도를 몇 K로 올려야 하는가? 빈도 인자는 같다고 본다.

낮춘 양은 \(75 - 23 = 52\) kJ/mol이므로 \(\dfrac{k_{\text{촉매}}}{k} = e^{52000/(8.314 \times 298)} = e^{21.0} \approx 1.3 \times 10^9\)배이다.

촉매 없이 같은 속도 상수를 얻으려면 \(\dfrac{75000}{RT'} = \dfrac{23000}{R \times 298}\)이어야 하므로 \(T' = 298 \times \dfrac{75}{23} \approx 972\) K, 곧 약 700 °C이다. 우리 몸은 37 °C에서 그런 반응을 효소로 해낸다. 그래서 세포는 대사 중에 생기는 해로운 과산화 수소를 그 자리에서 곧바로 물과 산소로 없앨 수 있다. 즉 촉매는 에너지의 출발점과 도착점은 그대로 둔 채 그 사이의 언덕만 깎는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촉매가 새 반응 경로를 여는 방식을 살펴보고, 여러 촉매로 과산화 수소의 분해 속도를 비교해 보자.

  1. 카탈레이스 한 분자는 1초에 과산화 수소 분자를 수백만 개 분해한다. 알려진 효소 가운데 가장 빠른 축에 든다.
마무리

촉매는 활성화 에너지가 더 낮은 새 반응 경로를 열어 반응을 빠르게 하며, 활성화 에너지가 지수에 들어 있어 조금만 낮추어도 속도가 엄청나게 커진다. 반응물과 생성물의 에너지는 그대로라 반응열과 평형 상수는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과산화 수소는 상처 속 효소 카탈레이스가 활성화 에너지를 약 50 kJ/mol 낮추어 반응을 10억 배쯤 빠르게 하므로 순식간에 분해된다.

탐구 1

촉매는 반응물을 얼마나 꽉 붙잡아야 할까?

촉매 경로 · 중간체 · 사바티에 원리 · 정반응과 역반응
촉매
촉매 경로의 유효 Eₐ
—
정반응 k 배수
—
역반응 k 배수
—
평형 상수 K 배수
—

반응 H₂O₂ → H₂O + ½O₂ (ΔH = −98 kJ/mol). 촉매 없는 경로의 Eₐ ≈ 75 kJ/mol, I⁻ 촉매 경로의 Eₐ ≈ 56 kJ/mol은 교과서에 흔히 인용되는 값이다. 촉매 경로의 두 단계 문턱은 각 단계의 에너지 변화에 비례해 변한다고 가정한 모식(Eₐ = 70 + ½ΔE kJ/mol)이고, 빈도 인자는 두 경로가 같다고 보았다. 유효 Eₐ는 가장 낮은 골짜기에서 그 뒤의 가장 높은 봉우리까지의 높이이다.

  1. 질문과산화 수소에 아이오딘화 칼륨 용액을 넣으면 산소가 세차게 나오고, 반응이 끝난 뒤에도 I⁻는 그대로 남아 있다. 반응에서 소모되지 않는 물질이 어떻게 활성화 에너지를 낮출 수 있을까? 그리고 반응물을 세게 붙잡는 촉매일수록 좋은 촉매일까?
  2. 복원아레니우스 식에 따르면 Eₐ가 낮을수록 k가 지수적으로 커진다. 반응은 여러 단계(메커니즘)를 거칠 수 있고, 한 단계에서 생겼다가 다음 단계에서 쓰이는 물질이 중간체이다. 평형 상수는 정반응과 역반응 속도 상수의 비와 관련된다.
  3. 설명촉매는 반응 속도를 높이지만 전체 반응에서 소모되지 않는 물질이다. 촉매는 문턱을 깎아 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반응 경로를 연다. I⁻ 촉매에서는 ① H₂O₂ + I⁻ → H₂O + IO⁻, ② H₂O₂ + IO⁻ → H₂O + O₂ + I⁻로, 첫 단계에서 쓰인 I⁻가 둘째 단계에서 되살아난다. 반응물과 같은 상에 있으면 균일 촉매, 고체 표면처럼 다른 상에 있으면 불균일 촉매, 생물이 만드는 단백질 촉매는 효소이다. 세 경우 모두 촉매와 반응물이 잠시 결합한 중간체(IO⁻, 표면 흡착종, 효소–기질 복합체)를 거친다.
  4. 연결중간체가 너무 불안정하면 첫 단계의 문턱이 높고, 너무 안정하면 중간체가 골짜기에 갇혀 둘째 단계의 문턱이 높아진다. 그래서 촉매 효과는 결합 세기가 알맞을 때 가장 크고 양쪽으로 갈수록 줄어드는 화산 모양이 된다. 이것을 사바티에 원리라 하며, 백금이 수소화·연료 전지 촉매로 쓰이는 까닭과 효소가 기질보다 전이 상태와 더 잘 결합하도록 진화한 까닭을 설명한다.
  5. 적용세 촉매를 차례로 고르고 유효 Eₐ와 정반응 배수를 비교해 보자. 중간체 에너지를 −110에서 +20까지 움직이며 촉매 효과가 가장 큰 값을 찾고, 그때 두 봉우리의 높이가 어떤지 보자. 정반응 배수와 역반응 배수는 언제나 어떤 관계인가? 온도를 올리면 촉매의 효과(배수)는 커지나요, 작아지는가?
  6. 판단“촉매가 생성물의 양을 늘린다”는 오개념이다. 촉매는 정반응과 역반응의 문턱을 같은 양만큼 낮추므로 두 속도 상수가 같은 배수로 커지고, ΔH와 평형 상수는 바뀌지 않는다. 평형에 더 빨리 도달하게 할 뿐이다. 반응을 느리게 하는 억제제(부촉매)는 대개 촉매의 활성 자리를 막거나 중간체를 없애는 방식으로 작용하며, 같은 경로의 Eₐ를 높이는 것은 아니다. 이 카드의 촉매 경로 숫자는 경향을 보이기 위한 모식이다.

확인조건이 달라지면

어떤 금속 표면은 반응물 분자를 매우 강하게 흡착해, 반응물이 표면에 빽빽이 붙은 채 생성물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 촉매에 대한 판단으로 옳은 것은?

읽기 2

촉매는 어떤 방식으로 새 경로를 열까?

읽기 · 균일 촉매 · 불균일 촉매 · 효소

비료 공장의 철, 자동차 배기관의 백금, 우리 몸의 효소는 생김새도 크기도 전혀 다르다. 그런데도 모두 촉매라고 부른다.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1촉매의 정의

촉매는 반응 속도를 높이면서 전체 반응에서 소모되지 않는 물질이다. 촉매는 반응의 한 단계에서 반응물과 결합하고, 뒤의 단계에서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그래서 적은 양으로 많은 반응물을 바꿀 수 있다. 촉매는 반응물과 생성물의 에너지를 바꾸지 않으므로 ΔH, ΔG°, 평형 상수가 그대로이고, 정반응과 역반응을 같은 배수로 빠르게 한다. 열역학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반응(ΔG > 0)을 일어나게 하지는 못한다.

2세 종류의 촉매

종류예활성화 에너지를 낮추는 방식
균일 촉매
(반응물과 같은 상)
H₂O₂ 분해의 I⁻ 이온, 에스터화 반응의 진한 황산(H⁺), 오존층에서 오존을 분해하는 Cl 원자반응물과 결합해 반응성이 큰 중간체를 만든다. H⁺는 카복실산의 C=O 산소에 붙어 탄소를 더 강한 양전하로 만들어 알코올이 쉽게 공격하게 한다.
불균일 촉매
(다른 상, 주로 고체)
암모니아 합성(하버–보슈법)의 철, 자동차 촉매 변환기의 Pt·Pd·Rh, 기름의 수소 첨가에 쓰는 Ni, H₂O₂ 분해의 MnO₂반응물이 표면에 흡착하면서 원래 결합이 약해지거나 끊어진다. 흡착한 분자는 표면에서 서로 가까이 붙들려 있어 만날 기회도 많아진다.
효소
(생체 단백질)
H₂O₂를 분해하는 카탈레이스, 녹말을 분해하는 아밀레이스활성 부위가 기질을 알맞은 방향으로 붙잡고, 전이 상태와 특히 잘 결합해 그 에너지를 낮춘다. 활성 부위의 산·염기 작용기가 양성자를 주고받으며 반응을 돕는다.

3표면에서 일어나는 일: 수소 첨가 반응

에텐(C₂H₄)에 수소를 붙여 에테인(C₂H₆)을 만드는 반응은 기체끼리만으로는 거의 일어나지 않지만, 니켈이나 백금 가루가 있으면 쉽게 일어난다. 표면에서는 네 단계가 차례로 일어난다.

① 흡착 ② H–H 결합이 끊어짐 ③ H가 하나씩 붙음 ④ 에테인이 떨어져 나감
금속 표면(회색)에서의 수소 첨가 모식도. 흰 공은 H, 검은 공은 C이며, 에텐의 나머지 H 원자는 생략했다. 표면 원자가 H–H 결합 대신 금속–H 결합을 만들어 주므로 결합을 끊는 데 드는 에너지가 크게 줄어든다.

여기서 흡착이 너무 약하면 ①과 ②가 잘 일어나지 않고, 너무 강하면 ④에서 생성물이 떨어져 나가지 못해 표면이 막힌다. 촉매를 고를 때 결합 세기가 알맞은 금속을 찾는 까닭이다. 불균일 촉매는 반응이 표면에서만 일어나므로 같은 양이라도 고운 가루나 다공성 지지체에 얇게 입혀 표면적을 넓혀 쓴다. 반대로 납이나 황 화합물처럼 표면에 강하게 달라붙는 물질은 활성 자리를 막아 촉매를 못 쓰게 만든다(촉매 독). 자동차 촉매 변환기를 쓰려면 무연 휘발유가 필요한 이유이다.

4효소의 특징

효소는 같은 반응의 무기 촉매보다 훨씬 효율이 높고, 정해진 기질만 골라 반응시키는 기질 특이성이 있다. 카탈레이스 한 분자는 1초에 수백만 개의 H₂O₂ 분자를 분해한다. 그러나 단백질이라 온도가 너무 높거나 pH가 맞지 않으면 구조가 바뀌어(변성) 활성을 잃는다. 그래서 효소 반응의 속도는 온도를 올려도 어느 온도까지만 빨라지고 그 뒤로는 줄어든다.

판단‘부촉매’라는 말은 반응을 느리게 하는 촉매처럼 들리지만, 촉매가 문턱이 더 높은 경로로 반응을 몰아넣는 것은 아니다. 반응은 가장 낮은 경로로 계속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반응을 느리게 하는 물질(억제제)은 촉매의 활성 자리를 막거나(촉매 독, 아스피린처럼 효소를 막는 약), 연쇄 반응의 중간체를 붙잡아 없애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또 촉매는 평형의 위치를 바꾸지 않으므로, 수득률을 높이려면 촉매가 아니라 온도·압력·농도 같은 평형 조건을 바꾸어야 한다.

확인조건이 달라지면

같은 질량의 MnO₂를 덩어리 대신 고운 가루로 과산화 수소 용액에 넣었더니 산소가 훨씬 빨리 나왔다. 이 결과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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