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 속도와 아레니우스 식
본문우유를 냉장고에 넣으면 실온보다 며칠 더 오래간다. 반찬은 여름에 더 빨리 쉰다. 흔히 '온도가 10 °C 오르면 반응 속도가 두 배가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규칙은 어떤 반응에서는 잘 맞고, 어떤 반응에서는 크게 틀린다. 반응마다 무엇이 다르기에 온도에 대한 민감도가 다를까? 온도와 반응 속도 상수의 관계를 하나의 식으로 나타낼 수 있을까?
4.7.1속도 상수와 아레니우스 식
반응 속도는 반응물의 농도와 속도 상수 \(k\)로 정해진다. 온도가 변하면 농도는 그대로여도 속도 상수가 변한다. 1889년 아레니우스는 여러 반응의 속도 상수를 온도에 따라 재고, \(\ln k\)를 \(1/T\)에 대해 그리면 직선이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기울기는 반응이 일어나려면 넘어야 하는 에너지 문턱, 곧 활성화 에너지에 비례했다. 활성화 에너지보다 큰 에너지를 가진 분자의 비율은 온도가 오르면 빠르게 늘어난다.
\[k = A\,e^{-E_a/RT}\] \(A\)는 빈도 인자, \(E_a\)는 활성화 에너지이다. 두 온도에서 \(\ln\dfrac{k_2}{k_1} = \dfrac{E_a}{R}\left(\dfrac{1}{T_1} - \dfrac{1}{T_2}\right)\)이다. 활성화 에너지가 클수록 같은 온도 변화에 속도 상수가 크게 변한다.
그림 1에서 활성화 에너지를 바꾸어 보자. 25 °C에서 35 °C로 오르면 \(\dfrac{1}{298} - \dfrac{1}{308} \approx 1.09 \times 10^{-4}\) K⁻¹이다. 활성화 에너지가 50 kJ/mol이면 \(\ln(k_2/k_1) \approx 0.66\)이라 약 1.9배, 100 kJ/mol이면 약 3.7배이다. 20 kJ/mol처럼 문턱이 낮으면 1.3배에 그친다. 즉 '10 °C에 두 배'는 많은 생화학 반응의 활성화 에너지가 50 kJ/mol 안팎이라 생긴 어림이고, 모든 반응에 맞는 법칙은 아니다.1
4.7.2활성화 에너지를 재는 방법
아레니우스 식을 거꾸로 쓰면, 두 온도에서 잰 반응 속도만으로 활성화 에너지를 구할 수 있다. 여러 온도에서 잰다면 \(\ln k\)를 \(1/T\)에 대해 그린 직선의 기울기 \(-E_a/R\)에서 구한다. 이렇게 구한 활성화 에너지로 실험하지 않은 온도의 속도를 예측할 수 있다. 식품 회사는 높은 온도에서 짧게 저장 실험을 하고, 그 결과로 실온이나 냉장 온도에서의 유통 기한을 계산한다. 약의 유효 기간도 같은 방법으로 정한다.
4.7.3예제 풀이
어떤 우유가 25 °C에서 상하는 데 1일이 걸리고 35 °C에서는 12시간이 걸렸다. 상하는 반응의 활성화 에너지를 구하고, 이 우유를 4 °C 냉장고에 두면 며칠 동안 보관할 수 있는지 어림하여라.
상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반으로 줄었으므로 속도 상수는 2배이다. \(\ln 2 = \dfrac{E_a}{8.314} \times 1.088 \times 10^{-4}\)에서 \(E_a = \dfrac{0.693 \times 8.314}{1.088 \times 10^{-4}} \approx 5.3 \times 10^4\) J/mol, 곧 약 53 kJ/mol이다.
4 °C(277 K)와 25 °C(298 K) 사이에서는 \(\dfrac{1}{277} - \dfrac{1}{298} \approx 2.54 \times 10^{-4}\) K⁻¹이므로 \(\ln\dfrac{k_{25}}{k_4} = \dfrac{53000}{8.314} \times 2.54 \times 10^{-4} \approx 1.62\)이다. 따라서 냉장고에서는 반응이 약 5배 느려져, 우유를 약 5일 보관할 수 있다. 즉 온도를 20 °C 남짓 낮추는 것만으로 부패가 다섯 배 느려진다. 그래서 냉장고는 반응 속도를 조절하는 가장 흔한 화학 도구이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여러 온도에서 반응 속도를 재어 활성화 에너지를 구하고, 온도에 따른 반응 속도의 변화를 예측해 보자.
- 귀뚜라미가 우는 빠르기도 온도에 따라 거의 규칙적으로 변한다. 15초 동안 운 횟수에 40을 더하면 화씨온도가 된다는 '돌베어 법칙'이 1897년에 발표되었는데, 이것도 몸속 화학 반응의 온도 의존성 때문이다.
반응의 속도 상수는 아레니우스 식에 따라 활성화 에너지를 \(RT\)로 나눈 값의 지수 함수로 변하며, 활성화 에너지가 클수록 온도에 민감하다. 두 온도에서 잰 속도로 활성화 에너지를 구하면, 다른 온도에서의 속도를 예측할 수 있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10 °C에 두 배'라는 규칙은 활성화 에너지가 약 53 kJ/mol인 반응에서만 맞고, 문턱이 높은 반응은 더 크게, 낮은 반응은 더 작게 빨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