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 충돌과 활성화 에너지
본문공기 속 기체 분자 하나는 1초에 수십억 번 다른 분자와 부딪친다. 부딪칠 때마다 반응한다면 모든 반응은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야 한다. 그런데 종이는 공기 속 산소와 늘 부딪치면서도 저절로 타지 않고, 성냥으로 불을 붙여야 탄다. 부딪친 분자 가운데 반응하는 것은 얼마나 되며, 무엇이 그것을 정할까?
4.3.1유효 충돌
반응이 일어나려면 반응물 분자들이 부딪쳐 기존 결합을 끊고 새 결합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결합을 끊으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살짝 부딪쳐서는 튕겨 나갈 뿐이다. 또 분자의 알맞은 부분끼리 부딪쳐야 한다. 이 두 조건을 모두 갖추어 반응으로 이어지는 충돌을 유효 충돌이라 한다.
반응이 일어나기 위해 반응물이 넘어야 하는 최소한의 에너지를 활성화 에너지 \(E_a\)라 한다. 반응 경로에서 에너지가 가장 높은 불안정한 상태를 활성화 상태라 하며, 반응물은 이 고개를 넘어야 생성물이 된다.
발열 반응이라도 처음에 이 고개를 넘어야 한다. 종이가 산소와 반응하면 많은 열이 나오지만, 실온에서는 고개를 넘는 분자가 거의 없어 타지 않는다. 성냥불이 일부 분자에게 고개를 넘을 에너지를 주면, 반응에서 나온 열이 이웃 분자를 다시 고개 위로 올려 불이 이어진다.
4.3.2에너지 분포
같은 온도의 기체라도 분자마다 운동 에너지가 다르다. 대부분은 평균 근처에 있고, 아주 큰 에너지를 가진 분자는 드물다. 그림 1에서 색칠한 부분이 활성화 에너지를 넘는 분자의 비율이다. 그런데 이 꼬리 부분은 온도에 매우 민감하다. 온도를 300 K에서 400 K로 올려 보면 평균 에너지는 1.3배쯤 늘 뿐인데, 색칠한 넓이는 훨씬 크게 늘어난다.1
4.3.3예제 풀이
활성화 에너지를 넘는 분자의 비율은 대략 \(e^{-E_a/RT}\)에 비례한다. \(E_a = 50\) kJ/mol인 반응에서 온도를 300 K에서 310 K로 올리면 반응 속도는 몇 배가 되는가? (\(R = 8.31\) J/(mol·K))
두 온도에서의 비율을 나누면 \(\exp\left[\dfrac{E_a}{R}\left(\dfrac{1}{300} - \dfrac{1}{310}\right)\right]\)이다. \(\dfrac{50\,000}{8.31} \approx 6017\)이고, \(\dfrac{1}{300} - \dfrac{1}{310} \approx 1.075 \times 10^{-4}\)이다.
곱하면 약 0.647이므로 \(e^{0.647} \approx 1.9\)배이다. 온도가 고작 10 K, 약 3% 올랐는데 반응 속도는 거의 두 배가 되었다. 활성화 에너지를 넘는 분자의 비율이 지수함수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도를 10 °C 올리면 반응 속도가 대략 2배'라는 경험 규칙이 생겼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부딪친 분자가 모두 반응하는지, 효소가 반응을 어떻게 빠르게 하는지 직접 따져 보자.
- 실온의 기체 분자가 1초에 겪는 충돌 가운데 활성화 에너지가 50 kJ/mol인 고개를 넘는 것은 약 5억 번에 한 번꼴이다. 그래서 충돌은 엄청나게 많아도 반응은 알맞은 속도로 일어난다.
반응은 충분한 에너지로, 알맞은 방향으로 부딪친 유효 충돌에서만 일어나며, 넘어야 할 최소 에너지가 활성화 에너지이다. 분자의 에너지 분포에서 그 문턱을 넘는 비율은 온도에 지수적으로 민감하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분자들은 수없이 부딪치지만 활성화 에너지를 넘는 충돌이 극히 일부뿐이라 반응이 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