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도·온도·촉매와 반응 속도
본문음식은 냉장고에 넣으면 며칠 더 버티고, 장작은 잘게 쪼개야 불이 잘 붙는다. 자동차 배기관의 촉매 장치는 짧은 순간에 유독한 일산화 탄소를 이산화 탄소로 바꾼다. 세 방법은 모두 반응 속도를 조절하지만, 바꾸는 것은 서로 다르다. 농도, 온도, 촉매는 각각 무엇을 바꾸어 반응을 빠르거나 느리게 할까?
4.4.1농도와 표면적
반응물의 농도가 크면 단위 부피 안의 분자 수가 많아 충돌 횟수가 늘어난다. 활성화 에너지를 넘는 비율은 그대로이지만 전체 충돌이 늘어 유효 충돌도 늘어난다. 고체가 반응할 때는 표면에서만 충돌이 일어나므로, 잘게 쪼개 표면적을 넓히면 반응이 빨라진다. 그래서 장작보다 톱밥이 잘 타고, 밀가루 먼지는 폭발하기도 한다.
4.4.2온도와 촉매
온도를 높이면 분자의 평균 운동 에너지가 커져, 활성화 에너지를 넘는 분자의 비율이 지수적으로 늘어난다. 충돌 횟수도 조금 늘지만, 속도가 빨라지는 주된 까닭은 이 비율의 증가이다.
촉매는 반응에 참여하되 반응이 끝나면 처음 상태로 돌아오는 물질이다. 촉매는 활성화 에너지가 더 낮은 새 반응 경로를 열어 준다. 그래서 같은 온도에서도 고개를 넘는 분자가 훨씬 많아진다. 그런데 촉매는 반응물과 생성물의 에너지를 바꾸지 않으므로 반응열 \(\Delta H\)는 그대로이다.1
\[k = Ae^{-E_a/RT}\] 온도가 오르거나 활성화 에너지가 낮아지면 속도 상수가 지수적으로 커진다. 농도는 \(k\)를 바꾸지 않고 속도식의 농도 항을 바꾼다.
4.4.3예제 풀이
음식이 상하는 반응의 활성화 에너지가 50 kJ/mol이라 하자. 25 °C에 둔 음식과 4 °C 냉장고에 둔 음식의 반응 속도를 비교하여라. 또 25 °C에서 촉매가 활성화 에너지를 30 kJ/mol로 낮추면 속도는 몇 배가 되는가? (\(R = 8.31\) J/(mol·K))
절대 온도는 298 K와 277 K이다. 속도의 비는 \(\exp\left[\dfrac{50\,000}{8.31}\left(\dfrac{1}{277} - \dfrac{1}{298}\right)\right] = \exp(6017 \times 2.54 \times 10^{-4}) = e^{1.53} \approx 4.6\)이다. 따라서 냉장고 속 음식은 약 4.6배 느리게 상한다. 실온에서 하루면 상할 음식이 냉장고에서는 4~5일 버티는 셈이다.
촉매가 활성화 에너지를 20 kJ/mol 낮추면 \(\exp\left(\dfrac{20\,000}{8.31 \times 298}\right) = e^{8.08} \approx 3200\)배 빨라진다. 그림 1에서 촉매를 켜 보자. 온도를 수십 °C 올리는 것보다 촉매 하나의 효과가 훨씬 크다. 그래서 자동차 촉매 장치는 배기가스가 지나가는 짧은 시간 안에 유해 기체를 처리하고, 몸속의 효소는 체온에서도 반응을 수백만 배 빠르게 한다.
아래 탐구 카드에서 냉장고, 잘게 썬 장작, 촉매 장치가 각각 무엇을 바꾸는지 직접 정리해 보자.
- 반응을 느리게 하는 물질을 흔히 부촉매라 부르지만, 실제로는 촉매를 방해하거나 반응의 중간 물질을 없애는 경우가 많다. 식품의 산화 방지제가 그 예이다.
농도와 표면적은 충돌 횟수를, 온도는 활성화 에너지를 넘는 분자의 비율을, 촉매는 활성화 에너지 자체를 바꾸어 반응 속도를 조절한다. 온도와 활성화 에너지의 효과는 \(k = Ae^{-E_a/RT}\)에 따라 지수적이다. 그래서 처음 질문의 냉장고는 문턱을 넘는 분자의 비율을 줄여 반응을 늦추고, 촉매 장치는 문턱을 낮추어 반응을 수천 배 빠르게 한다.